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지역암센터 주최 '암 희망 수기 공모전' 출품작

20년 전 연 10만여명이던 암 환자들이 현재 25만명에 이를 정도로 암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암 환자들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암은 이제는 예방도 가능하고 조기에 진단되고 적절히 치료만 할 수 있다면 충분히 완치도 가능한 질환이 됐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에서는 암을 이겨내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생생한 체험담을 통해 다른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나의 투병 스토리> 코너를 마련했다. 이번 이야기는 광주전남지역암센터와 화순전남대병원이 공모한 암 환자들의 투병과 극복과정을 담은 수기 가운데 화순전남대병원에서 암 치료와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이야기들이다.

“암일 확률이 90%입니다.”

나와 무관한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2020년 11월 말경 국가 무료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 짝수년도 출생인 남편이 건강검진을 간다기에 나도 짝수년도 출생이라 어차피 해 넘어가기 전에 해야 할 숙제 같은 거라서 아무런 부담 없이 따라나섰다.

남편은 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있어서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가기 전에 잔뜩 걱정을 하지만, 나는 성인병이 아무것도 없고, 체중도 정상이기에 건강검진에 대한 걱정은 크게 없었다. 다만 부모님이 80세 전후로 뇌경색과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셔서 심혈 관계 질환에 대해 우려를 하는 정도였다. 

그날 건강검진을 하는데 유방암 검진 담당 간호사가 내가 물었다.

“혹시 유방에 석회가 있으셨나요?” 나는 지금까지 그런 말을 들은 적 없었다고 했다. 간호사는 약간 상기된 얼굴로 의사 선생님께 분주히 왔다 갔다 하더니 유방 초음파 검사를 해보자고 한다. 대수롭지 않게 초음파 검사를 마쳤다. 의사 선생님이 부르더니, 석회의 모양이 깨알처럼 넓게 퍼져 있어 90% 이상 암일 것 같다며 빨리 정밀 검사를 해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내가 암이 의심된다고?

그것도 유방암이라는 말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두 아이를 1년 이상 모유 수유를 했고, 유방도 크지 않으며, 멍울이 만져지거나 아픈 적도 없었기에 오진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악몽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평소에 거의 육류를 먹지 않고 채식주의자에 가깝게 담백한 음식으로 소식을 한다. 라면이나 햄 같은 인스턴트 식품이나 빵, 피자 같은 밀가루 음식도 거의 안 먹는다. 운동도 평소에 걷는 것을 좋아해서 많이 움직이는 편이며, 늘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평소에 감기로도 병원을 간 적이 없고, 무엇보다 암에 대한 가족력도 없어서 암이라는 말이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았다. 스트레스가 원인 이였을까? 내 스스로 무던한 성격이라고 생각하고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도대체 내가 뭘 잘못해서 암에 걸렸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아직 정확한 검사가 아니니까 하며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나중에 차분히 조직 검사를 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사 선생님은 하루가 급하다며 가족들에게 심각성을 말하였고, 나는 어쩔 수 없이 다니던 직장을 부랴부랴 그만두고 암 수술할 병원을 알아보게 되었다.

 ‘암 치료는 크고 유명한 병원에서 받아야 한다’라고 서울로 가야 한다고 주변에서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나는 전남대 병원 윤정한 교수님이 전국에서 손꼽히게 유방암 수술로 유명하시기에 서울행을 포기하고 전남대 병원에서 수술하기로 결정했다. 수술 이후 항암·방사선 등 여러 치료가 뒤따르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은 병원에서 치료받는 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남대 병원 역시 조직 검사만 하려 해도 한 달 이상 밀려 있었다. 나는 유방 외과에서 먼저 정밀 검사를 하고 윤 교수님께 진료를 받기로 하였다.

유방 정밀 검사 결과는 다음 날 나왔다. 상피내암 같은데 모양이 안 좋고 5센티 이상의 부위가 넓어 수술할 때 다른 진단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 가슴 전체 절제 수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고, 가장 빠른 수술 날짜로 정했다. 

온 가족이 유방암에 대한 인터넷, 유튜브를 뒤져 가며 박사가 될 정도로 연구를 시작하였다. 암과 암 전 단계인 상피내암의 차이는 암세포가 유관 안에만 있으면 상피내암이고 밖으로 침윤을 하면 침윤 정도에 따라 유방암 1기, 2기가 정해진다는 걸 알았다. 수술 전날 일단 석회 범위가 넓어 수술 시 전체 절제를 대비해서 대체할 보형물을 미리 준비해야 하기에 사이즈도 재어 놨다. 

다음 날 아침 의사 선생님이 회진 오셔서 “전체 절제 수술하네요” 하며 수술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전신 마취를 하고 수술이 진행되었다. 수술이 끝나고 나오니 꽁꽁 싸 매어진 가슴만이 보였다. 얼마 후에 수술을 담당했던 윤정한 교수님이 오셔서 가슴은 일부 절제만 하고 최대한 살려놨으니 관리 잘하라고 하였다.

그나마 그건 다행이었다. 그러나 상피내암이 아니고 악성 유방암 1기라고 하였다. 의사 선생님이 악성인지라 만약 늦었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며 국가 암 검진을 어디서 했냐고 물으셨다. 국가 암 검진에서 빨리 초기 암일 때 발견을 하고 서둘러서 조직 검사와 수술을 거쳤기에 다행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남편을 따라가서 가벼운 숙제 하나 해결하고 오려고 했던 건강검진 했던 날이 생각났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무료 암 검진이 조기 발견으로 한 생명을 살리기도 하고 죽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건강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과 누구든지 생각지도 못한 암 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너무 믿기지 않아서 2016년과 2018년 건강검진 했던 결과를 CD로 만들어서 비교해서 보았다. 그때는 깨끗했고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은 암 환자인 덕분에 직장 생활도 하지 않고 가족들의 보호를 받으며 지내고 있다. 주기적으로 고기도 먹고, 가벼운 운동도 꾸준히 하며, 무엇 보다 스트레스받지 않고 맘 편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암 치료를 위해서는 짧게는 1년~2년, 길게는 5년~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족들의 이해와 사랑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암 수술 후에 집안일을 남편이 거들어 주려고 노력하고, 아이들도 수시로 전화해서 괜찮은지 물어본다. 나 역시도 스스로 마음에 담아둔 부정적인 생각을 털어내고 감사와 긍정의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다.

나는 지인들에게 국가 암 검진을 절대 놓치지 말고 꼭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건강은 누구도 자만해서는 안 되며 건강할 때 건강을 잘 챙겨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암 환자가 되고 나서 보니 우리나라의 의료 체계가 얼마나 잘되어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달았다. 어느새 나는 ‘국가 암 검진 홍보 대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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