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인간의 지식에 이바지하고, 그 지식을 토대로 한 기술은 모든 나라 모든 사람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과학에 대한 인식은 문화마다 국가마다 격차가 많이 납니다. 또한 자신이 배워온 지식체계에 따라 각 개인이 바라보는 과학의 이해 역시 많은 차이를 나타냅니다.


1996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피터 도어티 박사는 2005년 출판된 '노벨상 가이드'란 책을 통해 (국내 번역 출간 2008년 4월) 정치, 문화와 과학간의 이야기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안밖에서 바라본 과학계 시각을 알리고 싶었다는 피터 도어티 박사의 머릿말은, 달리 해석하면, 과학을 하는 사람, 과학을 배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간의 시각차이가 매우 크다는 말도 될 것 같습니다.



보통의 경우, 과학 보다는 문학작품이 더 친숙하고, 과학적 논쟁보다는, 정치적 논쟁에 대해 더 아는 것이 많습니다. 그나마 알고 있던 과학적 사실이 후에 뒤바뀌는 것을 보고 과학에 대해 실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과학은 종교적 진리를 대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만고 불편의 진리이기를 기대하는 경우나, 그럴 것으로 기대하며 바라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과학이 권위에 힘입어 절대적인 진리로 매김한다면 더 이상 발전을 멈추게 됩니다.


과거 권위가 증거와 경험보다 우선시 되던 시대, 의학으로 보면 갈레노스 의학이 지배했던 기독교적 세계관에 맞는 의학적 지식만이 통용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증거보다 권위에 의존하던 시대에 많은 학자들이 양심적인 활동을 할 수 없었고, 연구는 제한되었습니다. 2세기 기독교 시대에 살던 인물인 갈레노스는 당시의 명의였지만, 그의 의학적 지식이 기독교적 세계관과의 결합으로 인해 16세기까지 큰 변화와 발전이 없었습니다. 16세기 이후 다시 체계적인 관찰과 실험이 시작되었고, 유럽에서 과학혁명이 자리잡게됩니다.


과학에는 절대적이거나 계시적인 진리란 있을 수 없습니다. 현재 검토할 수 있는 증거에 더 이상 들어맞지 않으면 그 어떤 믿음이나 이론도 곧 폐기되고 잊혀집니다. 때문에 더 이상 지지되지 않는 과거의 과학적 믿음만 따르다가는 공개적으로 자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과거의 좋은 이론이 증거 불충분으로 폐기된다고 하더라도, 해당 연구와 주장을 했던 과학자들이 비난받을 일은 아닙니다. 과학은 정치가 아니며, 더 나은 증거를 얻게되면, 마음을 바꾸어도 잘못될 것이 전혀 없습니다.


피터 도어티박사는 오늘의 문제로, 훌륭한 과학자들이 편협한 전문가로 인식되기 일쑤이며, 전문가들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전문가들이 내놓은 성과들이 종종 사람들의 믿음과 소망에 상충할 경우 더욱 이러한 현상은 심해진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현대 산업사회의 문제 (예, 대체에너지, 탄소배출량 등)의 해결을 과학이 어떻게든 해결해 줄 것이라고 막연히 믿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피터 도어티 박사는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의 과거 회귀적 사회모델, 또 급진적인 환경운동가들의 반 유전공학 운동, 그와 동시에 만들어지는 여러 의학적 음모론등(예, 백신의 불필요성)을 눈여겨 봐야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백신의 불필요성을 이야기하는 많은 음모론은 그 내용을 분석할 꺼리가 사실 별로 없습니다. 유전공학으로 만들어진 식물 품종의 경우 식량문제로 고통받는 국가에서 작황시, 식량 해결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해당 국가에서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대중적인 믿음은, 그 기반이 과학적이든 과학적이지 않든,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됩니다. 과학과 정치는 그 문화가 매우 다르기 때문에 제대로된 협력과 소통이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때문에 과학을 좀 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도록 다양한 매체를 통한 소통이 필요합니다. 이미 그러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나와있지만, 모두가 좋은 점수를 받지는 못하는 현실입니다. 많은 경우 오락적인 요소를 제공하고 논쟁거리를 만들어내려는 제작 욕구가 아마도, 검증가능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욕구보다 더 강할 수 밖에 없는 미디어 현실이기에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과학전문 기자, 또 의학전문 기자의 중요성이 매우 강조됩니다. 경제적인 문제로 많은 언론매체에서 전문기자를 두지는 못합니다만, 그 중요성은 매우 큽니다. 과학 연구기관과 대중간의 중간 다리로써 과학적 사실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책임이 이러한 전문기자에게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내놓는 자료를 그냥 옮기거나, 정치부 기자처럼 정치적인 해석을 하는 전문기자는 스스로의 가치를 내려놓는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이번 광우병 논란 속 전문가의 위치나, 과거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사건등에서 보이는 것은 과학과 국가, 과학과 경제, 과학과 정치, 과학과 문화 사이의 이해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이 복잡한 문제가 과학의 영역에서만 보면 매우 단순합니다. 물론, 때로는 과학자들도 여러 주장을 펴기 때문에 주장이 복잡할 수 있지만 이들은 과학의 영역 안에서 논쟁할 뿐 서로의 공감대가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이 세상 밖을 나와 대중적 지지를 받게 되면, 과학적 중요도와는 별개의 힘을 가지게 된다는 점, 여러 사건을 통해 배우게됩니다.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 편집자 주 : 피터 도어티 박사는 수의대를 졸업 후 병리학과 면역학 분야에서 연구를 해왔으며 1974년 네이처지에 '동형 또는 또는 반동종이형 체계 내 림프구성맥락수막염에서 시험관 T세포 매개성 세포독성의 제한', '림프구성맥락수막염에서 감작된 T림프구의, 달라진 자기 성분에 대한 면역감시'란 논문을 바탕으로 1996년 노벨 생리, 의학부분에서 수상을 했습니다.

본문에 소개된 '노벨상 가이드'(알라딘 서적 링크)란 책은 중간에 면역학자로써 수상에 이르게된 의학적 연구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여,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나 그 챕터 이외에는 전반적인 과학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관련글 :

2007/10/19 - [신약 임상 연구] - 목적론적인 철학과 의학

2007/10/26 - [신약 임상 연구] - 의학과 과학에 대한 이해를 위해

2007/11/12 - [칼럼과 수다] - "인간의 이혼과 사망 원인 밝혀져" - 인과성의 이해

2007/12/05 - [신약 임상 연구] - 의학 연구, 방송, 기사마다 그 내용이 다르다.

2007/12/17 - [칼럼과 수다] - 의사의 역할 (Role of the doctor)

2007/12/21 - [신약 임상 연구] - 제약 산업과 의학 연구

2008/01/15 - [칼럼과 수다] - 한의학과 의학의 의료 일원화 논의에 부처

2008/01/28 - [신약 임상 연구] - 질병의 위험요인? 질병의 원인이란 뜻인가요?

2008/02/01 - [사람과 사람] - 국제백신연구소를 아시나요?

2008/02/27 - [칼럼과 수다] - 사실(Fact)의 해석과 근거의학(EBM)

2008/05/08 - [칼럼과 수다] - 광우병 논란에 과학자들의 역할은?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