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내과 의사에게 듣는 암 이야기]
대한종양내과학회 임주한(인하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하루가 다르게 암에 대한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암 환자의 절실함을 이용한 정보들일뿐 정작 암 환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는 많지 않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는 근거 없는 치료에 현혹돼 시간을 소비하는 암 환자들이 없도록 대한종양내과학회와 함께 정확한 정보 전달에 나선다. 국내 암 전문의들이 연재하는 <종양내과 의사에게 듣는 암 이야기>는 암 치료를 앞두고 있는 많은 환자들에게 암 극복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편집자주>

국소 진행성 직장암 표준 치료법은 2000년대 중반 한 연구(CAO/ARO/AIO-94 연구) 이후 한차례 치료법의 전환이 있었다. 이 연구를 통해 '수술 전 항암치료'는 국소 재발률 감소와 수술 후 화학방사선 치료 대비 부작용 개선에 기여함으로써 직장암의 표준 치료법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선행 항암방사선 치료를 통해 병기(암의 악성도)를 낮춤으로써 환자의 삶의 질에 기여하는 항문보존율을 높일 수 있었다.

이후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수술 전 치료(방사선 또는 항암방사선 병용치료)와 총 직장간막절제술의 병행으로 치료법이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이같은 치료법도 재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체계적인 전신항암치료를 치료 순서에서 더 일찍 적용하는 새로운 시도들이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수술 전 방사선 및 항암화학요법을 포괄적으로 적용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Total Neoadjuvant Therapy(TNT)'라고 하는데, 여러 무작위 대조 임상연구에서 TNT는 병리학적 완전 반응률(pCR), 화학요법 완수율, 그리고 무질병 생존 기간(DFS) 등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 중 하나인 RAPIDO 연구는 TNT를 받은 환자들에게서 기존 치료법 대비 3년간의 질병 관련 치료 실패와 원격 전이가 낮음을 보여주었다. 이 연구에서 28.4%의 환자가 pCR을 보였으며, 85%가 화학요법을 완료했다.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된 추적 관찰 결과에 따르면, 7년간의 DFS 비율은 mFOLFIRINOX TNT 치료군에서 67.6%, 표준치료 그룹에서 62.5%로, TNT 치료군이 7년 동안 5.73개월의 DFS 이점을 얻었다. PRODIGE-23 연구에서도 TNT를 받은 환자들은 3년 DFS에서 기존 치료법보다 우수했으며, 같은 기간 전이 없는 생존율도 더 높았다. 이 그룹의 27.8%가 pCR을 달성했으며, 81%가 화학요법을 완료했다. 

또 올해 ASCO에서 보고된 PROSPECT(Alliance N1048) 연구는 직장암 치료의 또다른 혁신적 이정표가 됐다. PROSPECT 연구는 1,19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열등성 연구로, 항문 보존 수술을 계획하고 최소 20% 이상의 종양 축소를 보인 환자들이 병리학적 완전 반응을 달성하는 데 방사선치료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중등도 위험도를 가진 직장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술 전 화학요법을 시행하면서 선택적으로 항암방사선 병용치료를 사용해 표준항암방사선 치료 방식과 비교하였을 때, 비열등한 DFS를 보였다. 이 연구에 따르면, 선택적으로 화학방사선을 사용하고 FOLFOX로 6회 치료하는 신약 화학요법은 cT2N+, cT3N- 또는 cT3N+의 병기의 직장암 환자들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

이 연구들은 추가적인 화학요법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그 시기를 변경했을 뿐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TNT가 환자들의 치료 순응도 및 치료결과를 개선하는 데 효과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이 연구들이 전체 생존율(OS) 이점을 입증하기까지 설계된 연구는 아니었지만, 이러한 임상연구들의 결과는 매우 유의하며, TNT의 임상적 적용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암의 원격 전이 감소와 치료 순응도 향상, 그리고 DFS 개선 등이 주요 이점으로, TNT는 직장암 치료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TNT를 기반으로 한 미래 연구가 직장암 치료에서 이룬 성과를 계속해서 발전시키고, 병리학적 완전 반응률과 전체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병합요법이 확인돼 국소 진행성 직장암 환자의 치료 성적이 더욱 향상되기를 기대한다.

임주한 교수는 인하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인하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및 혈액종양내과과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소화기암, 비뇨기암, 두경부암 등의 암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며,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인하대병원 암통합지원센터장과 연구대상자보호센터장을 겸임하고 있다. 대한암학회, 대한종양내과학회, 항암화학요법연구회의 정회원으로, 대한종양내과학회 학술위원회 및 홍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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