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 박종훈 교수

정형외과 수술 대부분은 불편해진 부위를 편하게 만들거나, 없던 조직을 새로 만들어주는 경우다. 무릎이 아파서 진찰 한 결과, 연골판 손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으면 손상된 연골판을 복구하는 수술을 받고, 어깨가 아파서 진찰 결과 회전근개가 파열됐다고 하면 손상된 부위를 복원하는 것이다.

또 외상으로 인해 피부를 비롯한 조직이 손상되면 신체의 어디선가 다른 조직을 돌려서 손상된 부위를 복원해 주는 것인데, 종양 쪽 수술은 대부분 멀쩡한 조직을 포함해서 통째로 드러내 버리고, 때로는 그대로 두기도 하고, 기계를 넣기도 하고 드물게는 사체에서 추출한 조직을 삽입하기도 한다. 수술 방법이나 개념이 일반적인 정형외과 수술과는 완전히 다르다. 

허벅지에 작은 수박만 한 악성을 달고 온 40대 남자 환자. 종양이 위치하는 허벅지 안쪽 근육의 절반을 잘라내야 했다.

수술 설명을 들은 환자가 묻기를, 그렇게 떼어내도 걸을 수 있나요? 똑같은 질문을 전공이 다른 정형외과 전문의도 하니 환자가 질문하는 것은 당연하다.

“네, 그럼요. 뛸 수도 있습니다. 다만 허벅지 근육이 살아나지는 않기 때문에, 움푹 파인 채로 있을 거예요.”

무릎 주변의 수많은 근육과 인대가 함께 작동해서 걷고 뛸 수 있는 것인데, 절반의 근육이 없어졌는데도 잘 뛸 수 있을까? 다행히도 잘 걷고 잘 뛴다. 물론 약간의 불편감이 없지는 않으나 부단히 노력하면 남들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회복된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완치가 되느냐 일뿐. 

기계를 넣는 경우는 뼈나 관절을 제거하는 경우다. 대표적인 수술이 대퇴부에 생긴 골육종의 경우 무릎 관절과 대퇴골을 포함한 뼈를 상당 부분 제거한 뒤에 발생하는 공백을 종양대치물이라는 것으로 대체해 주는 것이다. 어르신들이 많이 받는 수술인 인공관절 수술의 확장형 정도다.       

무릎을 구성하는 대퇴골의 하단부와 경골의 상단을 모두 제거한 후 인공대체물을 넣은 수술 소견과 수술 후 X-ray 사진이다. 
무릎을 구성하는 대퇴골의 하단부와 경골의 상단을 모두 제거한 후 인공대체물을 넣은 수술 소견과 수술 후 X-ray 사진이다. 

또 다른 방법인 사체에서 추출한 인대나 뼈를 삽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는 긴 뼈의 중간 부위에 생긴 종양을 제거할 때에 할 수 있다. 관절을 희생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라 제거한 뼈와 비슷한 크기의 사체에서 추출한 뼈를 대신 삽입하고 판이나 나사못으로 고정하는 것인데, 놀라운 것은 사체뼈가 의외로 기가 막히게도 잘 붙는다는 것이다. 본인 뼈가 부러져서 수술해도 종종 뼈가 유합되지 않아서 골이식을 포함한 재수술하는 경우가 있는데 혈류가 통하지 않은 타인의 죽은 뼈를 넣어도 잘 유합이 된다는 것인 의사로서 매우 신기한 일이다. 단, 이 경우 조건은 이렇게 유합된 뼈는 날이 갈수록 약해지기 때문에 언젠가는 골절이 되거나 약화되는 문제가 발생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인데, 나중 일은 나중 일이고 그저 인체가 신비할 뿐이다.

놀라운 것은 사체 뼈와 환자의 뼈가 절대로 같은 크기와 모양이 아니기 때문에 초기에는 삐뚤빼뚤하게 놓이게 되는데 한 2~3년이 지나면 튀어나온 부분이 매끈하게 다듬어져서 어디까지가 본인 뼈고 어디부터가 사체 뼈인지 모를 정도로 매끈해진다.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을 정도로 많은 부위를 제거해도 기능적으로 문제가 없을 수도 있고, 절대로 유합될 것 같지 않은 사체 뼈나 인대를 이식해도 잘 견뎌주는 것을 보면 정말 신기할 뿐이다. 하기는 남의 피를 수혈해도 문제가 안 생기니 그것도 신기한 일이다. 

박종훈 교수
박종훈 교수

박종훈 교수는 1989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7년 정형외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세부 전공은 근골격계 종양학으로 원자력병원 정형외과장을 거쳐 2007년부터 현재까지 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에서 근골격계 종양환자 진료를 하고 있다. 2011년 일본 국립암센터에서 연수 했으며, 근골격계 종양의 최소수혈 또는 무수혈 치료에 관심을 갖고 있다. 고대안암병원장과 한국원자력의학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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