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학회, 올해 최초 건선치료 전문가 합의 내용 발간해 목소리 내
심각한 기능저하‧고통 초래 '국소 건선'도 생물학적제제 사용 가능

면역체계 문제로 발생하는 비전염성 만성염증성피부질환 '건선'의 치료환경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전문 의료진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현재는 건선이 '얼마나 많은 부위에 생겼는지'와 '얼마나 심각한지'를 평가해 치료 효과가 높고 값비싼 생물학적제제에 급여를 적용하는데, 적은 부위여도 치료가 어렵고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는 건선에 있어서 생물학적제제의 급여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 왼쪽부터 분당차병원 김동현 교수, 부산대병원 김병수 교수, 경희대병원 정기헌 교수
사진 왼쪽부터 분당차병원 김동현 교수, 부산대병원 김병수 교수, 경희대병원 정기헌 교수

분당차병원 피부과 김동현 교수는 지난 29일 '손발바닥농포증과 노출 부위 건선 환자의 삶의 질과 최신지견' 주제 얀센 마스터클래스에서 "노출 부위 건선은 치료가 잘 안 된다는 측면, 환자의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생물학적제제의 허들을 좀 낮춰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이나 얼굴 등과 같이 옷으로 가려지지 않은 부위에 건선이 생겼을 때와 옷으로 가려지는 부위에 생긴 건선은 당연하게 환자가 느끼는 고통이 다를 수밖에 없다. 통증이나 가려움 등과 같은 고통에 더해 따가운 타인의 시선과 자존감 저하와 같은 또 다른 고통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김동현 교수는 "노출 부위 건선은 중증도가 증가함에 따라 건선 유병률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 보통 치료가 어려운 부위로 여겨진다"며 노출 부위 건선은 재발이 잦고 여러 치료에도 병변이 계속 남아 있어 환자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짚었다. 

건선이 생겼을 때 환자들이 가장 고통스러워 하는 신체 부위는 두피, 얼굴, 손, 발 등이다. 김 교수는 "이런 부위에 건선이 생긴 환자들은 취직하기도 힘들고 인간관계도 힘들다"며 "노출 부위 건선이 아닌 환자에 대비해 대체로 낮은 삶의 질을 나타내는데, 이는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김동현 교수는 "이런 환자들에게 (급여가 되지 않아) 더 많은 치료 비용이 소모되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대한건선학회에서 첫 건선치료에 대한 전문가 합의 내용을 발간하며 치료환경 개선에 나설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드러냈다. 

건선학회 의료진 61명이 도출한 전문가 합의 내용의 골자는 '생물학적제제는 심각한 기능 저하 및 높은 수준의 고통과 관련된 국소 건선 병변(두피, 얼굴, 손톱, 성기 등)을 치료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농포가 생긴 건선이 농포가 없는 건선에 비해 더 심각하다는 측면에서 손발바닥농포증 등 농포성 건선의 치료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 점을 의료진들은 강조했다. 

이날 부산대병원 피부과 김병수 교수는 "건선이 조금만 생겨도 노출 부위에 생기면 환자에게 심각한 영향을 주고 고름이 잡히면 훨씬 더 고통스럽다"며 그럼에도 현행 급여 기준으로 하면 손발바닥농포증 환자들이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하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약제비 차이가 급여 기준을 충족한 '전체 피부 범위 10% 이상의 중등증 건선 환자'의 6배에 이른다는 점을 지적했다. 

더구나 손발바닥농포증은 희귀질환이 분명한데도, 현재 희귀질환 지정이 되지 않아 산정특례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희대병원 피부과 정기헌 교수는 "낮은 유병률과 높은 질병 부담에도 불구하고 희귀질환 지정이 되지 않아 손발바닥농포증 환자의 부담이 높다"며 "건선학회는 올해 3월 손발바닥농포증에 대한 희귀질환 등록신청을 다시 했고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교수는 "판상 건선은 생물학적제제가 급여가 되는데, 왜 자신은 안 되는지 물어보는 다른 건선 환자들이 많다"며 실제 의료현장에서 생물학적제제를 비급여로 쓸 수 있는 경제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삶의 질 점수가 다르다는 점에서 우리사회가 관심을 갖고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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