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 비후성 심근증 환자 1,416명 대상 분석결과 발표
심장근육이 두꺼워져 급성 심장사를 유발할 수 있는 유전성희귀질환 '비후성 심근증'의 한국인 급사 위험 예측 방안이 나왔다. 이제껏 이뤄진 미국진료지침을 국내 환자에게 적용해 급사 위험을 평가하면 불필요한 치료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확인됐다. 비후성 심근증은 국내에서 희귀질환으로 분류되지만 200~500명 중 1명꼴로 발생할 만큼 적지 않은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질환이다.
서울대병원은 이 병원 순환기내과 김형관 교수, 삼성서울병원 이상철 교수, 세브란스병원 이현정 교수 공동연구팀이 국내 최대 규모 비후성 심근증 코호트를 대상으로 미국심장학회 최신 진료지침의 성능을 분석하고 한국인의 급사 예측력을 평가한 연구에서 한국인 급사 위험 예측 방안이 새롭게 제시됐다고 24일 발표했다.
2020년 발표된 미국심장학회 최신진료지침에서는 비후성 심근증 환자의 7가지 급사 위험인자(급사 가족력, 좌심실 비대(LVWT≥30㎜), 원인 없는 실신, 좌심실 근단 부위 동맥류, 좌심실 박출률(LVEF)<50%, 비지속성 심실빈맥, 후기 가돌리눔 증강(LGE)≥15%) 중 1개 이상의 위험인자를 가진 환자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하며, 고위험군에게는 급사를 예방하기 위해 이식형 제세동기 삽입술이 권고되기도 한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이 같은 미국진료지침을 국내 비후성 심근증 환자 1,416명에게 적용하면 44%(620명)가 1개 이상의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즉 10명 중 4명 이상은 제세동기 삽입을 고려할 수 있는 급사 고위험군인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급사에 이른 환자는 100명 중 4명(4%)에 그쳤다. 5.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3.3%(43명)에게 급사 등이 발생했다.
이는 미국진료지침의 기준을 한국인 비후성 심근증 환자에게 그대로 따를 경우 불필요한 제세동기 삽입술을 받는 환자가 생길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세동기는 합병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더욱 정확한 고위험군 예측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에 연구팀은 국내 비후성 심근증 환자만을 대상으로 ‘위험인자 개수’에 따른 급사 위험 예측력을 세부 분석했으며, 미국인 비후성 심근증 환자와 달리 한국인 비후성 심근증 환자는 ‘위험인자 2개 이상’일 때부터 급사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한국인 비후성 심근증 환자에게는 심근 수축 기능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심근변형(strain)’도 급사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초음파로 측정되는 심근변형은 심장 수축 시 세로로 줄어든 정도를 의미하는 지표다.
전체 연구집단에서 다른 변수를 조정했을 때, 심근변형이 저하(좌심실 변형률(LVGLS) 13% 미만, 좌심방 변형률(LARS) 21% 미만)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급사 위험이 최대 4배 높았다. 이들 중 ‘위험인자 1개’ 그룹만 분석한 경우에도 동일하게 심근변형이 저하된 환자가 급사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
연구팀은 비후성 심근증 환자 중 급사 고위험군을 보다 정확히 감별하려면 비후성 심근증의 7가지 급사 위험인자 중 환자의 ‘위험인자 개수’와 함께 ‘심근변형 저하’ 여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각각의 급사 위험인자는 급사 위험에 단독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반면, ‘좌심실 박출률 50% 미만’은 예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위험인자만 단독으로 가진 경우 급사 위험이 약 9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형관 교수와 이상철 교수는 “미국진료지침을 그대로 적용하면 불필요한 제세동기 삽입술이 많아질 우려가 있다”며 “급사 위험을 신중히 판단하고 적절한 제세동기 삽입술을 실시하기 위해선 심근변형 저하를 주의 깊게 평가해야 하며, 특히 단독으로 급사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좌심실 박출률 저하도 추적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정 교수는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인 비후성 심근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며 “이를 근간으로 향후 국내 비후성 심근증 진료지침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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