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환우회, 환자 대상 설문 발표로 4월 급여 압박
ADC 제조사들, 탄력 적용 ICER 값에 '의심반 기대반'

국민건감보험공단과 약가 협상 중인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의 4월 급여 적용을 두고 환자들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환자단체는 본인부담금 비율을 높여서라도 하루빨리 신약을 쓰고 싶다는 환자들의 의견을 발표해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고,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 ADC)를 보유한 제약사들은 향후 자사 품목에 적용될 ICER 임계값을 유추하기 위해 엔허투의 보험 약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이하 한유총회)는 지난 5일 국내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유방암 치료 환경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HER2 양성 유방암 환자 1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3.6%는 '유방암 신약 접근성 향상이 가장 절실하다'고 답해, 환자 생존율을 개선한 효과적인 신약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95%는 '혁신 신약이라면 본인부담금 5% 이상도 부담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80%는 본인부담금을 10%(약 30~40만 원)가량 추가로 지불할 의사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유총회 곽점순 회장은 "환자 생존기간을 2~3배 이상 연장할 수 있는 유방암 혁신 신약 '엔허투'의 보험 급여에 대한 환자들의 기다림이 크다"며 "한유총회 홈페이지와 유선 전화 연락을 통해 많은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연락이 오고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곽 회장은 "(엔허투가) 4월부터 급여적용 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아직 정부 약가협상 등의 절차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비율을 높여서라도 신약을 사용하고 싶다고 말하는 환자들이 95%에 달할 정도로 유방암 환자들은 효과적인 신약이 간절하다. 말기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을 위해 혁신 신약에 대한 조속한 보험 적용이 이루어질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엔허투는 지난 2월 1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약평위)로부터 급여 적정성을 인정 받아,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을 진행 중이다. 통상 60일로 약가협상 기한이 정해져 있지만, 약평위 단계에서 9개월 넘도록 정부와 긴밀한 논의가 이뤄진 만큼 건보공단과의 협상을 빠르게 마치고 이르면 4월부터 급여가 적용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유총회의 이번 설문 결과 발표는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협상 결렬이나 지연을 막고자 하는 의지로 풀이된다. 엔허투 한달 투여에 약 2,000만원이 소요되는 만큼 비용 부담으로 치료를 중단하거나 급여까지 치료 시작을 미루는 환자들을 위해 정부가 하루빨리 협상을 타결하도록 압박하는 것.

엔허투의 급여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것은 환자 뿐만이 아니다. 차세대 ADC를 도입해 현재 급여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제약사들 역시 엔허투의 보험약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길리어드는 현재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에 Trop-2 표적 ADC인 '트로델비(성분명 사시투주맙 고비테칸)'를, 아스텔라스는 방광암 치료에 Nectin-4 표적 ADC인 '파드셉(성분명 엔포투맙 베도틴)' 급여 심사를 받고 있으며, 둘 다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해 약평위 소위 단계에 진입한 상황이다.

이들의 관심은 단연 엔허투의 혁신 가치가 적절한 약가로 인정 받을 있는지 여부다. 정부가 엔허투의 경제성 평가에 ICER 탄력 적용을 공언한 만큼, ICER 임계값을 얼마나 인정 받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

업계에서는 5,700만~5,900만원 선이라는 설이 돌고 있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지금까지 정부가 항암제의 ICER 임계값을 5,000만원 이하로 적용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업계 추측은 이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작년 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2018~2022년도 경제성평가 제출 약제의 비용효과성 평가 결과(ICER)'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검토된 10개 항암제의 ICER 중앙값은 3,999만원으로, 최소값 2,496만원부터 최대값 4,792만원으로 평가 받았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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