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윤재호 교수에게 듣는 '백혈병'

국내 백혈병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국내 출생아 수가 줄면서 소아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백혈병을 앓는 환아 수는 줄지 않고 그대로여서 소아 백혈병 발생률 상승이 관측되고 있고, 성인 백혈병 환자도 10년 사이 50% 이상 는 것으로 추계된다. 그렇다면 국내 백혈병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윤재호 교수 유튜브 채널 '나는 의사다'에서 "선천적으로 취약한 어떤 유전체를 갖고 있던 사람이 후천적인 환경적인 요인들이 합쳐짐으로써 (백혈병 발병이) 벌어진다고 보고 있다"며 "다만 급성 백혈병은 적어도 2개 이상의 유전체 변이가 합쳐져야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백혈병은 인체 조혈기관인 골수의 정상 혈액세포가 '특정 원인'으로 인해 암세포로 전환, 증식하면서 발생하는 혈액암을 말한다. 특히 만성 백혈병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급성 백혈병'일 때, 적어도 2개 이상의 유전체 변이가 합쳐져야 된다고 혈액암 전문 의료진이 예측하는 이유가 있다. 

윤재호 교수는 "정상적으로 백혈구가 분화되지 못하게 하는, 분화를 멈추는 유전자 변이가 하나 있어야 될 것이고 미성숙한 세포를 과다 증식시켜야지 정말 암이 될 것이 아닌가"라며 "그래서 최소한 2개 이상은 합쳐져야 (급성 백혈병일 때와 같은) 그런 현상이 나타나겠지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백혈병이 유전병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윤 교수는 "부모에게 (백혈병 환자와 같은) 유전자 돌연변이는 없다. 이것은 유전병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외부 인자에 취약한 유전자는 분명히 물려받았을 가능성은 있다. 절대적으로 유전병은 아니나 유사한 어떤 암성 질환이 나타나는 집안에 많이 나타나는 경향성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백혈병은 혈액암 가운데 현재 가장 널리 알려진 암으로, 백혈구에서 기원한 암을 통칭한다. 암 중에서도 백혈병은 굉장히 복잡한 암이다. 우선 백혈구의 종류는 호중구, 호산구, 호염기구, 림프구, 단핵구 등 다양한데, 그 모든 백혈구 하나하나가 다 암이 될 수 있다. 또한 백혈병은 다른 암과 다르게 급성과 만성이라는 분류로도 나뉜다.   

윤재호 교수는 "특히 급성 백혈병은 최종적으로 아직 호중구나 호산구, 림프구가 되기 전 단계, 골수로부터 세포가 발달해서 백혈구가 되는 과정의 발달 단계에서 문제가 생긴 세포가 암세포로 과다 증식하는, 미성숙 세포의 개념이 도입된 게 급성 백혈병"이라고 설명했다. 

급성 백혈병은 미성숙한, 즉 분화가 안 된 세포가 암세포로 진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골수의 환경이 굉장히 악화될 수 있다. 암세포는 굉장히 빠르게 증식하는 특징을 지니는데, 급성 백혈병일 때는 분화가 안 된 '미성숙 세포'가 과다 증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백혈병 환자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다. 

만성 백혈병은 분화가 다 끝난 세포들이 악성화돼 늘어나는 것으로, 미성숙 세포가 악성화돼 늘어나는 급성 백혈병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또한 백혈병은 '골수성'과 '림프구성'으로 나뉘며 흔히 급성 골수성 백혈병,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급성 림프모구 백혈병), 만성 골수성 백혈병,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4종류로 분류한다.  

윤 교수는 "백혈구의 기원은 조혈모세포로, 크게 골수의 어미 세포와 림프구의 어미 세포로 나눈다. 적혈구, 혈소판도 다 골수의 어미세포에서 분화되는 세포들이다. 호염기구, 호중구, 호산구, 단핵구 등이 다 골수의 세포들"이라며 "그 세포들에서 암세포가 생기면 대부분 골수계질환이고, 림프구에는 사실 몇 개 없다"고 말했다. 

실제 림프구는 B림프구, T림프구, NK림프구 등이 있는데, 림프구성 백혈병의 절대 다수는 B림프구, T림프구의 문제다. 특히 B림프구, T림프구로부터 기원을 하는 아세포(아직 성장하지 않은 세포)가 암세포가 되는 것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라고 하는데, 이 백혈병은 전체 소아 백혈병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아 혈액암의 대명사다. 

