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 박종훈 교수

골육종은 뼈의 성장이 왕성한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골암(뼈암?)이라는 설명을 앞에서 한 바 있다. 대학병원을 위시한 대부분의 수련 대형병원들의 외과계는 주로 암환자를 위주로 진료하기 때문에 전공의 과정을 마친 전문의들은 자기 분야의 암 환자 진료에 익숙한 데 반해 정형외과는 전공의 시절에 암 환자를 보기 어려워서 종양학을 전공한 소수의 전문가를 제외하고는 사실 뼈나 근육암을 초기에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주로 상대하는 환자들이 외상이나 관절염, 척추에 발생하는 소위 말하는 디스크 환자다 보니 드물게 뼈에 뭔가가 보이면 화들짝 놀라서 대학병원의 전문가에게 가기를 권하는데, 문제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지나치게 겁을 주는 말을 한다는 것이다.

사실 개원가의 원장님들도 그렇게 나쁜 상태가 아님을 알 것 같은데도 환자가 혹여 늦게 진단될까 걱정해서 그런지 빨리 가서 진료하지 않으면 다리를 절단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겁을 준다. 그러니 진료실에 들어서는 환자와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 이미 초주검이 돼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떤 진단을 받을지 걱정돼서 진료 전날 밤새도록 잠 한숨 못 잤다고들 한다.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 균형감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가 쉽지는 않다. 왜냐하면 이상하게도 환자는 본인에게 유리한 것만 걸러 듣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참 이상하게도 대부분 그렇다. 좋은 관점과 나쁜 관점을 말해주면 꼭 좋은 쪽으로만 기억하기 때문에 의사들이 될 수 있으면 나쁘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

6살 남자아이가 며칠째 열이 나고 팔이 부어서 개인 병원에서 진찰을 받았다. X-Ray 촬영 결과 상완골, 그러니까 팔꿈치 위의 뼈 중간에 경계가 불분명한 종양의 모습이 보였고, 원장님은 분명 악성종양이 의심되니 빨리 대학병원의 전문가를 찾아가라고 했다. 순간 부모는 머릿속이 하얗게된다. 물어물어 대학병원의 전문가를 섭외하고, 어떻게든 빠른 진료를 모색한다. 한편으로는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골육종이 분명하다. 왠지 아이의 X-Ray 모습도 비슷한 것 같고, 골육종을 공부해보니 이건 뭐 난리도 아니다. 절단한다느니 항암치료를 하면 머리카락이 빠진다고도 하고. 검색해볼수록 상황은 끔찍하다. 어렵게 진료를 보게 된 날, 부모는 마치 죄인처럼 초조한 모습으로 아이를 앞세워서 온다.

보호자가 가져온 영상 자료를 보고 있는데,

“교수님, 어때요? 골육종이 맞나요? 수술하면 괜찮을까요?”

아직 자료를 보는 중이라 대답을 바로 못 하고 있으면,

“교수님, 심각한가요? 그런 거죠? 우리 아이 살릴 수 있을까요?”

“음, 제가 보기에는 암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조직 검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대부분은 양성 종양이고요, 잘 낫습니다. 일단 조직 검사해 보죠.”

부모는 만세를 부른다. 아무리 봐도 악성의 조짐은 보이지 않은 그런 경우가 대부분인데 잔뜩 겁을 주고 보내는 경우가 너무 많다. 때로는 그냥 종양이라고만 설명을 하고 보내는데도 종양=암이라는 생각에 지레짐작으로 이런 일이 빈번하다.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문제는 없다. 결과가 좋을 것을, 굳이 겁준 것만으로 처음 진료한 의사를 상대로 소송하지는 않으니까. 그런데 사고는 언제 생기느냐 하면 의사와 보호자가 친한 관계이거나 환자를 너무 배려할 때 생긴다.

12살 남자, 아이. 간혹 저녁에 무릎이 아프다고 해서 어머니가 병원에 데려갔는데 일반 x-ray에서 별것이 없다. 아니 자세히 보면 뭔가 조짐이 있는데 별것 아니겠지 하고 보면 보이지 않는다. 보호자와 잘 아는 사이면 “괜찮아요. 한창 뛰어놀 나이라 그렇죠, 뭐” 이렇게 말한다.

“x-ray는 문제없어 보이지만 혹시 모르니 MRI를 찍어 보시죠”라고 하면 사실은 과잉진료일 수 있다. 이럴 때 정답은 “지금은 특별한 이상이 보이지 않지만, 종종 초기에는 그럴 수 있으니 아이가 계속 아프다고 하면 꼭 다시 진료해야 합니다”라고 했어야 한다.

골육종이나 다른 육종이라도 대개 어느 정도 시일이 경과 하면 x-ray에서도 처음과 달리 변화가 보이게 되고, 또 육안으로도 이상한 점이 보이면 MRI를 촬영해 봐야 하기 때문이다. 정직한 의료를 하려던 선의가 치명적인 원망이 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이런 경우다. 골육종 환자의 경우 아주 흔하게도 처음 진료한 병원에서 놓치는 경우가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자신의 신체 변화를 적극적으로 감지하고 표현할 수 없는 소아 환자를 볼 때는 약간의 과잉진료가 필요하다. 일반인은 좋은 쪽으로만 믿으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괜찮을거야, 이런 말을 경계해야 한다. 물론 대부분은 맞지만 말이다.

박종훈 교수
박종훈 교수

박종훈 교수는 1989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7년 정형외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세부 전공은 근골격계 종양학으로 원자력병원 정형외과장을 거쳐 2007년부터 현재까지 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에서 근골격계 종양환자 진료를 하고 있다. 2011년 일본 국립암센터에서 연수 했으며, 근골격계 종양의 최소수혈 또는 무수혈 치료에 관심을 갖고 있다. 고대안암병원장과 한국원자력의학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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