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 상당수, 치료 필요 없는 '자멸성 전립선암'
PSA 수치 올라가지 않으면 주기적 검진만 해도 돼

전립선비대증 치료 뒤 영국의 찰스 3세 국왕에게 전립선암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온 뒤 다시 전립선암이 아니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의 헤프닝이 최근 벌어진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전립선암 자체에 정말 문제가 되는 전립선암이 있고, 치료가 필요 없는 상태의 전립선암이 있는 까닭이다. 

남성의학의 대가 김세철 원장(명동 이윤수&조성환 비뇨기과)은 유튜브 채널 '나는 의사다 - 찰스 3세 국왕, 전립선비대증 치료 중 발견된 암?! - 노노비뇨기과 EP.55' 편에서 미국에서 흑인과 백인의 시체부검을 하면 생전에 진단되지 않은 전립선암 발견률이 흑인에서 약 50%, 백인에서 약 30%에 달한다며 그런 것을 자멸성 전립선암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실제 전립선암으로 진단되는 경우인 임상적 전립선암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찰스 3세 국왕에게 발견된 암이 '자멸성 전립선암'이라는 의미로, 자멸성 전립선암은 현재 치료가 필요 없는 암이기 때문에 조직학적으로는 '전립선암'이지만, 임상적 전립선암처럼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암이 아니기 때문에 전립선암이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는 것이다. 김세철 원장은 "자멸성 전립선암은 진단 받기 전 다른 병으로 사망한다"며 "조직학적으로는 전립선암이 나왔지만 임상적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전립선비대증 치료를 하다가 어떻게 찰스 3세 국왕은 우연히 전립선암 진단을 받게 된 것일까?

노화로 인해 고령의 남성 대부분은 전립선비대증을 갖게 되는데, 전립선비대증이 심하면 소변이 잘 나오지 않아 요로폐색 등의 심각한 문제를 겪기 때문에 수술로 제거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요즘 전립선비대증 수술은 거의 대부분 요도를 통해 내시경이 들어가서 비대된 전립선을 절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립선비대증으로 수술을 앞둘 때는 보통 전립선암 선별검사인 PSA검사를 하는데, 이때 PSA 수치가 높으면 암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수술 전 전립선조직검사를 한다. 70대에서 PSA 수치가 5 이하이면 정상치로 보고, 5 이상이면 전립선암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김 원장은 "비대된 전립선 조직에 대한 조직검사에서 우연히 전립선암이 발견됐다는 것은 수술 전 우려할 정도의 PSA 수치가 아니었다는 것"이라며 "수술하면 절제된 조직에 조직검사를 하게 된다. 그곳에서 전립선암이 뒤늦게 발견됐다는 것"이라며 자멸성 전립선암에 무게를 실었다. 

이미지 캡쳐=유튜브 채널 '나는 의사다'
이미지 캡쳐=유튜브 채널 '나는 의사다'

찰스 3세 국왕에게 생긴 전립선암의 위치도 이번 보도로 추정해볼 수 있다. 전립선은 총 세 구역으로 나뉘는데, 중심대와 이행대, 말초대가 그것이다. 찰스 3세 국왕의 전립선암은 이 가운데 말초대에 생겼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행대에 생긴 자멸성 전립선암이 가능성이 현재 가장 높다. 김세철 원장은 "전립선비대증은 모두가 이행대에 생기는 것"이라며 그 까닭을 말했다.

하지만 전립선의 말초대에 전립선암이 생겼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 원장은 "전립선암은 70%가 말초대에서 생기고, 이행대에는 한 20%, 중심대에서는 한 10% 발견되는 것으로 나와있다"며 "전립선비대증 수술 시 말초대는 보통 그대로 가만히 두지만, 전립선비대증을 철저하게 절제해내는 과정에서 더욱 깊이 절제를 했기 때문에 말초대의 조직이 함께 나와서 거기 있는 암이 발견됐을 수도 있다. 수술하다보면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게 있다"고 설명했다.

전립선비대증 수술 뒤 우연하게 전립선암이 발견되는 확률은 전체적으로 5% 미만인데, 지역이나 인종에 따라서 그 수치가 더 낮을 수도 있고 더 높을 수도 있다.

실제 전립선비대증 수술 후 우연히 발견된 전립선암 발생률이 이란에서는 19.9%로 조사됐다. 또 여러 인종이 모여사는 미국에서는 시체부검에서 생전에 진단되지 않은 전립선암 발견률이 흑인은 50%에 가깝고, 백인은 30%에 가깝다는 보고가 있는데, 이런 암은 거의 자멸성 전립선암이다. 

김세철 원장은 "보도에서는 찰스 3세 국왕에게 전립선암이 발견됐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전립선암은 아니다라고 하는 근거가 자멸성 전립선암이라서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자멸성전립선암의 경우는 주기적으로 피검사를 해서 PSA 수치가 오르지 않고 그대로이면 암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관찰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사실 전립선비대증으로 치료 중 발견된 전립선암 중 '임상적 전립선암'의 경우는 많지 않다. 실제 전립선비대증으로 내시경절제술을 한 뒤 전립선암이 진단된 한국인 남성 156명 가운데 글리손 점수(2~10점 척도, 전립선암의 악성도를 보여주며 점수가 올라갈수록 악성도 높음)로 봤을 때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20% 미만에 불과하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이 연구에서 글리손 점수 2~5점인 사람이 47명(30.1%)이었는데, 이 점수대의 전립선암은 다른 치료를 절대 안 하고, 그냥 관찰만 한다. 글리손 점수 6점(80명, 51.3%)인 전립선암도 그냥 관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전립선비대증 치료 중 발견된 전립선암의 81.4%가 적극적 치료에서 배제되는 성질을 보인 것이다. 

김세철 원장은 "국내  전립선비대증으로 치료 중 발견된 전립선암의 80% 이상이 바로 어떤 처치를 해야 할 정도의 전립선암이 아니고, '자멸성 전립선암이 아니겠느냐' 하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자멸성 전립선암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없는 상황이니 주기적으로 PSA 검사를 해봐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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