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내과 의사에게 듣는 암 이야기]
대한종양내과학회 허석재(동아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하루가 다르게 암에 대한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암 환자의 절실함을 이용한 정보들일뿐 정작 암 환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는 많지 않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는 근거 없는 치료에 현혹돼 시간을 소비하는 암 환자들이 없도록 대한종양내과학회와 함께 정확한 정보 전달에 나선다. 국내 암 전문의들이 연재하는 <종양내과 의사에게 듣는 암 이야기>는 암 치료를 앞두고 있는 많은 환자들에게 암 극복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편집자주> 

2015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90세의 나이에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투여받고 뇌로 전이된 악성 흑색종에서 완치됐다는 소식은 암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비록 얼마 전 암세포가 간과 뇌로 다시 전이돼 연명 치료를 중단한다고 했지만 첫 진단 후 8년 넘게 생존하며 일상을 누릴 수 있었던 데는 면역항암제의 역할이 컸다고 볼 수 있다. 면역관문억제제의 성공적인 개발에 따라 이후 항암치료 전략에서 면역치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이하게 됐다.

암 환자의 면역세포들은 정상인들과는 달리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인식하고 파괴하는 능력이 저하돼 있다는 것이 오래 전부터 관찰돼 왔는데, 이들 암 환자에서 기능이 억제된 면역세포들을 다시 활성화시켜 암을 공격하게 하려는 것이 면역항암치료의 목적이다.

면역항암치료는 수동적 또는 능동적으로 분류될 수 있다. 수동 면역 요법은 종양 세포를 직접적으로 겨냥하지 않고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 체계의 능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예는 면역관문억제제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능동 면역 요법은 특히 면역 체계를 통해 종양 세포를 목표로 하며 대표적인 예는 CAR-T 세포치료이다.

수동 면역 요법과 능동 면역 요법의 대표주자로 각 면역체계에 따른 치료법을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면역관문억제제: 우리 몸에는 면역체계라는 방어 체계가 있으며, 면역체계의 주요 임무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또는 암을 비롯한 비정상 세포와 같은 유해한 요소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다양한 세포로 구성돼 있지만 핵심은 T 세포다. T 세포는 종종 면역체계의 '군인'으로 불리며 이러한 유해 요소를 식별하고 죽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면역 체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돼 있다면 면역균형이 깨지고 자신의 세포를 공격해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를 제어하기 위해 우리의 면역체계에는 면역 반응을 시작하기 위해 켜거나 꺼야 하는 면역 세포의 단백질인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이 있어 ‘제동기’ 역할을 한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T 세포의 특정 단백질(PD-1 또는 CTLA-4와 같은)이 다른 세포의 각각의 리간드(PD-L1 또는 B7 계열 단백질과 같은)에 결합할 때 억제 신호를 촉발함으로써 이를 달성한다. 그러나 많은 암 세포는 PD-L1과 같은 리간드를 표면에 과발현하도록 학습해 ‘자기(self)’인식 신호를 모방하게 하며 종종 자신을 정상 세포로 위장하게 한다.

T 세포는 이렇게 위장한 암세포를 ‘비자기(non-self)’가 아닌 ‘자기’로 취급하게 되어 암세포는 면역 체계의 공격을 피하여 성장하고 증식하게 된다. 면역관문 억제제는 이러한 면역관문을 ‘차단’ 또는 ‘억제’해 T세포가 암세포를 식별하고 공격할 수 있게 한다.