그렇다면 급성과 만성 이름이 붙을 때 어떤 차이가 있을까. 윤재호 교수는 "급성은 골수를 파괴하고 환자에게 증상을 일으키고 하는 제반적인 양상이 훨씬 빠르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만성의 경우는 굉장히 천천히 진행하는 양상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종류의 백혈병이 급성과 만성에 따라 동일한 특성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윤 교수는 "물론 순한 놈도 건드리면 무섭다고 하는 것처럼 만성골수성백혈병, 만성림프구성백혈병도 어떤 추가적인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굉장히 공격적인 타입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며 "마치 거의 급성 백혈병에 준할 정도의 모습으로 바뀌기도 하는데, 그 비율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급성 골수성 백혈병과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중 실제 발생률은 어떤 것이 더 높을까. 윤재호 교수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훨씬 많다. 거의 3~4배 가까이 된다"며 "절대 다수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거의 성인에 발생하는 질환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소아에 흔한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은 좀 독특하게 영유아 때 발생이 상당히 높은 암이다. 윤 교수는 "백혈병이라는 게 유전자의 돌연변이들 때문일 텐데 소아에서부터 굉장히 일찍 발현되는 유전자 돌연변이들이 골수성보다는 림프구성에서 좀 더 많은 게 아닌가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혈병은 급만성 성질은 때론 바뀌기도 한다. 윤재호 교수는 "만성 성질을 가졌던 타입이 급성 성질을 띠는 공격성을 갖게 되는 쪽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굉장히 공격적인 타입으로 바뀌고, 흡사 급성 백혈병의 임상 양상을 띨 정도로 진행한다"며 "하지만 급성에서 만성으로 간다는 것은 백혈병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급성 백혈병과 만성 백혈병은 예후도 확실히 다르다. 윤 교수는 "급성은 완치 아니면 죽음"이라며 "만성은 말 그대로 조절하면서 갈 수 있는 병이다. 소위 경구 표적치료제만을 가지고도 95% 정도가 10년 이상 생존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만성 백혈병의 5% 이상은 다른 예후를 보인다. 

윤제호 교수는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최근 경구 표적치료제 중 1차 약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된 약들도 있고, 기본적으로 장기간 치료를 할 수 있는, 조절하면서 갈 수 있는 병인데 급성의 성질을 띠는 쪽으로 넘어가는 퍼센트가 한 10%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염두해 둘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급성은 만성보다 예후가 나쁘다. 윤 교수는 "급성은 림프구성이든 골수성이든 비슷한 수준의 생존율을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5년 생존율을 40% 정도로 보이고 있다"면서도 "서브 타입들이 엄청 많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면 완치율이 80%부터 20%까지 다 나뉜다. 평균치가 40% 정도가 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급성 백혈병 서브 타입으로 나눌 때, 예후에 크게 영향을 주는 것 중 하나가 필라델피아 염색체 여부다.

윤재호 교수는 "B세포 림프모구 백혈병은 B세포 림프구가 정상적로 성장해서 면역세포로 역할하면 되는데 정상 B세포 림프구가 되기 전 뭔가 유전자 돌연변이가 일정 세포 안에서 생기기 시작한 것"이라며 "분화를 멈추는 유전자 변이가 있을 것이고, 과다하게 증식시키는 유전자가 있을 텐데 필라델피아 염색체는 과다 증식으로 상당히 중요한 유전자"라고 설명했다.

백혈병이 의심된다고 해서 병원으로 왔을 때 백혈구 수치가 보통 1만개 정도까지가 정상이라면 보통 백혈병 환자는 한 3만~4만개로 백혈구 수치가 오른다. 이에 비해 필라델피아 양성 백혈병 환자는 백혈구 수치가 10만개 이상 확 높아져서 진단되는 경향성을 보인다. 

윤 교수는 "물론 필라델피아 양성만으로는 안 된다. 그것도 분화가 되지 못하게 하는 게 뭔가 합쳐졌을 때 결국 급성 백혈병이 될텐데 필라델피아는 대표적인 과다 증식시키는 유전자의 특성을 가진다"며 "실제 필라델피아 양성이지만 백혈구 수치가 생각보다 안 높은 타입도 있다. 또 음성이지만 진단 시 되게 높은 타입도 있다"며 "진단 시 백혈구가 굉장히 공격적으로 많이 만들어지는 타입들이 대개 아무래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백혈병은 발병 뒤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골수 기능이 셧다운될 때까지 악화되면서 온갖 증상들이 나타나며 흔히 진단되는 병이다.

윤재호 교수는 "자꾸 감기가 안 낫고, 염증 같은 게 생겼는데 젊은 사람 같으면 항생제 쓰면 금방 나야 되는데 중증으로 넘어간다거나 폐렴이 반복되고 이런 식의 뭔가가 생길 수가 있다"고 백혈병의 증상을 설명했다. 

또 윤 교수는 "급성 백혈병의 경우에는 혈소판 감소가 심한 경우가 많다. 멍이 잘 들고, 지혈이 안 되는 양상이 보통 하지로 피가 몰리면서 하지자반증(하체 부위의 멍)이 많이 확인된다"며 이전과 다른 빈도나 강도가 센 피로감, 멍 등이 있다면 어느 의료기관에서나 할 수 있는 혈액검사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수치를 확인할 것을 권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