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영 의원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 도입 촉구
"가족에게 모든 책임 지우는 보호의무자는 폐지해야"
환자 가족단체 "환자·사회 모두 위해 법제도 개선을"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지난 9일 정신질환자 가족 단체 등과 함께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 도입을 요구했다. 사진 출처=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화면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지난 9일 정신질환자 가족 단체 등과 함께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 도입을 요구했다. 사진 출처=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화면 갈무리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으로 국가가 중증정신질환 치료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사법입원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제도적으로 국가가 중증정신질환자 치료 전 과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요구도 힘을 받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한국조현병회복협회·한국정신장애인가족지원가협회가 함께 했다.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 핵심은 보호의무자 제도 폐지와 사법입원제 도입이다. 지금까지 가족이 전담한 돌봄과 치료 부담을 국가가 대신하고 환자가 꾸준히 치료받을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보호의무자 제도도 도입 취지는 같지만 가족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오히려 치료받기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받아왔다. 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보호의무자 제도를 유지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도 지난 2013년 폐지했다.

신 의원은 "중증정신질환 관련 범죄가 얼마나 흉포한지보다 왜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는지 관심 갖고 짚어봐야 한다"며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 적절한 외래 입원 치료와 재활, 사회 복귀까지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사법입원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기존 제도 문제점을 살피고 전문 인력 확보 방안부터 세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신 의원은 "사법입원제를 도입하려면 의료계와 법조계에서 전문성 있는 인력과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신속하게 심리하는 인력과 자원이 사법기관과 의료계에 갖춰지도록 전문성 강화 기전을 비롯해 구체적인 대책과 계획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중증정신질환 진료는 필수의료의 한 부분이다. 의료진 기피와 이탈이 심화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의료 인력 확보와 치료 병원 지원책을 포함해 국가가 기초 설계부터 단단하게 재건해야 한다"고 했다.

신경정신의학회도 적절한 치료와 환자 인권 보호 관점에서 '안심 입원'으로서 사법입원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화영 법제이사는 "비자의 입원은 치료를 목적으로 하지만 치료를 진행하면서 인권이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 사법입원은 이때 침해되는 인권을 가리는 제도다. 오히려 인권을 보호하는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사법입원이나 심판 같은 용어보다는 '안심 입원'이라는 용어로 변경해 인권 침해라고 오인받은 부분을 해소하고 비자의 입원을 추진하길 제안한다"고 했다.

환자 가족 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환자와 가족은 물론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국가책임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현병회복협회 배정태 회장은 "보호의무자라는 부당한 제도는 이제 거부한다. 환자 본인의 건강과 인권 그리고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해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회장은 "모든 조현병 환자가 위험한 게 아니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를 못 받거나 임의로 치료를 중단한 환자 가운데 아주 극소수 사례가 위험할 수도 있다"며 "더 이상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가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정신장애인가족협회 조순덕 회장은 "정신질환은 급성기는 물론 급성기 직전 상태에서도 환자가 거부해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환자 본인과 타인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조 회장은 "그러나 한국 정신건강복지법은 사실상 모든 것을 가족이 결정하고 실행하고 책임지게 한다. 가족은 경찰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도 판사도 아니다. 그런데도 가족에게 치료와 호송, 비용까지 전부 부담시키고 민형사상 책임까지 지우는 나라는 우리 정도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신장애인가족지원가협회 이진순 회장은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가족을 욕받이 역할로 삼지 말고 보호의무자 제도를 폐지하고 사법입원제를 도입하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비자의 치료는 물론 전반적인 정신건강복지 개혁을 추진하는 기구를 설치하고 가족 단체와 유관 단체와 소통하라"면서 "이번에도 면피용에 그치면 관련 단체가 연합해 강력히 투쟁하겠다"고 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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