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위암 수술 장면. 사진 제공=서울성모병원
위암 수술 장면. 사진 제공=서울성모병원

위암으로 위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게 되면 위의 2/3를 들어내거나 위 전체를 들어내는 수술을 일반적으로 한다. 위를 조금이라도 남길 수 있는지의 여부는 암의 위치에 크게 좌우된다.

암이 위의 상부(식도에 가까운 쪽)에 있다면 위 전절제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환자들은 75% 이상이 위의 하부나 중부에 암이 위치하고 있어 대부분 위를 남기는 위 아전절제술을 받지만 나머지 환자들은 위 전절제술의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위전절제술은 위를 완전히 제거한 뒤 남은 식도에 소장을 올려 이어주는 수술이다. 위가 없으면 식사에 상당한 불편감이 초래돼 영양상태가 나빠지게 되며 빈혈 등 여러 추가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결국 상당히 삶의 질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위 상부 암이라면 위 상부 1/3~1/2를 잘라내고 아랫쪽 위를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근위부절제술이라고도 하는 '상부위절제술'이라는 수술 개념이 존재하고, 역사적으로도 1914년 첫 번째 상부위절제술에 대한 보고가 있다.

상부위절제술은 윗쪽 위를 절제하고 식도에 남은 위를 연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절제 뒤 식도와 남은 위를 문합했을 때 누출의 위험이 높고, 무엇보다 역류성 식도염이 크게 문제가 되는 등 환자의 삶의 질이 좋아진다는 근거가 없어 거의 버려졌다.

종양학적 관점에서도 상부위절제술의 문제점은 암 수술의 완벽성에 대한 의문이었다. 수술 중 림프절을 충분하고 광범위하게 절제해야 하는데 아랫쪽 위를 살리기 위해서는 일부 혈관을 살려야 하고 이에 따라 림프절 절제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상부위절제술이 여러 외과의사들에 의해 다시 활발히 시행되고 있는데 이는 조기위암의 증가, 복강경수술로 대표되는 최소침습수술의 발달, 그리고 역류성 식도염을 예방할 수 있는 획기적인 문합방법의 발전과 연관이 있다.

상부위절제술을 하게 되면 위의 아랫 부분을 남기는데 이곳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살려야 하기 때문에 주변 림프절 절제술을 불완전하게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위 하부 1/3 부위의 림프절에 전이가 없는 초기위암에서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건강검진 시스템의 활성화로 조기위암으로 진단되는 비중이 60%를 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에 따라 복강경이나 로봇수술 같은 최소침습수술의 시행 빈도가 매우 높다. 위의 상부의 조기위암인 경우 상부위절제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으며 조건이 맞다면 더 많은 외과의사들이 이 수술을 하려고 한다.

그림 제공=송교영 교수
그림 제공=송교영 교수

상부위절제술이 최근 활발해진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역류성 식도염을 예방할 수 있는 수술기법이 발달한 덕분이다. 정상적으로 위와 식도 사이에는 단단한 괄약근이 있어 위에서 식도로의 역류를 예방해준다. 하지만 상부위절제술을 하면 이 괄약근이 파괴되며 식도와 남은 위를 바로 연결하게 되면 위의 내용물과 소장의 담즙이 식도로 역류할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이런 문제 때문에 남은 식도에 위를 바로 연결하지 않고 일단 아랫쪽의 소장을 끌어올려 식도에 먼저 연결하고, 약 15cm 하방에서 소장-위 문합술을 시행하게 된다.(그림) 이렇게 하면 음식물은 위로도 내려가지만 소장으로도 내려가게 되며 이런 이유로 '이중통로 문합술'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이중통로 문합술을 하면 획기적으로 역류성 식도염을 낮출 수 있고 여러 면에서 환자의 삶의 질이 전절제술에 비해 높다는 최근의 연구결과가 그 효용성을 증명하고 있다.

다만 이중통로 문합술은 여러 개의 문합을 해야 해서 누출 가능성이 올라가고 수술시간이 길어질 수 있는 문제가 있어 최근엔 위와 식도를 직접 연결하되 문합부가 괄약근이 있는 효과를 가질 수 있도록 특수하게 문합하는 방법(double flap)이 개발돼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위암이 위 상부에 존재하는 경우, 여전히 위전절제술이 표준수술방법인 것은 변함이 없다. 다만, 병이 아직 조기위암이고 위하부쪽 림프절 전이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태인 경우 상부위절제술을 해 위를 보존할 수 있는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물론 환자의 나이, 전신 상태, 수술하는 외과의사의 경험과 선호도 등 여러가지 사항을 고려해 수술방법을 결정한다는 점을 기억해두길 바란다.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송교영 교수는 1995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에서 연수했다. 송 교수는 위암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로 명성이 높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외과 과장, 위암센터장과 로봇수술센터장을 맡고 있다. 국제위암학회, 미국소화기내시경외과학회, 대한암학회, 대한소화기학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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