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적용 안 되는 공무원 신분 악용" 불만
이성환 회장 "업무 배정 과정에서 공보의 배제" 지적
공중보건의사들과 군의관들이 수련병원의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파견됐지만 첫날부터 잡음이 나오고 있다. 공보의·군의관들의 숙소 등 처우가 열악한 데다 주 80시간 근무까지 강요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파견된 공보의들이 공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공보의 138명 군의관 20명 총 158명을 20개 수련병원에 파견했다. 이들은 11일부터 12일까지 교육을 받은 후 진료에 투입될 예정이다. 정부는 현장 상황을 고려해 추가로 200명을 투입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파견 첫날부터 현장 공보의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업무 배치 과정에서 공보의의 의견이 일방적으로 배제되고 있으며 면책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공지도 없다는 것이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이성환 회장은 11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근무 환경을 보면 4인 1실 병실을 공보의 숙소로 준 곳도 있다. 그 외에도 주 80시간을 근무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병원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어떤 병원은 “업무 배정에 대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공보의가 배제되고 일방적으로 지시를 받고 있어 현장에서 불만이 많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에 따르면 공보의의 경우 임기제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공보의 근무 규정 중 초과 근무의 경우 1일 8시간씩 월 100시간 범위에서 추가 근무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이 회장은 "공무원이라는 신분적 한계를 악용해 이런 지시를 내릴 수 있다고 했다"며 “업무 규정을 기준으로 할 때 80시간 근무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첫 근무부터 80시간 근무를 통보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공보의들이 행할 의료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어떻게 부담할지 모른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회장은 “파견을 간 공보의들의 업무에 대한 면책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어떤 수련병원은 공보의에게 인턴 업무라면서 척수 천자 업무를 배정했다. 침습적인 행위를 하라고 지시한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척수 천자의 경우 병원에 따라 인턴이 맡은 곳도,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며 “해당 지시를 받은 일반의 공보의는 애초에 척추 천자를 해본 경험이 없어서 이를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공보의 파견이 확대되면 지역의료 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다고도 했다. 특히 보건지소들이 공보의 부족으로 폐쇄되는 상황에서 의료취약지 주민의 의료 접근성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것.
이 회장은 “보건지소에서 근무하던 공보의가 이번 파견으로 지방의료원 응급실 당직을 서게 됐다고 들었다”며 “의료원의 경우 업무 강도도 높지만 중환자도 진료하는 만큼 보통 전문의가 우선 배치된다. 그런데 일반의가 (응급실에) 파견된 것을 볼 때 전문의 우선 배치라는 원칙도 흔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취약지 주민들이 약을 탈 수 있는 의원급 보건지소들이 사실 많이 폐쇄되고 있다. 순회진료가 운영되고 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결국 폐쇄하는 것”이라며 “파견이 확대되면 의료 공백이 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대공협은 파견된 공보의들을 대상으로 피해 사례를 수집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 회장은 "현장 공보의들이 권익침해사례를 신고 받아 수집하겠다"고 말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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