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표지 이미지작년 가을에 참석한 해외학회에서 일본인 의사들과 만나 회의 후 식사를 같이 할 기회가 있었다. 공통의 화제를 생각하던 중 문득 한국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한 곤도 마코토 박사가 떠올랐다.곤도 마코토 박사는 일본의 방사선종양학과 의사로서 ‘암은 방치해두는 게 낫다’, ‘항암제는 효과가 없다’,‘건강검진은 백해무익하다’는 주장을 책으로 써 논란을 일으켰다.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된 책이 9권정도 되는데, 제목을 보면 그가 주장하는 바를 대략 알 수 있다.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 ‘항암치료는 사기다’, ‘당신의 암은 가짜암이다’, ‘시한부
다년간 종합병원 봉직의로서 일하다보면 전공의선생님들에 대한 불만을 많이 듣는다. 환자들에게서도 듣고 간호사들에게 듣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간호사들은 사정을 모르지는 않기 때문에 완곡하게 표현하기는 하나, 어쨌든 환자에게서나 간호사에게서나 대개는 의학적 처치 및 결정에 대한 것보다는 태도에 관한 불만이 많다.그런데 되돌아보면 나 역시 그런 의사이기는 했다. 그래서 그들에게 ‘환자와 동료의료진을 대하는 태도를 고쳐보도록 해라’고 쉬이 말할 수가 없다.환자를 위해 열심히 이것저것 챙기고 찾아보고 해도 돌아오는 건 편의점 직원을 대하는 태도와 그리 다르지 않다. 간호사들에게서 들려오는 밑도 끝도 없는 보고들은, 사실 보고라기보다는 ‘책임지라’는 말로 들린다. 잘 모르는 콜은 우선 짜증이 나니까 대충 처
위키피디아 이미지 - 의무기록두께가 5~6cm 정도는 되어 보이는, 무거워서 한손에 잡히지도 않는 부담스러운 차트. 지친 표정에 경계가 가득한 눈빛을 담고 있는 환자 또는 보호자. “영상 다 올라오려면 (외부병원 영상이 우리병원의 영상정보시스템에 업로드 되려면) 몇 분 더 기다려야 한대요”라며 난처한 웃음을 짓는 외래 담당 간호사.이차의견(second opinion) 환자다. 지금 받는 치료에 대해 다른 병원 의사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서 온 분이다. 지방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수도권의 유명병원에 가봐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오신 분들도 있고, 우리 병원보다 더 큰 소위 Big
존스홉킨스도 위험한 병원이었다2014년 늦은 가을, 신해철씨 사망을 즈음해 이전부터 책장에 꽂아만 두고 있던 ‘존스홉킨스도 위험한 병원이었다’를 꺼내 읽었다. 저자 피터 프로노보스트는 중심정맥관감염과 탈수로 사망한 조시 킹이라는 어린이가 겪은 비극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책을 썼다.일명 ‘종현이법’이라고 하는 환자안전법이 4년간의 제정운동을 통한 기나긴 논의와 조정을 거쳐 지난해 12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종현이도 한국의 조시 킹이 될 수 있을까. 진정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사실 빈크리스틴 사고는 종현이 이전에도 몇 건이 더 있었다. 일부 병원에서 재발방지를 위한
위키피디아 이미지 - 대장암암환자들, 아니 정확히 말해 암생존자들은 늘 재발의 공포 속에 살아간다. 암수술은 대개 상당부분의 정상조직까지 손상되는 큰 수술이고, 일부 고위험군의 경우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치료까지 보통 6~8개월, 길게는 1년까지 걸리는 고난의 여정을 거쳐야 한다. 당연히 그 보상으로 완치라는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만, 암이라는 질병은 그런 인내와 정성을 배반하기 일쑤이다. 재발이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접하고 소위 ‘투사(projection)’라고 부르는, 자신의 불행을 누군가의 탓을 돌리는 반응이 일어나는 것은 흔한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병원 외래 풍경 (C) 청년의사신문 DB대한의사협회와 서울시의사회가 차등수가제의 폐지를 주장했다. 고위 정치인들도 이에 공감을 표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차등수가제는 의사 일인당 하루 진료건수가 75명을 넘어가면 건강보험 급여비 지급을 삭감하는 제도로 2001년에 만들어졌으며, 의사의 적정진료를 유도하고 환자집중을 분산시키겠다고 도입한 정책이다.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진료의 질 향상보다는 재정절감이 우선인 정책이었다. 대중에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차등수가제는 의원급에만 적용되는데다가, 정부 유관기관인 보건사회연구원도 2009년 연구보고서를 통해 ‘차등수가제로 인해 진료의 질이 높
주판은 고대로부터 계산 도구로 사용되어왔다.요즘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배우는 수학책(과거 슬기로운 생활 또는 산수로 불렸지만 수학으로 바뀌었다)을 보노라면 나에게도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 두 자리 수의 덧셈을 여러 방법으로 하는 것을 연습하는 단원이 좋은 예다. 34+28은 30+20, 4+8 십의 자리와 일의 자리를 각각 더해서 50+12=62가 될 수도 있고, 34+20을 먼저 하고 54 +8을 해서 답이 62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34+8을 먼저 해서 42에다 20을 더해서 62가 될 수도 있고, 28+30을 먼저 하고 58에 4를 더해서 62가 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