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암학회, 첫 'TACE 전문가 합의 의견' 통해 치료 가이드 제시
2cm 이하 종양, 약물방출미세구 TACE 보다 통상적 TACE 효과↑
담도질환 병력 환자, TACE 시 '예방적 항생제 투약' 간농양 위험↓

수술과 더불어 간암 국소치료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경동맥화학색전술(TACE·Transarterial Chemoembolization)에서 '약물방출미세구 TACE'의 치료 효과가 '통상적 TACE' 보다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약물방출미세구 TACE의 효과가 진짜 높을 때는 따로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TACE는 간암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영양동맥에 화학색전물질을 주입해 항암치료 효과와 더불어 종양에 산소와 영양분 공급을 차단하는 2중 효과를 노린 치료법이다. 크게 화학색전물질로 항암제를 사용하는 '통상적 TACE'와 약물방출미세구를 넣는 '약물방출미세구 TACE' 등으로 나뉜다. 

40년 넘는 역사를 지닌 TACE에서 약물방출미세구 TACE는 영양동맥에 걸린 약물방출미세구에서 고농도 항암제가 서서히 방출돼 이론적으로 통상적 TACE 보다 치료 반응이 더 높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러 연구를 기반으로 대한간암학회가 처음으로 제정한 TACE 가이드라인 '2023 간세포암종 경동맥화학색전술 전문가 합의 의견'에서는 2cm 이하의 간암에서는 약물방출미세구 TACE의 국소종양반응률이 통상적 TACE의 치료보다 낮은 것으로 최종 정리됐다. 

실제 약물방출미세구 TACE의 국소종양반응률이 최상의 반응률을 보이는 때는 2~5cm 크기의 종양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TACE 치료 가이드가 담긴 간암 치료 전문가 합의 의견은 17일 열린 제17차 간암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책자로 처음으로 발행, 배포됐다. 

17일 열린 간암학회 기자간담회에서 유수종 학술이사(서울대병원 교수)는 "간암 치료에서 경동맥화학색전술이 많이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의 통일된 시술 방안이 마련된 바가 없었는데 최초로 TACE 시술 방법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해 발표하게 됐다"며 의미를 짚었다.

김성은 교육이사(한림대성심병원 교수)는 "TACE를 잘 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일본과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생각된다"며 "TACE는 할 수만 있으면 간암 환자에게 너무 좋은 치료법이지만, 미국에서는 받을 수도 없고 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비용도 너무 비싸다"라고 설명했다. TACE는 전세계에서 이뤄지는 간암 치료지만, 국내에서 간암 수술과 더불어 활발히 이뤄지는 이유가 있다. 

우선 TACE는 손기술이 많이 요구되는 시술인데, 국내 의료진의 손기술 수준은 글로벌에서 따라오기 어려울만큼 높다. 실제 학회 전문 의료진들도 미국이나 유럽의 인터벤션 의사에 비해 수기 차이가 엄청 난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 시술은 간암이 많이 진행돼 있으면 잘 안 되는데, 미국이나 유럽은 우리나라보다 간암이 조금 더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된다. 국내는 국가 간암 조기검진프로그램 등으로 그보다 병기가 덜한 상태로 발견되기 때문에 TACE 대상이 되는 환자가 많아서 TACE 종주국인 일본을 제외하고 글로벌에서 국내 의료진의 실력이 가장 높을만큼 기술력이 발전한 상황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TACE 대상 간암 환자 역시 일목요연하게 정리됐다. 먼저, 간절제, 간이식, 국소치료를 적용하기 어려운 간세포암종 환자 중 전신상태가 양호하고 혈관 침범과 간외의 원격전이가 없는 경우에는 1차 치료법으로 TACE가 권고됐다.

수술이 1차 치료인 조기 간암에서도 TACE 대상을 세분해 제시했다. 환자의 간기능, 초음파 유도의 어려움, 다발성 종양 의심 등 다양한 이유로 수술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차선책으로 조기 간암에서도 TACE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혈관 침범을 동반한 간암에서도 TACE를 고려할 수 있는 때가 있다. 간기능이 양호하고 종양의 범위가 일부 구역에 국한돼 있어 치료에 따른 간부전의 위험이 적을 때에는 적극적으로 TACE 를 고려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생존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또 TACE는 간기능이 좋은 환자가 최적의 치료 대상이지만, 종양이 작고 간 내 국소적으로 위치해 TACE를 아주 일부 혈관에 초선택적으로 하면 간기능이 저하된 간암 환자에게도 시행을 조심스럽게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전문가 합의안에는 TACE 뒤 발생할 수 있는 주요 합병증인 간농양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됐다. 담도 손상 또는 폐색이 있거나, 담도-장관 문합술 또는 팽대부에 담도 스텐트 설치를 한 경우 TACE 후 간농양 발생 위험이 높다.

이 때문에 시술 전 전신 상태에서 간농양이 발생하더라도 치료가 가능한 상태인지 고려해서 TACE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위험이 높은 경우에는 경동맥방사선색전술, 체외방사선치료, 항암제 등의 전신치료 등으로 치료방법을 변경할 것을 고려토록 명시했다. 

또 TACE 전 예방적 항생제 처방이 담도질환 병력 환자의 간농양 합병증 위험을 효과적으로 낮추기 때문에 고위험군 환자에서 선별적으로 목시플록사신, 세파졸린 등을 예방적 항생제로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때 항생제 사용 기간도 명확히 권고됐다. 담도질환 병력이 있는 고위험 상황에서도 2주 이상 항생제 사용이 TACE를 위해 입원한 기간 동안에만 투여했을 때와 차이가 없다며 과도한 항생제 사용에도 선을 그었다. 

약물방출미세구 TACE가 크기가 작은 간암에서 통상적 TACE 보다 효과가 떨어지는 이유도 전문가 합의 의견에 담겼다. 크기가 작은 종양은 영양동맥이 가늘어 액상형태의 항암제와 달리 입자로 된 약물방출미세구는 종양으로 충분히 항암제가 도달되지 않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합의의 근거가 된 연구 대부분에서 약물방출미세구의 크기가 100~300um일 때였음을 감안해야 한다며 크기가 150um 이하인 약물방출미세구에 대한 연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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