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제생병원 유정현 과장에게 듣는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골드미스의 삶을 청산하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포부를 가진 임산부는 의욕에 차서 자연분만으로 건강하게 아이를 낳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임산부의 의욕만으로 자연분만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노산일수록 자연분만은 생리적으로 쉽지 않다. 때문에 제왕절개 수술을 한 것에 대해 '나의 노력이 부족해서'라는 죄책감을 갖을 필요는 전혀 없다.   

분당제생병원 산부인과 유정현 과장은 유튜브 채널 '나는 의사다- [분만 몰아보기] 노산이면 제왕절개 해야 할까?|분만실 직원들이 제왕절개를 많이 하는 숨겨진 이유'에서 "골드미스의 특징이 내가 노력하면 다 된다고 알고 있는데, 자연분만은 내가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연분만은 아이가 나오는 '산도'가 열려야 가능한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미스였던 임산부에게 특히 더 자연분만이 힘든 이유가 있다. 유정현 과장은 "출산을 하려면 계속 골반 뼈가 벌어져야 한다. 그런데 아기 크기는 (산모의 나이와 상관없이) 거의 같고 산도가 벌어지는 것은 나이가 들수록 한계가 있다"며 "때문에 만으로 37~38세가 넘은 임산부는 '자연분만'을 반드시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물론 자연분만이 배를 절개하지 않는 데다 수술로 인한 출혈과 감염 위험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제왕절개보다 당연히 더 좋은 분만법이지만, 자연분만을 힘들게 하면 제왕절개보다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유 과장은 "자궁 앞에는 소변이 나오는 길이 있고, 자궁 뒤에는 대변이 나오는 길이 있다. 아기가 산도로 나오면서 앞뒤의 소변과 대변이 나오는 길이 다 다칠 수 있는데, 그것을 다치면 제왕절개보다 더 힘들다"며 "그런 우려가 있다고 생각될 때는 수술하는 게 훨씬 안전하다"고 권했다.

처음부터 계획한 제왕절개가 아니라, 자연분만을 한참 시도하다가 갑자기 제왕절개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유가 있다.

유정현 과장은 "자연분만 중 수술을 고려하는 이유는 산도가 잘 안 벌어지기 때문"이라며 "잘 벌어지는 사람도 있고, 잘 안 벌어지는 사람도 있다. 보통 자궁문이 3~8cm 열릴 때가 제일 힘들다. 그 상태로 있는 시간이 길어져 산도가 벌어지지 않으면 아기는 못 나오고, (한참 뒤 벌어져) 나오더라도 너무 힘든 난산이 된다. 이때 난산을 피하는 방법은 수술"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산모와 뱃속 아이가 건강하다면 자연분만을 끝까지 시도해볼 수 있지만, 기다려도 골반뼈가 충분히 벌어지지 않아 산도가 조금 벌어진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힘들게 자연분만을 하다가 제왕절개를 하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이런 까닭에 모든 내막을 잘 아는 분만실 직원들은 처음부터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비율이 더 높다. 

42세에 결혼해 44세에 출산한 유 과장도 계획적인 제왕절개 출산을 했다. 유정현 과장은 "(분만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아니까 (분만의 고통을) 못 참을 것 같다. 모르면 몰라서 하지 그것을 알고서 할 수 있나"라고 반문하며 분만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제왕절개율이 조금 높은 이유도 분만에 대해 잘 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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