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남궁기 교수에게 듣는 'Do your best'의 미학

우리는 늘 최선을 다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산다. 그 말은 마치 나의 100%, 때론 100% 이상을 쏟아부으라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우리가 늘상해야 하는 공부나 일이라면 늘상 100%를 쏟아부으며 살 수 없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남궁기 교수는 '나는 의사다-[남궁마트 Ep4]'에서 "내가 100%, 120%의 노력을 다 해 제일 좋은 대학, 제일 좋은 직장을 갈 수는 있지만 내 능력 한계 내에서 100%를 이용해 유지해야 되는 것이라면 그 사람이 얼마나 힘들고 불행하겠느냐, 또 얼마나 실패 확률이 높아지겠느냐"고 설파했다. 

남궁기 교수는 "'Do your best'를 착각하면 안 되는 게 내가 짜낼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나는 그것이 긴 시간 동안의 성실성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80%로 꾸준히 갈 수 있는 것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100%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쓰는 것이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최선이고, 어떻게 해야 나의 정신건강을 해치지 않으며 건강하게 이번 생을 잘 살아낼 수 있을까. 

남궁기 교수는 "내가 어떤 목표를 세웠다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120%를 계속 써야 된다고 생각하면 목표를 수정한다. 그리고 그 목표가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비한다"며 "80%를 써서 이뤄지지 않아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100%가 필요한데, 80%로 했으니까 당연히 안 되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나한테 오는 환자들, 특히 젊은 분들은 자기가 '나의 최선'을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 상실감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다"며 "내가 볼 때는 잘 하고 있는데, 상호검증이 안 된 것이기에 '그 정도면 최선을 다한 것이고, 그 보다 더 하면 엔진이 터진다'라고 튜닝을 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액면 그대로 '내 능력의 100%를 쏟아부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때의 결과는 어떨까.

남궁기 교수는 "미국 아이비리그에 가면 한국 학생들이 인구 대비 꽤 많다. 그런데 얼핏 50%가 중도탈락을 한다고 들었다"며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의 120%를 써서 하버드대학에 들어가면 그 상태를 유지하려고 계속해서 120%의 자기 자원을 사용해야 되기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궁기 교수는 "자동차는 최고 속도가 220km까지 돼있지만 220km로 계속 밟고 가면 엔진이 터진다. 순간 속도가 220km라는 거지, 220km로 밟고 가라는 소리가 아니다"라며 "최고속도를 내고 가면 자동차가 망가지듯이 사람에게도 사고가 난다. 최고 속도는 여유 공간을 만들기 위한 것이지 실제 그것을 쓰라고 만들어 놓은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선을 다 한다는 게 80%만 쓰는 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지 내가 갖고 있는 자원의 100~120%를 쓰는 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과부하가 걸리는 것"이라며 "목표에 대한 개념하고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반드시 같이 다녀야 할 것 같다. 노력의 80%를 해서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잡는 게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목표가 100%였으면 그것을 80%로 내려잡는 것이 성취감을 이루는데, 정신건강에 굉장히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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