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위암수술 전에는 1기 암이라고 했는데 최종적으로 2기 암으로 확진되었습니다.”_A 환자

“내시경절제술 전에는 분화도가 좋은 위암이라고 했는데 최종 결과는 반지세포암이었습니다.”_B 환자

“분명히 위암이라고 했는데 수술해 위를 잘라내 보니 암이 없다고 합니다.”_C 환자

위암수술 전후 병리 소견이 이처럼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위암,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
위암,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

위암으로부터 완치되기 위해서는 암 조직을 제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림프절 전이가 거의 없다고 보이는 아주 초기의 암에 대해 수면내시경을 통해 내시경절제술과 같은 시술을 시행할 수 있지만, 그보다 진행된 경우라면 전신마취를 걸고 위를 잘라내는 수술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술이나 수술을 통해 얻어진 조직을 검사해 최종적인 소견을 얻게 되는데, 간혹 수술 전과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검진내시경에서 환자가 위암으로 진단을 받으면 그 다음 단계로 병이 얼마나 심한지, 다른 곳으로 퍼진 것은 없는지 등을 살피는 검사를 진행한다. 이러한 과정을 “병기설정 과정”이라고 하는데 이를 통해 1기부터 4기까지 환자 각자의 병기가 결정된다.

이렇게 수술 전 검사를 통해 얻어진 병기를 “임상적 병기”라고 하고, 이 임상적 병기에 따라 치료 방법이 선택된다. 예를 들어 크기가 작고, 분화도가 좋으며, 병이 위 점막층에만 국한돼 있다면 내시경절제술을 선택할 것이며, 임상적으로 2기라고 나오면 위절제술을 선택할 것이다. 또 검사에서 간전이가 있다면 4기 암이 되며 이때는 수술이 아닌 항암요법을 선택하게 된다.

내시경절제술이나 수술을 해 암을 포함한 위 조직을 잘라내면 지체없이 병원병리과로 보내지며, 병리과 의사들은 이 조직을 여러가지 처리를 해 현미경검사를 한 뒤 최종적인 병리소견을 보고하게 된다. 이렇게 얻은 병리 소견을 바탕으로 “최종 병기”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임상적 병기와 최종 병기는 항상 같을까?

수술로 떼어낸 위암(파란 화살표).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수술로 떼어낸 위암(파란 화살표).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결론적으로 항상 그렇지는 않다.

임상적 병기를 알기 위해 내시경, 내시경초음파, CT 등을 하며 필요한 경우 추가적으로 초음파검사나 MRI, PET-CT 검사를 할 수 있다. 이런 검사들은 높은 정확도를 보여 큰 도움을 주지만 100% 확실한 결과는 아니다. 시술 의사의 눈과 경험에 의존하는 내시경에 비해 내시경 초음파의 정확도가 크게 높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75% 수준이다.

CT나 PET도 복막전이와 같은 병변을 찾아내는 정확도가 높은 편이 아니다. MRI는 간전이 여부를 판별할 때 도움을 주지만 위암 자체의 평가에는 쓰이지 않는다. 임상적 병기와 최종 병기가 달라지는 것은 이러한 수술 전 검사의 한계 때문이다.

위암의 분화도는 어떨까? 위암은 분화도가 좋은 암과 나쁜 암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분화도는 암의 예후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지만 몇가지 경우에 있어서 치료방침을 바꿀 수 있는 주요한 인자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술 전에 시행한 내시경 조직검사에서 분화도가 좋은 암으로 나와 내시경절제술을 했는데 이후 최종 조직검사에서 반지세포암으로 확진된 경우에는 추가적인 위절제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반지세포암 같은 경우 분화도가 나쁜 암에 속하는 까닭이다.

분화도가 시술이나 수술 전후에 달리 나오는 이유는 위암의 다양성(heterogeneity)으로 설명한다. 위암을 구성하는 세포는 한가지 종류가 아니라 여러 종류의 분화도를 가진 다양한 세포로 이뤄지는 것이다.

실제 한 개의 위암 덩어리에서 분화도가 좋은 세포가 30%, 분화도가 나쁜 세포가 70% 섞여 있는 경우가 있다. 보통 내시경 조직검사에서는 이중 일부의 세포를 떼어내는 것이므로 수술 전후의 분화도 결과가 달리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수술 전 내시경검사에서 분명 암으로 진단됐는데 막상 위 절제술 후 최종 검사에서 암이 없다고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러한 경우는 암의 크기가 매우 작고 깊지 않아 조직검사로 전부 제거된 것으로 본다. 매우 초기의 암이라는 반증이며 충분한 절제연을 두고 수술됐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위암을 완치하기 위해서는 암을 포함한 위를 일부 또는 전체를 잘라내는 것이 필수적이다. 내시경절제술을 할 것인지, 위를 잘라내는 수술을 할 것인지, 위 전체를 잘라낼 것인지 등 치료전략을 세우기 위해 수술 전 적절한 검사를 통해 정확한 병기를 설정하고 근거 중심의 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여기에 수술 전 검사의 한계가 있음을 전제해, 수술 후 검사결과가 달라지는지를 잘 살펴, 추가 치료를 놓치지 않도록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송교영 교수는 1995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에서 연수했다. 송 교수는 위암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로 명성이 높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외과 과장, 위암센터장과 로봇수술센터장을 맡고 있다. 국제위암학회, 미국소화기내시경외과학회, 대한암학회, 대한소화기학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