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암학회 임현철 회장 "1년에 2번 초음파검사·혈액검사를"
초기 증상 없어 늦게 발견…간염 등으로 새로운 암 발생 위험↑
간암 재발률 높아…최신 간암 치료기법 발달에도 사망자수 여전 

2월 2일은 간암의 날이다. 간암의 날은 지난 2017년 대한간암학회가 간암의 위험성과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했다. 

1년에 2번 간초음파검사와 혈청알파태아단백검사 2가지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치명적인 간암의 조기 진단 길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2월 2일로 간암의 날을 정했다.  

간암학회가 간암의 날까지 제정하며 간암의 조기 검진을 이처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암의 날을 맞아 대한간암학회 임현철 회장(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에게 그 이유를 들어봤다. 

대한간암학회 임현철 회장. 사진=삼성서울병원 제공
대한간암학회 임현철 회장. 사진=삼성서울병원 제공

간암 5년 재발률, 간이식 환자 8~20%·간절제술 환자 50~70% 달해

- 최근 국내 간암 발생에 특이 사항이 있나? 

간암은 간을 이루는 여러 세포에서 발생하는 암을 지칭하며 이 중에 간세포에서 발생하는 간세포암종을 흔히 간암이라고 한다. 그동안 국내 간암의 주원인은 B형 간염이었는데, 항바이러스제의 발달과 예방접종사업으로 B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 발생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된다.

C형 간염도 국내 간암의 주요 원인이다. C형 간염에 대한 예방백신은 아직 없으나 항바이러스제의 효과가 매우 뛰어나 C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 발생도 역시 감소가 예상된다. 하지만 간염 바이러스가 아닌 알코올성 간염이나 식생활과 주로 연관이 되는 비알코올성 지방 간염이 최근에 증가하고 있어 이러한 간질환이 전체 간암 발생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의 깊게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최근 국내 간암 발생률에 있어서 연령표준화발생률(각 연령군에 해당하는 표준 인구의 비율을 가중치로 해서 산출한 가중 평균 발생률)은 감소하나 조발생률(특정 인구 집단에서 새롭게 발생한 악성 암 환자 수를 전체 인구로 나눈 값)은 정체 또는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국내 인구 집단과 간암 발병자들의 연령 분포가 모두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 간은 아파도 증상이 없는 '침묵의 장기'로 알려져 있다. 이런 까닭에 학회도 간암의 날을 제정해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간암을 초기에 발견하기 위해 현재 어떻게 검진이 이뤄지고 있나?

간암 환자의 예후는 진단 당시 병기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조기에 간암을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우리나라에서는 B형, C형 간염이 있거나 간경변증이 있는 경우 국가검진사업으로 간 초음파 및 혈청 알파태아단백 검사를 6개월 간격으로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간경변증이나 지방간이 매우 심한 환자에서는 초음파 영상으로 간암을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도 간혹 있다. 이런 경우에는 보다 간암 진단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 CT(전산화단층촬영) 또는 MRI(자기공명영상)를 이용해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간암은 사망률이 높은 암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간암 사망률은 10만명 당 20.7명으로 알려져 있으며 B형 간염 항바이러스제 사용 및 치료 기법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최근 15년 사이 간암으로 인한 절대 사망자 수는 감소하지 않고 증가한 상태에서 최근까지 유지되고 있다.

간암이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이유는 대부분의 환자에서 동반된 기저 간질환으로 간기능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간암을 일으킨 만성 간염과 간경변증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암이 제거된 뒤에도 남은 간에서 새로운 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에는 간암에 대한 치료가 적절히 시행되기 어렵다.

또한, 간암은 초기 증상이 없기 때문에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비교적 많다. 암은 최초 치료 시작 시 이미 암 세포가 그 장기의 다른 부위로 전이돼 있지만 크기가 너무 작아서 발견되지 않았다가 그 이후 전이가 진단될 수 있는데, 간암에서 이런 경우가 흔하다.

