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내과 의사에게 듣는 암 이야기]
대한종양내과학회 김일환(해운대백병원 종양내과 부교수 )

하루가 다르게 암에 대한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암 환자의 절실함을 이용한 정보들일뿐 정작 암 환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는 많지 않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는 근거 없는 치료에 현혹돼 시간을 소비하는 암 환자들이 없도록 대한종양내과학회와 함께 정확한 정보 전달에 나선다. 국내 암 전문의들이 연재하는 <종양내과 의사에게 듣는 암 이야기>는 암 치료를 앞두고 있는 많은 환자들에게 암 극복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편집자주>

암 임상시험은 악성 종양을 치료하는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수행하는 신약 연구다. 여러 질환들과 비교해서 암 치료에 임상시험이 필요한 이유는 다른 질환보다 치료가 어렵고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기 때문이다.

1~2기 초기 암의 경우 수술 등의 치료가 가능해서 상대적으로 완치의 가능성이 높지만 암 중에서도 3기 이상의 진행성 종양 일부와 전이가 있는 4기 암의 경우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이런 경우 항암화학요법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술적 절제가 아는 약물만으로 암을 치료하기에는 부작용이 많고 효과가 부족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됨으로써 과거의 많은 치료적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여기에 부작용이 덜하고 효과가 좋은 보다 진보된 약으로 미리 치료 받을 수 있는 주효한 방법이  바로 암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것이다.

암 임상시험은 기존의 표준 치료와 비교해서 새로 개발된 신약이 얼마나 더 효과가 있고 부작용은 없는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로 향후 새로 개발된 약을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결정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게 된다. 약을 개발한 과학자와 실제 환자에게 투약하는 의사는 임상시험을 통해 새로운 치료법이 안전한지, 효과가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다. 암 임상시험에서는 많은 경우 새로운 신약 치료법과 기존의 표준 치료법을 비교해 시험한다. 

암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임상시험은 새로운 항암제 신약을 대상 환자에게 최우선적으로 안전한지, 그리고 효과적인지,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는 과정으로,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새로운 치료법과 건강을 증진시킬 새로운 방법, 또는 개선된 방법을 찾아내는 합리적이고 동시에 합법적인 과정이다.

항암제 신약의 개발 과정은 먼저 새로운 약물을 발명하면 전임상실험(동물실험 혹은 세포주 실험)에서 효능과 안정성을 확인하고, 이후에 직접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수행하게 된다. 많은 임상시험은 새로 개발 중인 약물을 평가하기 위해 실시하지만 일부 임상시험은 이미 사용되고 있는 표준 치료법을 더 효과적으로, 더 쉽게 투약가능한지, 또는 더욱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실시하기도 한다.

항암제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은 다음의 네 가지 단계로 분류돼 있다. 

제1상 임상시험은 기존 실험실에서 연구된 신약을 특정 용량 단계에서 소수의 암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를 시작한다 이 연구에서 연구자는 새로 개발된 항암제의 가장 적합한 투여방법을 찾게 되며, 이와 함께 얼마나 자주 투여할지, 환자에게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최대 용량은 어느 정도인지 등도 결정하게 된다.

이 시험 과정에서는 중증의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최대 용량을 찾기 위해 미리 정해진 조건에 따라, 점차 용량을 높여 가며 치료를 해 나간다. 이를 통해 새로운 치료법을 사람에게 사용했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이나 문제점이 무엇인지 판단하며, 새로운 약물의 효과도 함께 평가된다. 이 단계에서는 새로운 항암제가 사람의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평가하기 위해 대상자에게 혈액검사나 조직검사와 같은 특별한 실험실적 검사도 실시할 수 있다.

제2상 임상시험은 제1상 임상시험의 수행 결과를 근거로 새로운 항암제로 치료하고자 하는 적응증을 가진 암 환자를 대상으로 효능의 크기를 평가하고 제1상 임상시험에서 파악된 안전성에 관한 정보를 재확인하는 과정이다. 제2상 임상시험에서 항암제의 효능은 일반적으로 항암제에 대한 종양반응률의 크기로 평가한다.

제3상 임상시험에서는 임상 연구자들은 새로운 치료법과 현재 사용중인 표준 치료법을 비교해 연구한다. 이전 단계 임상시험을 통해 이미 파악된 신약의 효능과 안전성을 기존 표준치료제와 비교해 더 우수한지, 동등한지 혹은 열등한지에 대해 연구하며, 이를 위해 시험에 참여한 암환자를 ‘신약을 사용하는 군(대조군)’과 ‘표준항암제를 사용하는 군(비교군)’으로 무작위 배정한 뒤 비교하는 형태로 수행된다.

이 시험 과정은 새로운 약제의 시판을 허가 받기 위한 마지막 단계로 항암제의 효능은 환자의 생존율 향상이나 생존기간의 연장 여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제4상 임상시험은 새로운 항암제의 시판이 허가된 후 장기간에 걸쳐 효능과 안전성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는 연구로서, 시판 전 임상연구에서 파악되지 않았던 희귀한 부작용과 장기간의 복용으로 나타나는 유해반응, 임상시험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소아, 노인, 임산부 등에서의 효능 및 유해반응,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 및 새로운 적응증의 발견 등을 주목적으로 이뤄진다.

