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박시내 교수에게 듣는 '이명'
이명은 외부에 어떤 소리 없이 내 몸안에서 나는 소리를 내 몸을 통해 듣는 현상을 말하는데, 일상에서 굉장히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고음에 노출된 뒤 이명이 잠시 생기는 것과 같은 '생리적 이명'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하루 총 5분 이상 이명으로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치료가 필요한 이명일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박시내 교수는 유튜브 채널 '나는 의사다'에서 "피곤할 때 2분 정도의 삐- 소리는 생리적 이명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도 "하루에 합산해 5분 이상의 이명을 느낀다면 생리적인 상태는 좀 벗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 이명 유병률은 굉장히 올라간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전체 인구 중에 고령으로 가면 거의 30~40%까지 느낄 정도"라며 "나라마다 다른데 우리나도 상당히 높은 퍼센트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이명은 불치병으로 치부됐지만, 최근엔 달라졌다. 박시내 교수는 "과거에는 이명이 분류도 잘 되지 않았다. 신경에서 나는 이명이 어떤 기전으로 발생하고 계속되는지를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전문의들조차 이명이 불치병이라고 했다"며 "최근 20~30년 동안 괄목할만한 과학적인 발전이 있으면서 이명의 기전이 밝혀지고 그런 기전을 역행해서 원상태로 돌려주는 치료법들이 많이 개발됐다"고 말했다.
이명은 종류가 여러가지다. 먼저 생리적으로 달팽이관, 청신경에서 언제든지 신경에너지가 발생하면서 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전이 굉장히 많이 있다. 갑자기 고음에 노출된 경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달팽이관이나 청신경의 문제로 삐, 위, 쉬, 쏴 같은 소리가 하루 5분 넘게 들린다면 '감각 신경성 이명'일 수 있다.
근육 경련으로 인한 이명도 있다. 귀 근처에 있는 '우리 몸에서 가장 작은 근육' 중이근이 떨 때 발생해 드르륵, 부스럭, 지지직 같은 소리가 수시로 들린다면 '중이근 경련성 이명'일 가능성이 높다. 또 목젖 부분의 근육 '구개근'도 과도하게 쓰면 경련이 이는데 그때 클릭음처럼 딱딱딱 소리가 날 수 있다. 이런 이명을 '구개근 경련성 이명'이라고 하는데, 침을 삼킬 때 들리기도 하고 그냥 가만히 있어도 들릴 수 있다.
혈관성 이명도 있는데, 귀 근처의 큰 혈관인 정맥과 동맥에서 심장박동에 맞춰 들리는 이명이다. 주로 정맥에서 들리는 소리가 좀 낮고 부드러운 욱욱욱 소리가 나고, 동맥과 정맥이 연결된 동정맥루 같은 질환이 생겼을 때 슉슉슉 약간 고음으로 다양한 종류의 박동성 이명이 들리기도 한다.
또 다른 카테고리의 이명이 이관에서 생기는 이명이다. 이관이 원래는 평소 닫혀 있다가 침을 삼킬 때 열리는 기능을 하면서 중이 안에 적절하게 공기가 차도록 하는 기능을 하는데, 이관이 살짝 열려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박 교수는 "이관개방증과 같이 이관이 열려 있으면 그때 이명은 자기 목소리"라며 "숨소리나 목소리가 본인 귀를 통해 끊임없이 들리기 때문에 굉장히 괴롭다"고 설명했다. 이관개방증의 대표적 원인은 급격한 체중감량, 만성 스트레스 등으로 꼽힌다.
소음에 심각하게 노출된 다음에 유모세포(달팽이관의 코르티기관에 위치한 세포)가 손상받거나 자극되면 그때도 이명이 생길 수 있다. 대개 이명이 발생하는 기전은 해당 영역의 청력이 떨어졌을 때 그것을 보상하기 위해 뇌의 여러 회로에서 보상하는 에너지가 생기면서 발생한다.
박시내 교수는 "이론적으로 달팽이관에서 세포가 만들어내고 그것을 뇌 안에서 돼새김하고 보상하려고 관여하면서 네크워크 같은 것을 만든다. 쉽게 이명의 길이 만들어져서 이명을 계속 느끼는 것이라고 표현한다"며 "그 네트워크가 결국 청신경로 주변에 감정과 신체 반응을 담당하고 기억을 담당하는 신경회로들인데, 이런 회로가 굉장히 예민하게 크게 발달된 사람일수록 이명이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청력이 많이 떨어진 '난청' 증상이 있지만 이명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런 사람들은 이같은 네크워크가 안 만들어진 사람이다. 하지만 난청이 갑자기 오면 이명은 거의 대부분 사람들에게 있는데, 청력이 갑자기 떨어졌기 때문에 뇌가 그것을 인지하고 보상하려고 하는 과정이 생기는 게 일종의 기전인 까닭이다.
이런 경우 특화된 치료법이 있다. 바로 보청기를 맞춰서 잘 듣게 해주는 것이다. 박 교수는 "갑자기 청력이 떨어지면 대부분 이명을 호소하고 병원에 온다"며 "1~2년 지나도 청력이 회복되지 않을 때 너무 이명으로 고통스럽다면 보청기를 아주 잘 피팅해 정상 청력에 가깝게 맞춰주는데, 그러면 이명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청력이 더 크게 떨어졌을 때는 인공와우(보청기를 사용해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난청 환자의 청각신경에 전기적 자극을 줘 손상되거나 상실된 유모세포의 기능을 대행하는 전기적 장치)를 넣는 치료가 효과적이다. 인공와우수술은 한쪽 귀가 정상이고 다른 쪽 귀에만 난청인 환자에게도 많이 하는 치료법이다.
박시내 교수는 "인공와우수술 2~3주 뒤에 개개인에 맞춰 소리 자극을 설정하면 소리가 들어가는 순간 이명이 안 들린다"며 "인공와우 기계를 떼면 이명이 다시 생길 것 같은데, 많은 환자들이 한두 달 지나서 이명이 없어졌다는 표현을 한다"고 인공와우 치료 효과를 언급했다.
현재 이명은 난청 정도에 맞춰서 약물치료, 수술치료, 보청기, 인공와우 등의 치료를 시도한다. 또 이명에 대해 굉장히 불안감이 있을 때 그 증상 자체가 강화되는 것을 해결하는 적절한 상담치료를 받으면 이명의 완치율이 올라간다.
박 교수는 "약물치료는 너무 예민해진 뇌를 좀 억제해주는 만성 이명 환자에게 쓰는 것"이라며 "또 갑자기 생긴 난청 때문에 오는 이명이라면 그 난청을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스테로이드나 이뇨제 등을 써서 청력을 정상화시키면 이명이 치료된다"고 설명했다.
혈관성 이명 중 수술로 치료할 수 있는 유형이 있다. 귀 근처의 큰 정맥동인 S자 정맥동을 덮고 있는 두꺼운 뼈가 선천적으로 없거나 결손되거나 얇아져서 혈관성 이명이 초래된 경우가 대표적이다.
박시내 교수는 "S자 정맥동을 잘 덮어주는 수술을 하면 바로 수술 뒤 이명이 안 들린다. 10년 동안 괴로웠는데 드라마틱하게 완치된다"며 "수월하게 치료되는 이명도 많으니까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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