이런 경우에는 적절한 치료를 했더라도 이후 재발이 매우 흔하다. 간암이 간에 넓게 분포하고 있거나 여러 번 재발하게 되면 결국 간기능이 나빠질 확률이 높아져서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돼 지금까지 간암 사망률이 높은 편인 것이다. 

간암에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 간이식이나 간절제술인데, 수술을 받은 후에 5년 재발률이 간이식의 경우 8~20%, 간절제술의 경우 50~7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간암 치료를 잘 받았다고 하더라도 정기적으로 검사를 잘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조기에 간암 재발을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조기에 간암의 재발을 확인하려면 간암의 치료 후 특히 재발이 빈번한 2~3년간 약 3개월 간격의 CT검사 또는 MRI검사와 종양표지자 검사 등으로 추적 관찰을 해야 한다. 물론 그 후에도 위험 인자가 존재하는 한 정기적인 추적 검사는 필수적이다.

임현철 회장. 사진=삼성서울병원 제공
임현철 회장. 사진=삼성서울병원 제공

국내 간암 진단·치료 환경, 우수…민간요법은 피해야

- 간암학회장으로 국내 간암 진단과 치료 환경을 평가한다면?

간암에 대한 국가암검진사업의 일환으로 만 40세 이상 남녀 간암 발생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6개월 간격으로 간 초음파검사와 혈청 알파태아단백 검사를 시행해 간암의 조기 진단을 유도하고 있고, 간암에 대한 다양한 영상진단과 최신 치료법 분야에서도 선진국에 견줄 만한 의료수준을 보유하고 있다고 본다.

- 국내 간암 치료 환경 개선에 일조한 최신 치료법을 꼽는다면? 

최근 다른 암에서처럼 면역항암제가 간암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면역항암치료는 효과도 기존 항암제보다 월등히 좋을 뿐 아니라, 부작용도 적어서 간암 환자가 요즘 비교적 수월하게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또 예전에는 진행된 간암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 제한적이었는데 최근에는 이러한 면역항암제와 새로운 항암제가 계속 나오고 있어서 많이 진행된 간암에서도 치료할 수 있는 방법들이 더 많아졌다.

요즘 간암 수술은 복강경으로 간절제술을 많이 하고 있다. 예전에는 배를 크게 절개해서 종양을 제거하는 개복수술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환자에 따라 복강경수술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복강경수술은 상처가 적게 생길 뿐만 아니라 회복 속도도 빠른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에는 간암에서도 방사선치료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방사선치료의 경우 크기가 작은 조기 간암부터 많이 진행된 간암에서까지 다른 치료들과 같이 시행되고 있어서 많은 환자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 지난해 간암학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간암은 재발이 많고 사망률이 높은 암종으로, 더욱 고민하고 추진해야 할 일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어떤 일들을 추진해왔고 또 현재 추진 중인가?

그동안 학회가 추진해왔던 기본적인 학술-연구 활동의 강화와 작년 개정된 간암 표준화 진료가이드라인의 보급 외에도, 다학제 진료 활성화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 간동맥화학시술법의 기술적 측면에 대한 전문가 합의, 국제간암 전문학회들과의 적극적인 학술교류 등을 추진해 오고 있다.

- 학회가 개발 중인 간암의 치료별 기술 가이드라인에 어떤 내용들이 새롭게 담기게 되는지 궁금하다. 

간암의 치료 별 시술 가이드를 개발하려 한다. 첫 번째로 올해에는 간암의 치료에서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는 경동맥화학색전술에 대해 준비 중이다. 

