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압 정상이어도 발병…근시 있거나 눈 노화 진행 중이면 주의해야
‘녹내장’은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과 함께 세계보건기구(WHO)가 선정한 3대 실명 질환 가운데 하나다. 녹내장은 높은 안압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시신경이 견딜 수 있는 안압 정도는 개인마다 다른 만큼 안압이 정상 범위에 있어도 발병할 수 있다.
녹내장은 초기 증상을 알아채기 쉽지 않다. 증상이 나타나면 녹내장이 상당히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 근시가 있거나 노화가 진행 중이라면 녹내장 발병 위험이 커지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녹내장은 상대적으로 높은 안압이 시신경을 손상시켜 시야가 좁아지는 질환이다. 이때 높은 안압은 특정 수치가 아닌 개개인의 시신경이 견딜 수 있는 적정 안압보다 높은 수준을 의미한다. 고령층에서 녹내장이 많이 발견되는 이유도 나이가 들면서 안구 노화로 시신경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정상 안압 범위는 10~21mmHg이다. 안압이 이 범위 안에 있으면 녹내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정상 안압 범위는 녹내장이 아닌 사람들의 안압을 통상적으로 측정했을 때 나온 결과다.
정상 안압 범위에 속해있다고 녹내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개인별로 시신경이 견딜 수 있는 안압은 정상 안압으로 수치화한 범위와 다를 수 있다. 눈이 견디지 못한다면 안압이 15mmHg 정도여도 녹내장이 생길 수 있다.
반면 높은 안압도 잘 버티는 눈이라면 안압이 30mmHg까지 상승해도 녹내장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또, 각막이 얇거나 물렁한 사람은 안압이 낮게 측정될 수 있다. 실제 안압이 높지만 정상으로 오인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상안압녹내장은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 초기에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중기 이상이 되면 시야가 서서히 좁아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운전할 때 주변 차량이 차선 변경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테니스운동을 할 때 일정 순간에 공이 오는 것을 놓치기도 한다. 계단을 내려갈 때 발을 헛디디는 등 일정 시야 범위를 놓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정상안압녹내장을 포함해 녹내장의 근본 치료는 안압을 낮춰 시신경 손상 진행을 막는 것이다. 안약을 눈에 점안하는 약물치료를 주로 한다. 이때 안압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안압이 조절되더라도 시야가 나빠지는 증상이 지속하면 레이저 또는 수술 치료를 고려한다.
녹내장은 완치가 없는 질환이다. 하지만, 조기 발견을 통해 빠르게 치료를 시작하면 악화를 막을 수 있다. 음주‧흡연 등 안압이 올라갈 수 있는 행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정기 검사를 통해 안압 조절 여부와 진행 정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녹내장을 앓고 있지 않아도 근시가 있거나 눈 노화가 진행 중이라면 정상안압녹내장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정기검진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정종진 전문의는 “정상안압녹내장은 발견이 쉽지 않아 노화와 함께 시신경이 약해질 수 있는 40세 이후라면 정기 안저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한다”며 “만약 정상안압녹내장을 앓고 있다면 약물치료를 통해 안압이 더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해 주는 것이 중요하고, 눈으로 가는 혈액순환을 개선하기 위해 자전거‧달리기 등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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