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 박종훈 교수

우스갯소리지만 의사들의 농담 가운데, 초등학교 교사와 목사님이 가장 다루기 힘든 환자라는 말이 있다. 뭐라고 할까, 아마도 세상 물정 잘 모르고, 융통성이 없다는 의미지 싶다. 그래서인지 직업이 목사님이라고 하면 살짝 다시 보게 되는데, 인천에 거주하는 60대 목사님 환자가 있었다. 내게 처음 왔을 때는 아마 50대 후반이었던 것 같다. 내게 진료 받은 지도 10년이 넘으니 이제는 70대를 바라보지 않으실까? 대형 교회 목사님은 아닌 것 같고, 작은 교회를 운영하고 계신 듯하다.

목사님의 병은 왼쪽 팔에 생긴 점액성 육종이라는 것이다. 근육에 생긴 암인데, 점액성이라는 것은 종양의 형태가 단단하지 않고 물렁물렁하고 진득진득한 면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점액 성분이 있는 경우, 종양의 경계가 모호해서 완전 절제를 한 것 같은데도, 수술 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곳들이 있어서, 국소재발이 아주 흔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점액성 종양 진단을 받은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여러 차례에 걸쳐서 상세하게 설명을 잘해야 한다. 젊은 의사일 때는 경험이 없어서 충분히 절제했다는 확신에 차서, 자신 있게 설명했는데 연륜이 쌓일수록 , 이게 그게 아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그런 종양이다.

목사님도 내게 아마도 5~6차례 수술을 받으셨나 보다. 보통의 환자라도 이쯤 되면 아무리 종양의 원래 특성이 그렇다 해도 뭔가 불편한 기색을 보일 텐데 목사님은 매번 재발했다는 소리를 덤덤하게 받아들이시고 그러면 수술해야지요, 저는 괜찮습니다라고 하신다. 의사로서 참 면목이 없는 일이다.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재발이 잦게 되면 자연스레 환자분과 사적으로도 교감이 생기게 된다. 그걸 소위 말하는 라포라고 한다. 목사님과의 라포가 얼마나 좋으냐 하면, 재발돼서 수술할 때 목사님, 어째 기도발이 잘 안 들으시나 봐요?”라는 발칙한 농담을 해도 허허, 그러게요라고만 하시는 아주 아주 점잖은 분이셨다.

한번은 외래 진료를 보는데 목사님 사모님이 조심스레 찾아오셔서는 촌지를 내미는 것이다. 재발이 잦다보니 이번 수술에서는 신경 써 달라는 의미인 줄 알고 당황했다. 재정적으로도 그리 넉넉해 보이지 않은 분인데, 잦은 재발로 인해 오히려 주치의인 내가 오히려 송구한데, 왠 촌지? 사연인즉슨 이랬다.

주치의인 전공의가 의도적인 것은 아닌데 하도 일이 많으니까 상처 소독을 심야 시간대에 주로 한다는 것이다. 밤 11시는 기본이고, 어떤 때는 오전 1시에도 하고. 그러니 환자와 보호자로서는 가뜩이나 낯선 환경이라 숙면 취하기도 힘든데 잠이 들 만 한 시기에 깨우니 괴로웠을 것이다. 그래서 목사님 사모님이 목사님과 상의 없이 고민 끝에 촌지를 들고 온 것이다. 사실을 알고 나니 당연히 촌지는 받을 수도 없을뿐더러,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죄송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절대로 전공의 야단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시지만, 사안이 어디 그런가. 의사로서, 교육자로서 힘든 일들이 이런 경우다. 환자도 만족해야 하고, 그 와중에 제자에게는 미래의 의사상을 잘 심어줘야 하니 의사로서의 실력은 물론이고 인격적으로도 존중받는 의사가 된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이다.

전공의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4년의 수련 기간 동안, 내게서 수술 방법을 배우려고만 하지 말고, 내가 환자를 대하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판단해서 본받을 것은 본받고, 저건 아닌데 싶은 것은 가슴에 새겨두고 스승보다 더 나은 인격체가 되려고 노력하라고. 다행히 영민한 친구라, 잘 알아듣고 다시는 본인 위주가 아닌 환자 편의에 맞게당연한 일이지만행동하면서 그 문제는 일단락되었지만 나는 지금도 의료 현장에서는 격무에 지치고, 인격적으로 아직 숙성되지 않은 의사들로 인해하기는 꼭 연륜이 적어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마음에 상처를 입는 환자들이 있다는 것이 걱정된다.

목사님은 여러 차례의 수술 끝에 결국 팔꿈치 부위에서 절단을 했다. 점액성 종양은 정말 지독한 것이다. 처음에 시작을 한 곳의 반대편으로 돌아가서 재발이 되지를 않나, 실컷 여기저기 재발하더니 끝내 깊숙한 곳으로 치고 들어가니 당할 재간이 없었다. 절단을 해야겠다는 말을 하자, 목사님은, “이제 그 순간이 왔군요. 그동안 교수님도 마음 고생 많이 하셨을텐데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하셨다.

요즘은 1년에 한 번 정도 오신다. 모든 게 다 하나님의 뜻으로 알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목회일도 더욱 열심히 하신다고 한다. 내가 만나본 가장 존경하는 목사님이시다.

박종훈 교수
박종훈 교수

박종훈 교수는 1989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7년 정형외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세부 전공은 근골격계 종양학으로 원자력병원 정형외과장을 거쳐 2007년부터 현재까지 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에서 근골격계 종양환자 진료를 하고 있다. 2011년 일본 국립암센터에서 연수 했으며, 근골격계 종양의 최소수혈 또는 무수혈 치료에 관심을 갖고 있다. 고대안암병원장과 한국원자력의학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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