색전술이 간암의 치료로 시작된 지 40년이 넘었고 현재까지 간암 치료에서 널리 시행되는 중요한 시술임에도 불구하고, 사용하는 항암제의 종류, 시술 방법, 시술 간격, 환자의 시술 전 준비, 치료반응 평가 등에 대해 표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각 국가 및 병원마다 상이하게 시행되고 있다. 또한, 색전술을 시행할 때 어떤 방법이 더 우월한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의학적 근거도 불충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학회는 대한인터벤션영상의학회와 협력해 전문가 설문조사를 먼저 시행했고, 이를 통해 국내에서 색전술을 시행하는 과정 및 방법에 대한 현황을 파악했다. 동시에 이와 관련된 문헌조사를 한 후 간암학회 전문가 토의를 거쳐 색전술 시행에 대한 합의 의견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색전술 시술방법 뿐 아니라, 대상 환자 선택부터 시행 전 환자 준비, 시행 후 환자관리와 추적 관찰까지, 색전술의 전 과정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 국내 색전술 시행의 표준화에 기여하고 간암 환자의 진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간암, 약 먹지 않고 검사만 잘 해도 심각한 상태 예방 가능"

- 간암 전단계의 간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잘못된 방법으로 간 건강을 망치는 경우가 있는가?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 간 건강을 챙겨야 하는가?

진료를 보다 보면, 두 가지 부류의 환자가 있는 것 같다. 첫 번째 환자군은, 간이 나쁘더라도 별 증상이 없기 때문에 검사를 소홀히 하는 경우다. 간은 침묵 장기라고 한다. 증상이 없으니 검사도 안 하고, 술도 마음껏 마신다. 이 분들은 보통 증상이 생기면 그 때 ‘병원가야지’라고 생각하는데, 복수나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는 상당히 간질환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무증상일 뿐이지, 이런 분들은 보통 그 전에 검사를 해보면 간수치 이상이나 초음파 이상 소견이 나타날 때가 많다. 

간암은 모든 사람에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만성 B형 간염·C형 간염, 알코올성 간염 등의 고위험군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고, 이런 고위험군 환자는 증상이 없더라도 최소 6개월 간격으로는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약을 먹지 않고, 검사만 잘 해도 심각한 상태를 예방할 수 있다. 

두 번째 환자군의 특징은, 첫 번째와 다르게 불필요하게 너무 간을 챙긴다는 것이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음식이나 방송에 나오는 건강보조식품 등을 오히려 너무 많이 먹어서 간을 해치는 것이다. 질병에 대해서는 그 분야의 전문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으므로 전문가와 꼭 상의하고, 의학적 근거가 없는 민간요법 등은 피할 것을 추천한다. 

- 간암 환자들의 올바른 일상 건강관리법은?

우선은 간암 진단 후 면역력 증가를 목표로 여러 가지 보조식품이나 생약제를 섭취하는 분이 있는데, 이는 간염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복용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민간요법은 효과가 입증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간에 손상을 줘 간기능을 떨어뜨리므로 향후 필요한 치료를 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금주와 금연이 필요하다. 간에 유익한 술은 없다. 음주량에 비례해 간암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재발이 늘어난다. 절대적으로 금주를 해야 한다. 흡연은 모든 암의 발생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금연도 필수적이다.  

체력과 전신 상태가 양호해야 간암의 치료 효과가 좋아지고 치료에 따른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다. 식사는 규칙적으로 하되 소화가 어려우면 소량으로 자주 나누어 먹는 것이 좋다. 살코기, 생선, 콩, 유제품 등의 단백질 섭취가 필수적인데 간경변증이 진행돼 간성뇌증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단백질 섭취를 너무 과량으로 하시면 안 된다. 적절한 단백질 섭취에 대해서는 전문의와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 

또 간경변증 환자는 비브리오 패혈증의 고위험군이기 때문에 생선회는 가급적 피하기를 권한다. 육회, 익히지 않는 어패류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짜게 먹으면 복수가 찰 수 있기 때문에 음식을 싱겁게 먹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간암의 날을 맞아 간암학회장으로 국민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간암은 예후가 좋지 않은 암이기는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완치도 가능하다. 1년에 2회 국가암검진사업을 통한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를 꼭 받기를 권한다. 고령의 환자에서도 안전하고도 적정한 다양한 치료법들이 있으므로 간암 전문의와 상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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