이들 중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것은 PD-1/PD-L1 억제제(예: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 상품명 키트루다), ​니볼루맙(Nivolumab, 상품명 옵디보), ​아테졸리주맙(Atezolizumab, 상품명 티쎈트릭), 아벨루맙(Avelumab, 상품명 바벤시오), ​더발루맙(Durvalumab, 상품명 임핀지))와 CTLA-4 억제제(예: ​이필리무맙(Ipilimumab, 상품명 여보이))이다. 이런 억제제의 사용은 흑색종, 비소세포 폐암, 신세포암 등 여러 암에서 의미있는 치료 성공을 보여주었다.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himeric antigen receptor-T, CAR-T) 치료: CAR-T 치료는 면역항암치료의 맞춤치료 형태다. 이 접근법은 암 세포의 특정 항원을 인식할 수 있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로 알려진 합성 수용체를 발현하도록 환자의 자가 T 세포를 재설계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 과정은 환자의 말초 혈액에서 T 세포를 수집하는 백혈구 성분채집술로 시작되며, 그런 다음 이 세포는 암세포 표면에 있는 종양 관련 항원에 결합하는 CAR을 발현하도록 생체 외에서 유전적으로 변형된다.

이렇게 변형 된 CAR-T 세포는 환자에게 다시 주입되기 전에 시험관 내에서 확장되며, 이 프로세스는 몇 주가 소요될 수 있다. 재주입 시 CAR-T 세포는 표적 항원을 발현하는 암세포를 특이적으로 인식하고 세포독성을 유도할 수 있어 암 박멸에 대한 표적 접근법을 제공할 수 있다.

이 전략은 특정 유형의 림프종 및 백혈병에 사용되는 킴리아(Kymriah, 성분명 티사젠렉류셀 Tisagenlecleucel) 및 예스카다(Yescarta, 성분명 액시캅타진 실로루셀 Axicabtagene Ciloleucel)와 같은 FDA 승인 CAR-T 치료법을 통해 기존 치료법에 내성이 있는 혈액 악성 종양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혈액암에서의 인상적인 치료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CAR-T 치료는 고형암에서는 아직까지 효과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없었다.

그리고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 뇌 증후군을 포함한 신경 독성 등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고 암세포의 항원소실 또는 CAR-T의 약화를 통한 항암 효과 상실 등이 극복해야 할 문제로 여전히 남아 있어 신중한 환자 선택 및 관리가 필요하다.

CAR-T 세포 요법과 같은 세포 매개 요법에서는 면역 세포를 환자에게서 추출해 종양 특이 항원을 인식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해 환자에게 반환되는데, 이러한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는 세포 유형은 T세포 이외에도 자연 살해(Natural killer cell, NK cell) 세포와 수지상 세포(Dendritic cell)도 활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도 항암면역세포치료의 중요성을 인지해 보건복지부 주관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지원사업'을 통해 다수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세포치료제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필자도 이번 사업에서 '근치적 절제를 시행한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보조항암 치료와 자연살해 세포의 동시 투여에 따른 안전성 및 효과 검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면역항암치료는 암 치료 분야에서 점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면역치료에서는 여전히 제한점이 있다.

다른 치료와 마찬가지로 면역항암치료 역시 모든 환자에서 반응하는 것은 아니며, 반응률은 암 유형과 개별 환자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누가 면역항암치료에 반응할지 예측할 수 있는 명확한 바이오마커가 없어 반응 예측의 어려움이 있다.

또 면역항암치료 역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증 상태에 이르기까지 한다. 그리고 치료비용 역시 여전히 높다는 문제가 있다.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의 발전에 따라 유전학적 분석을 통해 종양의 특성이 지속적으로 밝혀지고 있으며, 면역항암치료 역시 종양의 독특한 특성과 개인의 면역 상태에 맞는 맞춤치료(personalized medicine) 전략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기존의 치료와 병합 치료를 통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 면역치료의 효과를 향상시키고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허석재 교수
허석재 교수

허석재 교수는 동아대 의과대학을 나와 동아대병원에서 내과 및 전임의를 수련했으며, 현재 동아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조교수로 대장암, 췌장암, 간담도암, 비뇨의학암, 부인암 등을 치료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주관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지원사업'을 통해 다수의 연구를 진행하며 동아대병원에서 첨단재생 세포치료를 이끌고 있다. 대한종양내과학회 홍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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