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군의관 158명 파견…공보의 중 대다수 일반의
법적 면책 논의 부족…의료취약지 지역의료 공백 우려
대공협 이성환 회장 "정부와 업무 부담, 처우 등 소통할 것"

정부가 11일부터 공보의·군의관 158명을 20개 수련병원에 파견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정부가 11일부터 공보의·군의관 158명을 20개 수련병원에 파견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정부가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에서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를 투입하겠다고 나선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파견되는 공보의에 대한 법적 면책과 업무 범위가 논의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지역의료 공백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정부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신뢰가 낮아진 상황에서 이번 파견이 향후 공보의 지원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11일부터 군의관 20명과 공보의 138명, 총 158명을 4주 동안 20개 수련병원에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각 수련병원에 10명 내외로 인력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번에 투입되는 공보의 중 전문의는 46명, 일반의는 92명으로 ‘빅 5병원’을 비롯해 경북대·전북대·충남대병원 등 국립대병원과 사립대병원에 파견된다. 이들은 11일부터 12일까지 업무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 바로 환자 진료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파견을 두고 공보의들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이성환 회장은 10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이번 파견과 관련해 대공협과 논의된 바가 전혀 없다. 9일에 중대본에 문의했지만 어떤 업무를 하게 되는지조차 공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1·12일 교육을 하고 13일부터 진료에 투입된다고 들었는데 사실 이틀도 부족하다. 그런데 11일 하루만 교육하는 곳들도 있어 걱정이 크다”며 “업무에 대한 법적 면책 범위도 전혀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이번에 투입되는 공보의 중 대다수가 의대 졸업 후 바로 복무를 시작한 일반의인 만큼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 회장은 “주 업무가 '필수 진료과의 입원 환자와 응급 환자 관련 업무'로만 명시돼 있는데 파견된 공보의들의 업무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또 업무 범위가 공보의의 능력을 넘어서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며 “당연히 의사인 만큼 할 수 있는 행위지만 충분한 교육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히려 지역의료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특히 전문의에 대해서는 의료 취약지인 점을 고려하지 않고 차출한 사례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산청군보건의료원의 경우 지역에서 갈 수 있는 종착지 같은 병원인데 거기서 전문의 3명을 차출했으며 무주군보건의료원에서도 3명을 차출했다”며 “연천군은 경기도의 유일한 의료 취약지 중 하나인데 연천군보건의료원에서 4명이 차출되자 연천 군수가 직접 곤란하다는 의사를 표명해 조절하는 단계라고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취약지 보건지소의 경우 지금도 한 사람이 2개소를 순환 진료하는 형태가 일반화됐는데 앞으로 한 명이 맡아야 할 보건지소가 3~4개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파견으로 공보의 지원이 더 저조해질 수 있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공보의 수가 점점 줄고 있으며 올해는 공보의 지원이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이런 식으로 '언제든지 공보의를 활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알리는 것을 보면 공보의 제도가 종말을 맞이할 순간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현장 공보의들 사이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급작스러운 파견으로 오히려 의료 현장의 혼선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상 지역에서 근무하는 공보의 A씨는 “미리 파견 사실을 공지했다면 충분한 교육이나 업무 범위 설정이 가능했을 텐데 갑자기 파견이 정해졌다는 사실이 우려된다”며 “코로나19 당시 일반의로 병원에 파견됐는데 당시 병동 관계자들이 전문의가 온 줄 알고 있더라. 그런 점에서 오는 혼선도 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료 중 이번에 차출된 공보의가 있는데 의대 졸업 직후 바로 복무를 시작한 상황이라 걱정을 많이 하더라. 우선 교육이 시작돼야 업무나 배치가 결정되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했다”며 “4주 후 이들이 복귀하면 다시 추첨을 통해 파견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공협은 수련병원에 파견된 공보의에 대한 처우와 업무 부담 등과 관련해 정부와 소통하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공보의 입장에서는 파견 업무를 거부할 수 없다. 이에 파견된 공보의의 업무 부담과 처우 등에 대해 중대본과 소통하고 개선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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