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내과 의사에게 듣는 암 이야기]
대한종양내과학회 김달용(동국대일산병원 혈액종양내과)

하루가 다르게 암에 대한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암 환자의 절실함을 이용한 정보들일뿐 정작 암 환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는 많지 않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는 근거 없는 치료에 현혹돼 시간을 소비하는 암 환자들이 없도록 대한종양내과학회와 함께 정확한 정보 전달에 나선다. 국내 암 전문의들이 연재하는 <종양내과 의사에게 듣는 암 이야기>는 암 치료를 앞두고 있는 많은 환자들에게 암 극복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편집자주>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환자들이 생각하는 치료 부작용 중 첫번째로 손에 꼽는 것이 구역과 구토이다. 2005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항암치료를 받는 난소암 환자들에게 각각의 증상들이 얼마나 힘든가 표시해보라고 했는데, 심한 구역, 구토는 죽을 것 같은 느낌에 필적할 정도라고 표현했다. [Support Care Cancer. 2005;13:219-227]

최근에는 부작용이 적은 항암제들이 많아졌고, 구역과 구토를 줄이기 위한 약제들이 개발되어 있어 이전과는 달리 구역과 구토 부작용의 빈도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이런 발전이 있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의 뇌리에는 항암치료를 하면 울렁거리고 구토를 한다는 이미지가 생겨버린 것 같다. 

항암치료를 하면 왜 구역·구토를 하게 되나 

항암치료로 인한 구역, 구토 반응의 정확한 기전이 전부 밝혀진 것은 아니다. 여러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항암제가 우리 몸에 들어오면 구토 중추인 뇌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장에 있는 세포에 영향을 주면서 신경전달물질들을 분비하게 된다. 구역, 구토와 관련하여 알려진 이 물질로는 세로토닌(serotonin), Substance P, 도파민(dopamine) 등이 있다. 현재 항암제로 인한 구역과 구토를 예방하는 약제들은 이런 신경전달물질을 차단하여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Engl J Med 2016;374:1356-67]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1978년 시스플라틴이라는 항암제가 허가 되었고 항암치료의 결과가 개선되기 시작했는데, 이 약물을 투여받은 대부분의 사람이 구토를 하여 힘들어했다. 그런데 1990년 세로토닌 차단제가 항암제로 인한 구토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면서 부작용 빈도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Substance P에 대한 차단제 연구가 발표되고 승인 되면서 이후부터는 항암제로 인한 구토 유발가능성이 10%대로 감소했다. 

치료보다는 예방이 중요

새로운 약물의 개발과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항암제의 부작용 발생 빈도에 따라 세로토닌 차단제, Substance P 차단제, 스테로이드를 항암제를 주기 전에 투약하여 구역과 구토를 예방한다. 구역과 구토가 발생한 이후부터 치료를 하는 것보다는 예방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작용이 발생하면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치료 순응도가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구역과 구토 부작용을 경험하면 이후에 다음 주기의 항암을 할 시점이 되면 항암치료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구토를 하는 예기구토라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증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방조치를 했으나 구역, 구토가 발생한 경우에는 도파민 차단제와 같은 약물을 사용하여 적극적으로 증상 조절을 하며, 증상이 심하게 발생한 경우에는 다음 치료 시 예방 약제를 더 강하게 사용하거나 항암제의 용량을 조절할 수도 있다. 

스테로이드를 항구토제로 쓴다? 

항암 전에 투약되는 스테로이드는 과민반응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구역, 구토를 예방하는 목적도 있다. 스테로이드는 구토 위험이 낮은 저위험군에서 중등도, 고위험군 모두에서 사용되며, 저위험군에서는 쓰이지 않을 수 있지만, 중등도, 고위험군에서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모두에게 사용한다. 2014년에 나온 논문을 참고하면, 구역, 구토를 억제하는 정확한 기전은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스테로이드가 항암으로 인한 염증반응을 줄여주고, 구토 중추에 직접 작용하며, 다른 신경전달물질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스테로이드가 정상 생리적인 기능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어 증상을 줄이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전해진다. [Eur J Pharmacol . 2014 Jan 5;722:48-54]

스테로이드는 덱사메타손을 사용하며, 연구마다 사용한 약물의 용량에 차이가 있어 얼마나 약을 써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는데, 2000년에 나온 메타분석 연구를 통해서 현재 사용하는 약물의 용량이 결정됐다. [J Clin Oncol. 2000;18(19):3409]

이 논문에 포함된 연구들에서 사용된 덱사메타손의 용량은 8mg에서 100mg까지였는데, 이를 용량 순으로 나열했을 때 용량-반응관계를 보이지 않았고, 20mg 미만의 용량에서는 작지만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구토 고위험 항암제에서 덱사메타손은 20mg을 사용하는 것으로 가이드라인에 적용됐다. 미국의 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12mg을 권고하고 있는데, 메타분석 연구를 참고하자면 12mg과 20mg에서의 오즈비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할 때 12mg 용량도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값이라 볼 수 있다.

정신과 약물을 사용하기도

항암제로 인한 구토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에서는 올란자핀이라는 약물이 제시되기도 했다. 올란자핀은 비정형적 항정신병제제이며, 세로토닌과 도파민 수용체를 차단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세로토닌과 도파민은 구역, 구토과 연관되어 있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두가지를 동시에 차단할 수 있는 약물이므로 항암제로 인한 구역, 구토를 예방하는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연구가 진행이 되었고, 기존에 사용하는 약물과 병합하여 올란자핀을 사용할 경우 증상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이 발표됐다. 스테로이드가 항구토제 목적으로 사용이 되기도 하는데, 올란자핀을 사용할 경우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들도 있다. 스테로이드 사용으로 혈당이 조절이 안되거나 딸꾹질 등의 부작용이 유발될 수 있고, 면역항암제가 일반항암제와 함께 투여되는 경우 스테로이드가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줄일 수 있다는 것까지 고려한다면, 향후에는 올란자핀이라는 약물이 더 많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힘듦을 확인한 연구들을 보면 구역과 구토는 항상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환자들에게는 매우 무서운 부작용이다. 과거에는 힘들어도 참으라는 말 밖에 못했지만, 요즘에는 보조치료가 함께 발전하고 있어 환자들이 조금이나마 덜 힘들게 치료받을 수 있게 됐다. 환자들이 덜 힘들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달용 교수
김달용 교수

김달용 교수는 경희대 의과대학을 나와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를 수련했으며, 종양내과 임상강사를 거쳐 현재 동국대일산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로, 위장관암, 비뇨생식기암 등을 치료하고 있다. 대한암학회, 대한종양내과학회, 항암화학요법 연구회, 대한혈액학회 정회원이며, 종양내과학회 홍보위원회 위원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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