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R/ABL 융합 유전자 통해 타이로신 키나제 효소 발현
글리벡·아이클루시그 등 타이로신키나제억제제로 치료

급성림프모구백혈병, 만성골수성백혈병 같은 일부 혈액암에서 확인되는 필라델피아 염색체(Philadelphia chromosome, Ph)는 혈액암의 불량한 예후를 의미한다. 대체 이 염색체가 무엇이기에 불량한 예후가 초래되는 것일까?

우선 이 염색체의 실체부터 알아보자. 부산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신호진 교수는 유튜브 채널 '나는 의사다'에서 "사람은 전체 46개의 염색체를 갖고 있는데, 그 중 9번 염색체외 22번 염색체의 장완(긴 쪽)이 끊겨서 서로 뒤바뀌어 9번 염색체의 장완이 끊긴 게 22번 염색체에 붙고, 22번 염색체의 장완이 끊긴 게 9번 염색체에 갖다 붙는다. 22번 염색체가 (9번 염색체보다) 조금 더 많이 끊기다보니 이 2개 염색체가 전좌가 이뤄지면서 22번 염색체가 짧아진다. 그 짧아진 22번 염색체가 '필라델피아 염색체"라고 말했다.

짧아진 22번 염색체인 '필라델피아 염색체'에는 이상한 융합 유전자가 존재하게 되는데, 바로 9번 염색체와 22번 염색체의 전좌 과정에서 생긴 'BCR/ABL 융합 유전자'가 그것이다.

신호진 교수는 "9번 염색체의 장완에는 ABL 유전자라는 게 있고, 22번 염색체의 장완에는 BCR 유전자가 있는데, 이 2개의 염색체가 전좌가 되는 과정에서 'BCR/ABL 융합 유전자'가 생긴다"며 "BCR/ABL 융합 유전자 생겨서 발생하는 게 만성골수성백혈병"이라고 설명했다. 

필라델피아 염색체에 있는 BCR/ABL 융합 유전자는 급성림프모구백혈병 같은 혈액암을 악화시키는 효소를 발현시킨다. 바로 '타이로신 키나제'가 그것이다. 

신 교수는 "BCR/ABL 융합 유전자가 있으면 결국 타이로신 키나제라는 효소가 발현되면서 백혈병 세포를 증식시켜서 병이 빨리 진행되도록 촉진을 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이것이 없는 환자에 비해 치료도 잘 안 될뿐더러 치료가 되더라도 금방 재발을 하고 병의 진행 속도도 빠르다 보니 생존율이 떨어져서 불량 예후인자로 알려져 있다"고 짚었다.

다행히 타이로신 키나제를 억제하는 약제가 있는데, 그 최초의 약제가 한때 기적의 치료제로 불린 '글리벡(성분명 이마티닙)'이다. 현재 타이로신 키나제 억제제(Tyrosine kinase Inhibitor, TKI)는 1세대 TKI 글리벡, 2세대 TKI 스프라이셀(성분명 다사티닙)·타시그나(성분명 닐로티닙), 3세대 TKI  아이클루시그(성분명 포나티닙)까지 나와있다. 그러나 치료 무기가 있어도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있을 때는 여전히 치료가 힘겹다.  

신호진 교수는 "타이로신 키나제 효소 활성 억제제를 사용하면 필라델피아 양성 백혈병을 치료할 수 있다"면서도 "한 약제를 계속 쓰다보면 그 약제에 노출된 암세포들이 자꾸 유전자 변이를 만든다. 그 약제에 잘 안 듣도록 만드는 것. 그래서 1세대 TKI를 써서 잘 안 들었을 때는 반드시 유전자 변이 검사를 해서 어떤 특정한 유전자 변이가 있는지를 보고 거기에 맞춰 2세대 TKI를 선택하도록 돼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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