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룹 최초 한국인 수장이 된 바이엘코리아 이진아 대표

현재 바이엘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심혈관 질환 치료 분야에서 '아스피린', '자렐토' 등 기존 포트폴리오에 더해 심부전 치료제 '베르쿠보'와 제2형 당뇨병 동반 만성 신장병 치료제 '케렌디아'를 선보이며 세대 교체 작업에 한창이다.

'심장'에서 '신장'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며 미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이 중차대한 시점에, 바이엘은 바이엘코리아에 최초의 한국인 수장인 이진아 대표를 선임했다.

작년 11월부터 바이엘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이진아 대표를 만나 바이엘 코리아의 향후 비전과 계획을 들어보고, 그가 생각하는 리더십에 대해 들었다.

바이엘 코리아 이진아 대표
바이엘 코리아 이진아 대표

-바이엘이 국내에 진출한 이래 최초의 한국인 대표가 됐다.

올해는 한국에 바이엘이 진출한 지 69년, 내년이면 70주년이 된다. 모든 글로벌 기업들이 그러하듯이, 새로운 시장의 진출 초기 단계에 성장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글로벌과 지역(Region), 그리고 현지(Local) 마켓과의 연결 고리가 매우 중요하다 보니 먼저 글로벌에서 역량있는 리더들이 부임하게 된다. 그러나 요즘에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80% 정도가 현지인 대표(Local leadership)를 선임하고 있다.

바이엘이 지금까지 없던 한국인 대표를 이 시점에서 선임한 이유는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한국 시장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기회와 경험을 통해 한국의 리더십과 역량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최근 한류 열풍에서도 볼 수 있듯 이미 한국은 시장 경쟁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 특히 보험 시장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또 하나는 한국이 가진 훌륭한 R&D 환경이다. 바이엘을 포함한 다수의 글로벌 회사들이 한국에서 초기 임상시험부터 시작해서 3상, 4상까지 그리고 최근에는 RWD(Real-World Data, 실사용 데이터) 연구 측면에서도 한국의 가치에 대한 부분이 부각되고 있다. 다시 말해 제약산업에서 한국의 미래 성장가능성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한국인 리더십에 대한 기대도 더 커진 것이다.

-앞으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 바이엘코리아를 이끌 계획인가.

주요 제품들의 세대 교체가 진행 중인 중요한 시기에 한국으로 돌아오게 돼 남다른 책임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 지난 30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제약 시장에 대한 전문성과 깊은 이해도, 그리고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가교 역할을 하고자 한다.

바이엘코리아에서 심혈관 치료제 사업부 총괄로 출발을 했고, 자렐토가 NOAC 시장에서 'No.1'의 리더십 자리에 오르는 데 기여한 바 있다. 이후 태국 법인으로 가기 전 바이엘 독일 본사에서 1년간 신규 브랜드 런칭 리드로 '베르쿠보'와 '케렌디아'의 다양한 전략을 준비했다. 이러한 경험과 국내 산업 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만났을 때 큰 시너지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경험과 산업에 대한 폭 넓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바이엘의 차세대 성장 동력인 '케렌디아'와 '베르쿠보'를 성공으로 이끌어 한국에서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 소통이 되는 리더가 되고자 한다. 원활한 소통이란, 한국인으로 단순히 같은 언어를 쓰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에 대한 포용'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표 부임 이후 직원들에게 두 가지 키워드를 강조해 왔다. 첫 번째는 '소통(Communication)', 두 번째는 '함께 만들어 나가는 문화(Co-creation)'이다. 특히 요즘 많은 회사들이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더욱 민첩한(Agile) 조직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직원들과의 소통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부임 후 첫 3개월 동안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소통 창구의 다각화'다.

일례로, 최근 직원들과 '커피챗' 세션을 시작했다. 정기적으로 직원들과 만나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앞으로 더 효율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그 안에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늘려갈 예정이다. 이런 부분들이 하나하나 쌓여가면 직원들도, 대표도 각자의 포지션을 떠나서 '원 바이엘, 베스트 바이엘'을 같이 만들어 가는 문화가 조성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회사의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파이프라인을 소개하면.

바이엘은 심혈관, 안과, 항암, 여성 건강 분야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치료제 포트폴리오가 강점인 기업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아스피린', '자렐토'를 필두로 바이엘은 심혈관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세계 5대 제약사 중 하나이자 혁신적인 리더로서 전세계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히는 심혈관 질환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오랜 시간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중 올해 특히 집중할 분야는 '심장'과 '신장'이다. 지난 해에는 차별화된 기전의 만성 심부전 치료제 '베르쿠보'가 보험급여를 받으며, 바이엘 심혈관 질환 치료제의 세대 교체에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올해는 오랜 기간 미충족 수요가 있었던 제2형 당뇨병 동반 만성신장병 치료 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케렌디아'가 보험급여를 받았다. 심장과 긴밀한 장기인 신장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복합 만성질환 치료 분야에 집중할 예정이다.

