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수술 후 가장 걱정되고 무서운 것이 바로 통증이다. 통증으로 인해 응급실 신세를 지기도 하고, 생각해 본적도 없는 119를 이용하기도 한다. 수술 후 통증이 왜 생기는지를 잘 이해해야 그 원인을 알고 예방할 수 있으며, 어떤 상태인지를 판단해 병원에 가야 할지 여부를 알 수 있다.

위암 환자들이 수술 후 복통을 호소하는 가장 흔하고도 중요한 이유는 바로 장폐색증이다. 말 그대로 장이 막힌다는 것인데, 소장의 일부 또는 전부가 막혀 음식물이 정상적으로 내려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쉽게 생각해 보면 입부터 항문까지는 길게 연결돼 있는데 소장의 일부가 눌리거나 꼬여서 막히게 되면 그 윗쪽은 불룩해지고 아랫쪽은 쪼그라들게 된다. 응급실에서 CT를 찍어보면 불룩해진 곳과 쪼그라든 부분의 경계부(transition zone)를 확인할 수 있고 막힌 곳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위암수술을 받은 장폐색증 환자의 CT 사진. 하늘색 화살표 부위가 폐색 상부의 장으로 부풀어 있고 초록색 화살표 부위가 좁아진 부위이다. 이미지 제공=서울성모병원
위암수술을 받은 장폐색증 환자의 CT 사진. 하늘색 화살표 부위가 폐색 상부의 장으로 부풀어 있고 초록색 화살표 부위가 좁아진 부위이다. 이미지 제공=서울성모병원

위암수술 뒤 어떤 이유로 장폐색증이 생기는 것일까? 일반적으로는 수술 자체로 인한 복부 내에서의 장유착이 문제가 된다. 간단한 맹장수술을 하든, 큰 위암수술을 하든 뱃속을 수술해서 건드리게 되면 장유착이 발생한다.

말 그대로 들러 붙는다는 것인데 장과 장 사이에, 장과 복벽 사이에 또는 장과 간 같은 장기 사이에 유착이 생긴다. 사실 유착은 우리 몸의 정상적인 보호 반응인데 이것이 과도하게 되면 문제가 되며, 장이 유착되면서 꼬이거나 꺾기거나 눌려서 장의 내경이 좁아지게 된다.

부분적으로 폐색된 경우 가벼운 통증이 있을 수 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부분폐색이 완전폐색으로 진행하는 경우인데, 과식을 하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섭취한 경우, 어떠한 원인으로 장염을 앓게 되는 경우 장이 부으면서 점차 완전폐색으로 진행하게 된다.

이때부터는 극심한 통증과 함께 배가 불러 오게 되며, 방귀가 나오지 않게 된다. 헛구역질과 구토, 특히 담즙이 섞인 내용물을 토하는 경우가 많다.

장폐색증이 오면 장의 막힌 부분 아랫쪽은 쪼그라들고 그 윗쪽은 팽창된다. 장은 바늘로 찔러도 통증을 못 느끼지만 부풀 때 통증이 유발되고 쪼그라들면 통증이 사라진다. 배가 아팠다가 화장실에 가서 가스배출이 되고 배변을 하면 통증이 해소되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된다.

장폐색이 진행되면 부풀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하게 되므로 통증이 심했다가 좋아졌다를 반복하게 되는데 이런 주기적인 통증의 이유가 바로 장의 연동운동에 따른 통증의 유무와 연관이 있다.

폐색이 점차 심해지면 통증의 강도는 증가하고 통증의 간격이 점차 짧아지게 되며 구토가 심해진다.

장폐색증의 일차적인 치료는 장을 쉬게 해 장의 붓기를 가라앉히는 것이다. 완전폐색 상태를 벗어나게 하는 것인데, 일단 금식하고 배를 따뜻하게 해 줌으로써 대부분 호전된다. 장의 운동을 떨어뜨리는 약인 부스코판과 같은 진경제를 쓰기도 하고 통증이 심한 경우 진통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통증이 호전되고 엑스레이 소견이 좋아지면 물, 미음 순으로 식이를 재개해 상태를 파악하게 된다. 그렇지만 하루 이상 금식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면 입원해 수액치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통증이 있다고 해 무조건 응급실을 가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 금식과 안정을 취하면서 호전 여부를 살펴 본 뒤 응급실 행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문제는 금식과 안정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좋아지지 않거나 악화되는 경우다.

통증의 강도가 심해지거나 통증이 오는 간격이 짧아진다면 응급실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을 것을 고려해야 한다. 장폐색이 악화되면 장으로 가는 혈관도 문제가 생기면서 해당하는 장이 썩을 수 있다. 이를 장괴사라고 한다.

장이 괴사되면 이때부터는 초응급상황이다. 통증과 함께 고열이 발생할 수 있고 피검사를 해보면 백혈구 수치가 증가해 있다. 괴사된 장의 길이가 1m 이상 되는 경우도 있었다.

증상이 악화되지는 않지만 비슷한 강도로 수일간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의학교과서에서는 2~3일 정도 관찰했는데 호전이 없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이때의 수술 목적은 장이 괴사되기 전에 막힌 곳을 풀어주는 것이며 이를 통해 장절제술과 같은 큰 수술에 이르지 않게 하는 것이다. 눌려 있는 장이 펴지도록 유착된 부위를 박리해 정상적인 장운동이 회복되도록 해주는 것이 목적이다.

장폐색증은 수술 후 평생동안 환자를 괴롭힐 수 있는 기분 나쁜 상황이다. 이는 수술을 했기 때문에 생기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최근 개복수술에서 복강경수술, 로봇수술로 발전하면서 빈도나 정도가 약해졌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다만, 배운 대로 조금씩 자주, 천천히 식사하는 습관을 잘 유지해 장폐색에 이르는 일을 예방해야 하고, 일단 통증이 시작됐다면 금식과 안정을 취하면서 잘 관찰하고, 응급실을 갈 것인지를 잘 살펴야 하며 시기를 놓쳐 장을 절제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가 될 수 있게 의료진과의 호흡도 매우 중요하다.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송교영 교수는 1995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에서 연수했다. 송 교수는 위암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로 명성이 높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외과 과장, 위암센터장과 로봇수술센터장을 맡고 있다. 국제위암학회, 미국소화기내시경외과학회, 대한암학회, 대한소화기학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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