분당제생병원 산부인과 유정현 과장에게 듣는 분만이야기

산부인과 의사들이 의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분만'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결혼이 늦어지고 임신은 더 늦어지면서 고위험 임신으로 꼽히는 고령임신이 많아져 분만 위험도가 상당히 높아진 까닭이다.  

분당제생병원 산부인과 유정현 과장은 유튜브 채널 '나는 의사다-'이제 분만 들어가기 싫어...'|아기 좋아하는 산부인과 의사가 분만에 들어가기 싫어진 이유는..? - [노노산부인과 ep150]'에서 "(분만으로 태어난) 아기가 다 건강한 건 아니다. 건강하지 않은 아기도 있고 태어나서 죽는 아기들도 있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분만'을 큰 보람으로 삼고, 애를 잘 받은 뒤에는 기쁨을 느끼지만 애를 받는 순간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유 과장은 "애를 받는 순간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의사는 없다.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애가 안 울면 피가 거꾸로 솟을 것 같고, 내 심장이 멎을 것 같다. 정말 되게 긴박하게 돌아가 그런 것을 몇 번 겪고 나면 '나 애 안 받아야겠다', '내 명줄 짧아지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아이와 산모가 건강하게 퇴원해도 분만했을 때의 아찔한 기억은 계속 산부인과 의사에게 남는다.

실제 분만과정 중 아기나 산모에게 문제가 생기면 명확히 의료사고가 아님에도 그것은 산부인과 의사에게 평생 트라우마처럼 남는다.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을 떠올리는 일이 인지상정인 까닭이다. 

유정현 과장은 "10년이 넘어도 (그때의 일을) 자꾸 복기를 하게 된다. '그때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 왜 그랬을까?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이같은 복기를 지금도 한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반기는 분만도 있다. 분만 위험도가 낮은 20대 젊은 산모의 아이를 받는 것이 그것이다. 

유 과장은 "진짜 산부인과 의사는 20대 산모 분만하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드물지만 너무 아기를 잘 낳는다"며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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