임상연구에 참여할 때는 본인 혹은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나의 가족이 어느 단계의 임상연구에 참여하게 되는지 알아보는 과정도 중요하다. 이외에 임상시험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은 임상시험과 관련하여 가능한 많은 정보를 사전에 알고 있어야 하며, 임상시험의 목적, 임상시험에 사용되는 약물의 부작용,시험 기간 중 주의할 사항, 피험자의 권리 등에 대해 임상시험기관의 시험책임자, 담당의사, 연구간호사, 임상시험심사위원회에 언제라도 문의할 수 있다. 또한 임상시험의 참여 여부 결정은 자발적이어야 하며, 언제라도 임상시험 참여를 거부하거나 포기할 수 있다.

암이라는 질환의 특성상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암 환자를 위한 신약 임상시험은 그 동안의 항암 치료를 했음에도 질환이 지속되던지 악화되는 환자라면 특히 생각해볼 만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다만, 표준치료보다 더 효과적임이 입증되지 않은 단계이기 때문에 희망적인 부분에 대한 내용뿐 아니라 성공하지 못한 경우 표준치료에 비교해서 긍정적이지 않은 결과, 그리고 임상시험에 참여함으로 인해 오는 번거로움 등도 함께 감안해서 결정해야 한다.

의료현장에서 바라보는 임상시험의 모습은 새로운 희망적인 부분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어느 정도 한계점도 나타낸다. 긍정과 한계 양 쪽의 모습, 즉 새로운 기회와 때로는 위험을 동시에 내포하는 경우가 있다. 모든 임상연구가 처음 기대했던 바와 같이 신약개발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임상연구에 참여한 모든 피험자들이 시험 약의 효과로 늘 치료에 도움을 얻는 것도 아니다. 신약 자체가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고, 다른 환자에게는 좋은 효과를 보였지만 본인에게는 충분한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한 때로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으로 고생을 하게 되는 경우도 드물지만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상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와 연구에 도움을 주는 연구 전문 간호사들은 피험자의 건강을 면밀히 살피며, 만약 문제가 생길 경우 가능한 한 최선의 치료를 하고 부작용 정보를 수집하고 정량화 하는 등 여러 안전 장치를 준비해 놓고 있다.

따라서 임상연구 참여를 권유 받았을 때에는 가능한 한 정보를 충분히 검토하고 참여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가장 중점을 둬 봐야 할 부분은 이 임상연구가 내가 진단받은 질병과 치료 단계에 적절한지, 그래서 내가 이 임상연구를 통해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

대개 항암제 임상연구를 환자에게 권유를 할 때는, 질병에 효과가 좋은 치료법이 없거나 기존 치료의 효과가 만족스럽지 않아 새로운 약제의 개발이 필요한 경우다. 부작용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따라서 내키지 않는 경우인데 의료진과의 관계를 생각해 억지로 참여할 필요는 없다.

최근 암 정밀의료 및 유전자 분석 기술의 발달로 암 진단 및 치료에 있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이 일반화되고 이로 인해 개별 환자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 변이에 맞는 표적항암제의 개발로 부작용은 줄이고 치료 효과는 향상됐다. 또한 다양한 유전자 표적이 발견되고 이러한 표적에 대한 약제들이 개발되면서 향후 신약 임상연구가 많아지고, 적용될 수 있는 환자에서 생존기간의 향상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전의 면역항암제가 개발되면서 환자의 암에 대한 면역반응을 향상시켜 기존의 세포 독성 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한, 부작용을 줄이고 기존의 표준 치료보다 향상된 생존기간을 보이는 약제가 임상연구를 통해서 개발됐고, 이제는 다양한 암 종에서 표준치료로 제공되고 있다.

지금도 다양한 유전자 표적이 발견되고 이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 후 임상연구를 수행하고 다양한 암종에서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 현재 각광받는 면역항암제도 이같은 과정을 거쳐 다양한 암종에서 효과를 입증하고 환자들에게 희망을 제공하고 있다.

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표준치료로 입증돼 실제 의료현장에서 암 환자에게 이어지는 선 순환의 시작이 바로 암 임상연구다. 암 정복을 위해서는 임상연구에 대해 의사, 연구자, 환자, 보호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김일환 교수

김일환 교수는 인제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부산백병원에서 내과를 수련했으며, 해운대백병원,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에서 전임의 과정을 수련했다. 현재 해운대백병원 종양내과 부교수로 환자 진료와 임상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폐암, 간담췌암, 비뇨기암의 항암약물 치료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여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암학회, 대한종양내과학회, 항암화학요법연구회, 미국임상암학회, 유럽임상종양학회 정회원이며, 종양내과학회 학술위원회 및 홍보위원회 위원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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