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내과 의사에게 듣는 암 이야기]
대한종양내과학회 임현수(울산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하루가 다르게 암에 대한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암 환자의 절실함을 이용한 정보들일뿐 정작 암 환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는 많지 않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는 근거 없는 치료에 현혹돼 시간을 소비하는 암 환자들이 없도록 대한종양내과학회와 함께 정확한 정보 전달에 나선다. 국내 암 전문의들이 연재하는 <종양내과 의사에게 듣는 암 이야기>는 암 치료를 앞두고 있는 많은 환자들에게 암 극복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편집자주>

위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암 중 하나로 신규 암 발생률이 4위인 암이다. 위암의 5년 생존율은 약 80%로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이는 위암 환자의 50% 이상이 예후가 좋은 1기 위암이기 때문이다. 수술이 불가능한 위암 환자의 경우 5년 생존율은 고작 6~7%이며, 평균 생존기간은 1년을 채 넘기지 못한다. 이는 다른 주요암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수치이다. 

10년동안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등 많은 종류의 새로운 항암제가 발전하며, 여러 암의 생존율이 개선됐다. 하지만 위암은 생존율 개선이 되는 암에 포함되지 못했다. 2010년 ToGA연구에서 HER2 양성 위암에서 표적치료제(trastuzumab)와 세포독성항암제 병용요법이 생존율 개선을 가져온다는 결과를 도출한 이후 10여년간 위암을 위한 약제 개발은 실패를 거듭했다. 그나마도 전체 위암 환자의 약 80%에 해당하는 HER2 음성인 위암에 대한 1차 치료는 20여년 동안 변화가 없었다. 그만큼 위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갈망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던 중 최근 위암 환자에 대한 새로운 항암제들의 긍정적인 임상결과가 발표되고 있어 드디어 위암 환자 1차 치료에 대한 변화의 기대감이 오르고 있다. 오늘은 수술이 불가능한 위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새로운 치료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2023년 9월 CHECKMATE 649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면역항암제인 옵디보와 세포독성항암제의 병용 요법이 국내 위암 환자에게 급여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드디어 더 많은 위암 환자들이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CHECKMATE 649연구는 HER2 음성이면서 PD-L1 CPS 5점 이상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면역항암제(nivolumab)와 세포독성항암제의 병용요법이 기존의 표준치료인 세포독성항암제에 비해 전체 생존기간(14.4 개월 vs. 11.1 개월)과 무진행생존기간(7.7 개월 vs. 6.0 개월) 그리고 반응률(60% vs. 45%) 모두의 개선을 입증했다. 이를 통해 HER2 음성 위암 환자도 PD-L1 CPS 5점 이상이라면, 기존의 세포독성항암제에 더해 면역항암제를 1차 치료로 적용할 수 있게 됐다.

2022년 10월 FGFR2b 억제제인 bemarituzumab을 대상으로 한 2상 연구인 FIGHT 연구결과가 발표됐었다. HER2 음성 FGFR2b 과발현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표적치료제(bemarituzumab)와 세포독성항암 병용요법은 세포독성항암제 단독요법에 비해 무진행생존기간(9.5개월 vs. 7.4개월)과 전체생존기간(19.2 개월 vs. 13.5 개월), 반응률(53% vs. 40%)의 차이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이득을 입증하지는 못했다. 이를 바탕으로 bemarituzumab이 FGFR2b 과발현 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생존율의 이득의 가능성이 있다 판단되어 3상 연구인 FORTITUDE-101, FORTITUDE-102연구가 진행 중에 있어 그 결과의 귀추가 주목된다.

얼마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2023 유럽암학회에서는 CLDN 18.2에 대한 표적치료제인 zolbetuximab의 3상 연구인 GLOW연구와 SPOTLIGHT연구의 업데이트 결과가 발표됐다. 두 연구 모두 HER2 음성 CLDN 18.2 양성 위암에 대해 표적치료제(zolbetuximab)와 세포독성항암제 병용요법과 세포독성항암제를 비교했고, 두 연구는 각각 무진행생존기간(GLOW 8.3 개월 vs. 6.8 개월, SPOTLIGHT 연구: 11.0 개월 vs. 8.9 개월)과 전체생존기간(GLOW 연구: 14.3 개월 vs. 12.2 개월, SPOTLIGHT 연구: 18.2 개월 vs. 15.6 개월)에서 유의미한 이득을 보여주었다. 이를 바탕으로 zolbetuximab은 내년 상반기 국내 허가를 준비중이다. 앞으로 위암 환자에게 중요한 치료 옵션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번 2023 유럽암학회에서는 HER2 양성 위암에 대한 결과도 발표됐다. KEYNOTE 811 연구는 3상 연구로 HER2 양성 위암을 대상으로 기존의 ToGA연구를 바탕으로 한 표적치료(trastuzumab)와 세포독성항암제 병용요법에 면역항암제인 pembrolizumab을 추가하는 것을 비교한 연구이다. 이 연구에서는 무진행생존기간(10.0 개월 vs. 8.1 개월)과 반응률(72.6% vs. 59.8%)에서 면역항암제 추가의 이득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이득은 PD-L1 CPS 1점 이상인 환자에게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를 통해 향후 HER2 양성 위암에서는 표적항암제 뿐만 아니라 면역항암제도 함께 사용하는 것이 표준치료로 자리잡을 것으로 생각된다.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표적치료제랑 면역항암제라는 것이 있던데 저도 그 약을 써주면 안되나요?”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아쉽게도 그동안 위암에서 표적치료제는 일부 환자에게만 적용가능 했고, 면역항암제는 비용 문제로 적용이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 위암 환자의 항암치료도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앞으로도 위암에서도 더 많은 효과적인 항암제가 등장하여 수술이 불가능한 위암 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향상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임현수 교수

임현수 교수는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을 나와 서울아산병원에서 내과를 수련했다., 서울아산병원 혈액종양내과 전임의를 거쳐 현재 울산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조교수로 근무하며, 위암 및 비뇨기암, 희귀암 등을 치료하고 있다. 대한암학회, 대한종양내과학회, 항암화학요법연구회, 미국임상암학회, 유럽임상종양학회 정회원이며, 종양내과학회 홍보위원회 위원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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