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내과 의사에게 듣는 암 이야기]
대한종양내과학회 김혜영(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조교수)

하루가 다르게 암에 대한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암 환자의 절실함을 이용한 정보들일뿐 정작 암 환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는 많지 않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는 근거 없는 치료에 현혹돼 시간을 소비하는 암 환자들이 없도록 대한종양내과학회와 함께 정확한 정보 전달에 나선다. 국내 암 전문의들이 연재하는 <종양내과 의사에게 듣는 암 이야기>는 암 치료를 앞두고 있는 많은 환자들에게 암 극복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편집자주>

대장암은 우리나라에서 2020년 기준, 암 발생 3위에 해당하는 흔한 암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대장암은 다른 암에 비해 치료율이나 생존율이 높다고 알려져 있으나, 원격 전이가 동반된 4기 대장암부터는 예후가 불량해진다. 최초 진단 시 20% 정도는 이미 원격 전이가 있는 4기 대장암으로 진단이 되고, 4기 대장암의 경우 평균 생존 기간이(치료 방법이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약 30개월 정도로 여전히 예후가 불량하다. 

그런데 진료하다보면 “4기 대장암은 수술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는데, 저는 수술이 안되나요?”라고 묻는 환자들이 있다. 그 질문에 답을 한다면 이렇다.

최근 전이성 대장암 환자를 진료하는데 있어 다학제 진료가 대두되고 있다. 영상의학과, 대장항문외과(또는 전이된 병소의 수술을 담당하는 흉부외과나 간담췌외과 등), 방사선종양학과, 종양내과 등 여러 진료과 전문의가 모여, 대장암 환자 개개인의 질병 상태를 평가하고, 절제가  가능한지, 또는 불가능한지, 아니면 향후 항암치료를 통해 전이된 병소나 원발 대장암 병소가 호전될 경우 미래의 절제 가능성이 있을지를 평가한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들이 다학제 진료를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들이 다학제 진료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진료실에서 흔하게 접하는 간 전이를 동반한 대장암 4기 환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다학제에서 절제 가능성을 평가하게 되는데, 이 때 많은 경험이 있는 다학제 전문의의 진료와 더불어 중요한 것이 1) 기술적으로 절제가 가능한지 2) 종양학적으로 치료의 예후가 좋은지다. 

기술적으로, 대장암의 간 전이 환자에서 절제 가능성이란 종양을 절제하고 남는 간이 30% 이상으로 충분하다면, 간에 전이된 종양의 수나 크기, 양측 간 침범 등에 제한이 되지는 않는다. 만약 간에 전이된 병변이 수술적으로 제거가 부적절한 위치라고 하더라도, RFA/MBA (radiofrequency ablation, 고주파 소작술/microwave ablation, 초단파 소작술)나 SBRT(stereotactic body radiotherapy, 정위적 방사선치료) 등의 적절한 국소치료를 병합하여 완전 절제를 달성할 수 있다. 

종양학적인 기준으로는 더 긴 무병생존기간이나 완치 가능성 같이 예후에 대한 정보를 포함한다. 이때 고려하는 특징들은 대장암의 전이된 시기, 암의 공격성 정도, 간 외 병변의 유무 등을 포함하게 된다. 예를 들어 간 외에도 수술이 불가능한 전이 장기가 있거나 전이된 병변 수가 5개 이상일 때 또는 질병이 악화되고 있다면 간 전이된 병변을 수술을 한다고 하더라도 예후가 불량하다고 판단한다. 

물론 수술을 결정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종양을 제거할 수 있는가와 재발하지 않고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는지 외에도, 환자의 나이나 전신 상태, 동반 질환, 수술이나 다른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는지, 또한 환자 개인의 치료 목표 및 선호 등을 포함해서 정해야 한다.

만약 다학제 진료 후 수술적으로 접근이 용이하고, 종양학적으로 충분히 수술 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수술 전후 전신 항암치료 없이 바로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바로 수술을 진행할 경우 잔존 간이 너무 적거나 수술 후 간기능 부전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수술 전 전신 항암치료 후 2~3개월 마다 병변을 재평가하여 수술 시기를 가늠하는 것이 충분히 좋은 치료 전략이 될 수 있다. 

현재까지 대장암의 여러 바이오마커와 치료제에 있어 많은 발전이 있어 왔다. 따라서 바로 수술이 어렵다고 할지라도,  RAS야생형 좌측 대장암의 경우 anti-EGFR antibody(예: cetuximab) 표적치료제와 세포독성 항암치료 병합 요법이 RAS 변이형 우측 대장암의 경우, anti-VEGF antibody(예: bevacizumab) 표적치료제와 세포독성 항암치료 요법을 통해 좋은 치료반응을 얻게 된다면 수술적 절제 가능성을 다시 타진해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임상 상황에는 수술이 불가능한 전이성 대장암 환자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종종 환자들이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것에 좌절하여, 치료를 시작조차 하지 않으려하는 경우가 있다. 완치는 어렵더라도 최대한 증상을 조절하여 생존 기간을 편안하고 길게 연장하는 것이 전신 항암 치료의 일차 목표이다. 비록 진료실에서는 시간적 제약으로 환자들의 마음을 충분히 다독이지는 못하지만, 힘든 항암치료 잘 견디는 여러 환우들을 항상 응원하고 있다. 또한, 획기적인 치료 방법들이 개발되어 많은 환우 분들이 더 좋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게 종양내과 의사의 작은 바람이다. 

김혜영 교수

김혜영 교수는 전남대학교 의과대학을 나와 서울아산병원에서 내과를 수련했다. 현재 울산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조교수로 근무하며, 대장암 및 간암 등을 치료하고 있다. 대한암학회, 대한종양내과학회, 항암화학요법연구회 정회원이며, 종양내과학회 홍보위원회 위원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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