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의사와 만나기② 입원 진료 체크포인트

위암 진단 뒤엔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2~3주가 빠르게 흘러가게 마련이다. 그동안 어느 병원에서, 어떤 의사에게 수술할지를 정하고, CT, 내시경검사, 핵의학검사, 심전도검사, 폐기능검사, 엑스레이검사, 다양한 피검사 등을 모두 받고 수술 일정까지 나왔을 수도 있다.

위암 수술의 경우, 입원은 대개 수술 전날 한다. 과거와 달리 최근 추세는 가능한 입원을 짧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금식 기간도 짧게 하는데, 위 출구 폐색 등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입원 당일도 보통 금식을 하지 않는다. 또 수술 후 바로 다음날부터 물을 마시게 하는 경우가 많고, 입원 기간도 5~7일 정도로 예전에 비해 아주 짧아졌다.

입원수술 절차가 단순해지고 불필요한 처치가 생략되며, 환자 입장에서 편하다고 느낄 수 있는 입원수술 진료 과정으로 변모해가는 것이다. 이처럼 임상적으로 검증된 절차와 처치를 중심으로 안전한 입원수술 진료 체계가 일상적이고 반복적이며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을 CP(critical pathway)라고 하는데, 현재 대부분의 병원에서 위암수술에 CP를 시행하고 있다. 

CP와 함께 병원에 생긴 변화 중 하나는 환자의 권리 향상이다. 환자는 의료진에게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고 필요한 경우 진료 과정에 참여할 수 있으며 모든 처치와 수술은 환자의 동의 하에 이뤄진다. 이러한 과정은 환자의 피드백에 의해 병원 평가로 이어지며 낮은 점수의 평가를 받은 병원은 일정한 제재(페널티)를 받게 된다.

병원은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시스템을 갖추게 마련인데, 의사들의 회진 시간을 공개하는 것, 회진 직전 문자메세지를 보내는 것, 회진 과정에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 위한 질문지를 침상에 비치하는 것 등의 변화가 이를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환자들은 이런 시스템들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진 제공=서울성모병원
사진 제공=서울성모병원

대부분의 위암 수술 환자들은 수술 전날 오후에 입원한다. 입원하면 환자들은 병실에서 전공의나 입원전담전문의를 만나게 되며 수술, 마취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수술동의서를 쓰게 된다. 외래 진료에서 비교적 간단히 들은 설명을 자세하게 듣고 궁금한 것들은 질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수술 시작 예정 시간과 예상되는 수술의 세부사항, 즉 전절제술인지 부분절제술인지, 위암 절제 뒤 남은 위장관을 어떻게 이을지, 수술과 마취에 걸리는 시간은 어떨지 등에 대해 설명을 듣게 되는데, 이때 이해가 잘 되지 않으면 꼭 다시 물어봐야 한다.

또 동의서 취득 과정에서 예상되는 합병증에 대해 설명을 듣게 되는데, 이것도 잘 기억하고 있다가 혹 입원 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의료진이 바로 대처할 수 있게 자신의 이상 상태를 말해줘야 한다.

또 대부분의 대학병원은 여러가지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수술 환자에게 제시되는 임상시험에 환자가 반드시 참여할 필요는 없지만, 전문가의 소견에는 참여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본다. 병원 내 윤리위원회(IRB)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임상시험 특성 상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은 없다고 봐야 하고, 대부분 일정한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 환자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임상시험에 동의할 경우에는 환자가 얻게 될 이득이 무엇인지, 혹시라도 예상되는 특별한 문제점은 없는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 

수술이 종료되면 환자는 수술실에서 회복실로 이동하고, 이곳에서 마취의사와 간호사가 환자의 상태를 살피며 충분한 시간 동안 산소 공급과 통증 조절 등의 문제를 해결해주게 되며 전신마취에서 깨어나 몸 상태가 안정화되면 병실로 이동하게 된다.

수술 직후 환자의 몸에는 배액관이라고 불리는 관이 복부에 달려 있고, 소변줄이 꽂혀 있게 되며, 수 시간 동안 마스크를 통해 산소공급을 받는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자가통증조절장치를 달고 수술실에서 나오는데 일정 간격으로 진통제가 공급되지만 통증이 심할 때 환자가 직접 버튼을 눌러 진통제를 투여할 수 있다.

몸에 달린 배액관은 약간 불그스레한 색깔을 띠는데 마치 투명한 물에 빨간 물감을 떨어뜨려 놓은 것을 생각하면 된다. 하루 종일 나오는 양이 100~200mL 정도면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봐도 된다.  

배액관으로 나오는 액체의 색깔이 진한 붉은색이거나, 나오는 양이 매우 많을 경우에는 간호사에게 알려 확인 받는 것이 좋다. 또 소변이 전혀 안 나오거나 매우 적게 나오는 경우도 잘 지켜봐야 한다. 수술 후 2~3일 정도는 심호흡과 기침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폐 합병증이 잘 생기고 이로 인해 폐렴까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수술 다음날 보통 소변줄을 제거하고 환자에게 운동을 시킨다. 침대에서 앉아 심호흡을 열심히 하고 화장실을 오가는 것부터 시작해 서서히 움직이게 한다. 자가통증조절장치의 진통제가 다 쓰였다면 통증 상태에 따라 의료진에게 문의해 추가 진통제를 요구할 수 있다.

또 환부는 과거에는 매일 치료(드레싱)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폼 형태의 거즈를 사용하므로 굳이 매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수술 부위에서 진물이 나와 젖는 경우에는 의료진에게 문의해 드레싱을 받도록 해야 한다. 

수술 후 다음날이나 2일째 물부터 시작해 미음, 죽 순으로 식이연습을 한다. 보통 먹는 방법에 대해 식이연습 전 설명을 하는데, 불충분하다고 판단되면 간호사나 주치의에게 다시 물어보고, 필요하면 영양사의 지도도 받을 수 있다. 어느 정도의 양이 적당한지, 먹는 속도는 어떻게 조절할지, 식사 후 불편감이나 통증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확인하면 된다. 

시간이 지나 수술 5~7일째 정도면 퇴원을 한다. 보통 발열 등 이상소견이 없고, 통증이 먹는 진통제로 조절 가능하며, 죽을 먹는 게 가능하고, 걸어 다니는데 지장이 없으며, 수술 상처에 이상이 없으면 퇴원하게 된다.

퇴원 후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요양병원 등 의료시설에서 추가 입원을 원한다면 의료진에게 퇴원 전에 꼭 알려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입원료, 보험 적용 여부 등 원무 행정도 병동에 상주하는 직원이 있다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위암으로 입원해 수술 받는 일은 일생에 한 번 있는 매우 생소하고 불안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일 터다. 그렇지만 충분히 준비하고 공부해서 실전에 임한다면 큰 어려움 없이 잘 이겨낼 수 있다. 건투를 빈다!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송교영 교수는 1995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에서 연수했다. 송 교수는 위암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로 명성이 높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외과 과장, 위암센터장과 로봇수술센터장을 맡고 있다. 국제위암학회, 미국소화기내시경외과학회, 대한암학회, 대한소화기학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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