베르쿠보와 케렌디아는 만성질환에서 증가하고 있는 복잡성을 해결하기 위해 맞춤 개발됐고, 이는 고령화 시대 심장∙신장 분야의 혁신적인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베르쿠보의 경우, 세계 최초 승인된 '수용성 구아닐산 고리화효소 자극제'로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된 기전으로 심부전 악화를 경험한 좌심실 박출률이 45% 미만으로 저하된 증상성 만성 심부전 환자에서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및 심혈관계 사망의 위험을 낮춤으로써 지금까지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은 가이드라인 기반의 1차 표준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의 악화와 재입원을 반복하는 만성 심부전 환자 치료를 위한 새로운 계열 약제의 필요성이 부각돼 왔다. 베르쿠보는 이러한 임상적 유효성을 인정받아 작년 9월 좌심실 박출률이 45% 미만의 만성 심부전 환자(NYHA class II~IV) 치료에서 표준 치료제와의 병용 투여에 대한 보험급여가 적용됐다. 이를 바탕으로 심부전 악화를 경험한 환자들에게 본격적인 처방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만성 심부전 치료 환경의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가장 기대가 큰 제품은 케렌디아다. 대표적인 만성 질환인 당뇨병 중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최대 40%가 만성 신장병을 동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제2형 당뇨병이 말기신부전 원인 질환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해 2021년 이미 600만 명을 넘어섰고, 당뇨병 동반 만성 신장병 역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뇨병으로 인한 말기 신부전 발생률 1위가 바로 한국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안타깝게도 약 20년간 급여까지 받은 새로운 치료제가 없었다.

특히, 제2형 당뇨병 동반 만성신질환의 경우, 신질환에 초점을 맞춰 쓸 수 있는 약은 케렌디아가 최초라고 볼 수 있다. 케렌디아는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Mineralocorticoid receptor)'의 과활성화를 차단해 신장의 염증과 섬유화를 감소시키는 새로운 작용 기전의 약제이다. 이를 통해 신장 손상을 억제해 투석이나 이식으로 갈 수 있는 과정을 최대한 늦추고 가능하면 투석까지 가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올해 2월 1일부로 케렌디아가 국내 급여 출시되면서 제2형 당뇨병 동반 만성 신장병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인 대표로서 국내 제약 시장에 대한 이해가 누구보다 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 시장의 허들을 극복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공유해 주신다면.

한국 시장에만 해당하는 고민은 아니지만, 한국이 단일보험 시장이다 보니 제한적인 보험재정으로 인해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약, 혁신적인 약이 개발됐어도 한국의 보험기준에 맞지 않거나 경제성 평가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국내에 들어올 수 없다. 안타까운 부분이다.

다만, 정부도 필요하면 급여를 해줄 수 있다는 기조 자체는 확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약제의 가치를 전달함에 있어 회사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예가 '비트락비'다. NTRK 유전자 융합 암은 환자군이 굉장히 적은 희소암이라 급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비트락비는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 프로파일을 바탕으로 급여를 받았다. 베르쿠보와 케렌디야도 마찬가지다. 우린 한국 시장에서 두 약제의 필요성을 글로벌에 전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결과적으로 급여를 받으며 빠르게 국내 시장에 출시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적극적인 움직임이 글로벌이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바라보는 하나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 굉장히 빠르고 장벽이 있으면 극복해 내고자 하는 나름의 근성이 있다. 바이엘 코리아의 직원들을 보면서도 항상 느끼는 점이다. 아무리 경쟁이 치열하고 제네릭이 나와도, 그 속에서 성장하는 제품들이 있다. 근본적인 이야기지만,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인재의 우수성은 대체 불가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바이엘코리아가 나아갈 방향은.

바이엘코리아는 현재 파이프라인의 세대 교체가 이뤄지는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새롭게 선보인 베르쿠보, 케렌디아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환자들의 더 나은 삶에 기여하고자 하며,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혁신적인 신약이 나올 수 있도록 기반을 잘 닦고 싶다. 이와 더불어 바이엘코리아 대표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사회공헌 측면의 활동과 더불어, 직원들 스스로 참여하는 다양한 캠페인을 바탕으로 회사 조직 자체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는 리더가 되고자 한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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