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서울아산 업무 지침 논의…이미 시행 병원도
간호사업무범위 제도화, 전문간호사 수가 등 요구 나와
간호사가 의사의 일부 업무를 담당토록 하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이 시행 중인 가운데, 관련 현장 간호사들은 다소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이걸 간호사가 왜 해야 하느냐”, "이번 기회에 업무 범위 법제화와 수당 요구까지 해야 한다", "정부의 '보여주기식' 정책"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부터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의료현장의 공백을 의사 업무의 일부를 간호사에게 위임해 보완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달 7일에는 간호사 위임 불가능 업무 등을 정리한 보완 지침을 배포했다.
세브란스병원은 7일 임상전담간호파트 대표들과 면담을 갖고 업무 지침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병원들도 구체화된 지침을 바탕으로 진료과와 간호사에게 위임 가능한 업무를 조정하는 등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병원들도 있다. 수도권에 위치한 A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B간호사는 “인턴의 업무였거나 혹은 비공식적으로 PA 간호사 업무로 여겨지던 것들이 PA 간호사 업무로 내려왔다. 병원이 PA 간호사 등과 함께 논의해 위임 불가능한 업무 등을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범사업에 대해 현장 간호사들은 이번 기회에 PA 간호사를 법제화하고, 업무범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등의 입장도 내비쳤다.
서울아산병원 소속 C전담간호사는 “이번 시범사업과 관련해 현장 간호사의 70%는 ‘왜 간호사가?’라는 반응이며 20%는 ‘직무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보는 것 같다. 나머지 10%는 관심 없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의사들이 너무 많은 업무를 하고 있어 본연의 업무가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위임 가능한 업무들을 전문지원인력에 위임하고 전문성을 키운다면 의사들의 업무 부담도 줄고 더 나은 의사결정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될 듯 싶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간호사 업무 범위 명확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했다.
C전담간호사는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왜 네가 이 업무를 하느냐’고 트집 잡는 이들도 있고 ‘나도 할 수 있는데 왜 저 사람만 가능한가'라며 시비거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갈등도 생길 수밖에 없다. 간호사 업무 범위 명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시내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D임상전문간호사도 “이제까지 전문간호사 수가에 대한 논의는 나왔지만 구체적인 업무 범위가 없기에 진전되지 않고 있었다. 앞으로는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B임상전문간호사도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도 든다”며 “지난 십여년 동안 PA 간호사가 엄청난 논쟁거리였는데, 비상 상황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업무 지침까지 내리고 있다. 조금 혼란스럽더라도 이번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PA 제도화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반면 전공의 사직의 여파로 PA 간호사의 업무 부담이 늘고 있음에도 ‘전공의가 없다’는 이유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하지 않는 종합병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의 시범사업 보완 지침에 따르면 종합병원도 시범사업 대상 의료기관이다.
경기도 내 종합병원에서 정형외과 소속 PA 간호사로 활동하는 E간호사는 “우리 병원에는 전공의들이 없다. 그 이유로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전공의가 사직한 병원들에서 수술이 급하다고 판단한 환자를 모두 우리 병원으로 전원하고 있다. 그 탓에 PA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도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PA 간호사 사이에선 시범사업을 하더라도 이후에 버려지는 존재가 될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어차피 의사들은 병원으로 돌아올테니 정부도 의사에게 ‘보여주기식’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것 아닌가”라고 자조했다.
그러면서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할 일들을 하고 있는 만큼 이번 시범사업으로 PA가 법제화됐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그러나 큰 기대도 없다”고 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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