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 박종훈 교수

정형외과 전문의라고 하면 떠오르는 분야는 외상, 골절, 척추, 인공관절 등이다. 환자군이 많고 흔히 접할 수 있는 분야들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전공은 대부분 “그런 분야도 있어요?”라고 묻는 근골계 종양학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뼈나 근육에 생기는 종양을 치료하는 정형외과 전문의다.

"뼈나 근육에도 암이 생겨요?"라고 궁금해하는데 당연히 암이 생긴다. 그런데 아주 아주 드물게 생긴다. 종종 이런 반응을 듣기도 한다. “아, 골수암이요?”라고. 그런데 골수암은 또 아니다. 물론 뼈에서도 발견되지만, 기본적으로 골수암(?)이라는 것은 혈액암이다. 어쨌든 뼈나 근육에도 암은 생긴다. 매우 드물지만.

무게로 따지면 우리 몸의 3/4 정도는 근골격이다. 그렇다면 암도 3/4은 근골격에서 생길 것 같은데 다행히도 암 발생률은 전체 암의 1%도 안 된다.

왜 이렇게 적을까? 암은 기본적으로 오래된 세포는 죽고 새로운 세포가 생기는 현상이 수시로 일어나는 그런 조직에서 잘 발생한다. 예를 들어 소화기관을 보자. 뜨거운 음식을 먹고 입안에서 허물이 벗겨진다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 2~3일이면 깨끗하게 복구된다. 그만큼 소화기관은 일상적으로 세포가 나고 죽는 것이 활발하다. 그래서 소화기관에 암 발생이 많은 것이다. 혈액도 그렇다. 골수는 매일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혈액암도 자주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뼈나 근육은 상대적으로 매우 조용한 조직이다. 평생 조용하다 보니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러나 그런데도 발생하기는 하니 희한한 일이다.

왜 이런 분야를 전공했을까? 희소성을 본 것도 있고 학문적으로 재미가 있기도 해서였다. 세부 전공을 선택할 무렵에 많은 이들이 환자도 적고 힘든 분야를 전공한다고 우려했지만, ‘뭐 굶기야 하겠어?’라는 생각으로 달려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안정적인 자리를 잡기까지 고생 좀 했다. 요즘 갓 졸업한 의대생들이 전공을 선택할 때 희소성이나 가치를 보고 선택하는지 의문일 때가 많은데 나는 늘 제자들에게 말하기를, ‘무엇을 전공해도 사는 것은 비슷해요. 그러니 기왕이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그리고 본인이 꼭 해보고 싶은 분야를 선택해요’라고 한다. 와 닿지 않는 이야기라도 말이다.

사실 뼈에 발생하는 암은 전이암이 훨씬 많다. 그러니까 우리 몸 어딘가 다른 부위에 생긴 암이 뼈에 전이돼서 생기는 뼈의 암이 자발적으로 뼈에 생긴 암보다 많다는 것이다. 폐암, 유방암은 뼈로 전이를 잘 일으키는 대표적인 암들인데, 의학의 발달에 힘입어 생존율을 높이다 보니 자연스레 뼈로 전이되는 환자도 늘고 있다. 발생 빈도는 전이암이 많지만 그래도 전공자의 처지에서는 전이암은 2차적인 관심사고 1차 관심은 뼈나 근육 그 자체에 발생하는 암이고 골육종은 뼈에 생기는 1차 암 가운데 가장 빈도가 높은 대표적인 것이다.

골육종, 12~15세 무릎 주위 가장 많이 발생

앞서 말한대로 암은 세포 변화가 빠른 곳에서 발생하는데 그래서인지 골육종의 발생 시기는 대개 12세에서 15세 사이가 된다. 키가 훌쩍 크는 시기가 바로 그때다. 발생하는 부위는 주로 무릎 주위인데 이 또한 성장이 극대화되는 것이 그 부위라 그렇다. 10대 이전에도 드물게 발생하고 20대, 심지어 5~60대에도 발생은 하지만 특징적이고 전형적인 모습의 골육종은 어쨌든 10대 초중반에 몰린다. 전형적인 패턴은 이렇다.

중학교 1학년 남자아이. 운동을 워낙 좋아해서 간혹 무릎이 아프다고는 하는데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중학교 1학년쯤 되면 엄마들이 간섭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나이라 엄마들이 아이 무릎이 부었는지 살펴볼 기회도 없고, 반면 아이 스스로는 아직 어린 나이라 자기 몸의 상태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를 못 하니 뭔가 나쁜 일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단 시기를 놓치게 된다. 게다가 골육종이 초기에는 일반 x-ray에서도 발견하기 어려우니 관심 많은 부모님이 일찌감치 정형외과에 데려가서 x-ray 촬영을 해보고 괜찮다는 말을 들으면 – 사실 나중에 확인해보면 분명 약간의 이상함이 있지만 – 병은 진행이 돼도 아이가 극성맞게 운동해서 그러려니 하고 방치하기 쉽다. 때문에 경험상 최초 증상 이후 진단까지 4~6개월이 소요되고 무릎이 심하게 붓고 제대로 걷기 힘든 상태에서 확진되게 된다. 워낙 드문 병이다 보니 개원하고 계신 정형외과 선생님도 경험이 없기도 하고, 설마 하는 마음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보면 벌어지는 일이다.

참고로 아이들이 무릎 아프다고 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인데 흔히 말하는 성장통이라고 하는 것은 10세 이후에는 없다고 봐야 한다. 성장통이라는 병은 교과서 어디에도 없는 일인데 아직 body image가 완성되지 않은 10세 이전, 특히 취학 전 아이들에게서나 있는 일이지 그 시기 이후에는 유심히 볼 필요가 있는데 이게 간혹 간과돼서 호의로 진료해 준 잘 아는 동네 정형외과 원장님도 곤혹스러워지고 부모는 절망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진단까지의 경과가 대개 이런 식이다. 진단이 수 개월이나 늦어진다는 것은 환자에게는 매우 불리한 일이기는 하지만 사실 언제 발견되면 치료 가능성이 높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병의 특성 상 치료가 잘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가 단순히 진단의 시기와 연관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종훈 교수
박종훈 교수

박종훈 교수는 1989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7년 정형외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세부 전공은 근골격계 종양학으로 원자력병원 정형외과장을 거쳐 2007년부터 현재까지 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에서 근골격계 종양환자 진료를 하고 있다. 2011년 일본 국립암센터에서 연수 했으며, 근골격계 종양의 최소수혈 또는 무수혈 치료에 관심을 갖고 있다. 고대안암병원장과 한국원자력의학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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