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의사와 만나기① 외래 진료 체크포인트

위암으로 진단받고 수술이나 항암요법 등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게 되면 의료진에게 궁금한 것도 많고, 요구할 사항도 많다. 대다수 환자나 보호자는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을 겪는 것이므로 무엇을 어떻게 질문할지 온갖 생각을 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이미 치료를 받은 분들의 경험담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환자·보호자 공유 사이트를 인터넷에서 찾게 된다. 하지만 환자의 상태, 병의 진행 정도, 사회경제적 여건 등이 다 다르므로 모든 환자를 똑같은 상황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위암 전문 의료진과의 첫 진료는 당연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긴장될 수밖에 없다. '암이 진행돼 수술을 못 받게 되면 어쩌지', '수술이 너무 늦게 잡히면 어쩌지', '누구 아는 사람에게 전화해야 하나' 등등 온갖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그런데 첫 외래 진료 전 이런 것들 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외래 진료 시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다.  

첫 진료는 대개 내시경검사 및 조직검사 소견만 나온 상태에서 이뤄지므로 한정된 정보로만 진료를 하게 된다. 따라서 병기가 몇 기인지 등의 질문은 의미가 없다. 다만, 내시경 육안소견으로 병이 초기인지 진행성인지 등의 여부는 대략 알 수 있으므로 이에 따른 질문은 가능하다.

의사는 내시경 사진을 보고 앞으로의 진행 경과를 예측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검사스케줄과 수술스케줄을 잡게 된다. 환자나 보호자가 “내시경 소견으로 보기에 초기인지, 진행성인지?”, “앞으로 어떤 검사를 언제 시행하게 되는지?”, “대략적인 수술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질문할 때 의사가 대답할 수 있는 것이다. 

첫 진료에서 확인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사항이 있다. 바로 환자의 기저 질환 여부, 투약하고 있는 약제의 종류, 기존 수술 여부, 특히 복부 수술 여부 등이다. 진료실에 가기 전에 이를 잘 요약해서 의료진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수술이나 전신마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까닭이다.

필요하면 일부 약제를 중단하거나 다른 약제로 바꿀 수 있고, 심장내과나 호흡기내과 또는 마취과와의 협진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항혈전제나 항응고제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의 경우 약제 조절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에는 아스피린이나 와파린 같은 약제를 상시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이 많은데, 이러한 사항이 조율되지 않고 수술 전 입원해 버리면 자칫 수술을 취소하고 다시 일정을 잡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첫 진료가 끝나면 이제 위암 병기 설정을 위한 여러가지 검사와 전신마취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검사들을 하게 되며 대략 1~2주 후 두 번째 진료를 받게 된다. 두 번째 진료 때는 웬만한 검사가 다 끝난 상태다. 따라서 환자의 임상적인 병기, 환자의 기저질환 여부에 따른 위험도, 수술방법, 수술시기 등이 결정된다. 

두 번째 진료에서 의사는 검사결과를 보고 환자의 병기, 수술여부, 수술시기, 수술방법, 수술로 인한 합병증 등을 설명한다. 이때 꼭 받아 적고 기억해야 하는 것을 정리하면 1) 위암의 (추정)병기와 암의 위치 2) 간이나 폐, 복막 등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 3) 수술계획: 3분의 2를 절제할 것인지, 전절제술을 할 것인지, 아니면 상부위절제술을 할 것인지 등 4) 수술방법: 개복수술, 복강경수술, 로봇수술 등의 장단점 5) 수술시기와 입원기간, 그리고 대략적인 회복기간 6) 수술 후 예상되는 주요 합병증 7) 환자의 특별한 기저 질환으로 인한 추가적인 진료나 준비여부 등이다. 

검사에서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있다면 4기 위암이며, 이 때는 수술이 아닌 항암화학요법을 한다. 대부분 종양내과로 전과돼 치료를 받게 된다. 내시경절제술의 대상이 된다면 소화기내과로 전과돼 치료를 받게 된다. 수술시기는 병원의 환자 진료수나 의사의 여건, 그리고 환자의 병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두 번째 진료가 수술을 위한 입원 전 마지막 진료일 가능성이 많지만 추가 검사를 받게 되면 한 번 더 진료가 필요할 수 있다. 마지막 진료 후 입원장을 받게 되며 코로나 검사 등의 일정을 전달 받게 된다. 

수술 전 마지막 진료에서 확인해야 할 사항은 1) 수술 전 일상생활에 관한 것, 즉 음식이나 직장생활, 운동 등을 유지할 수 있는지의 여부 2) 수술 전 약제 복용여부, 즉 끊거나 바꾸어야 할 약제와 그 시기 3) 입원 전 금식 여부와 시기 등이다. 이러한 사항들은 의사나 전문간호사들이 대개 꼼꼼히 챙겨주지만 그럼에도 잊거나 놓쳐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꼭 환자나 보호자가 이것들을 챙겨서 수술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진료실은 너무 많은 환자가 몰려서 1시간을 기다려 5분 정도 의사 얼굴을 보는 경우가 많다. 의료진에게 질문하는 것은 당연한 환자의 권리이지만 짧은 시간에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크게 의미 없는 사항을 길게 이야기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짧은 진료시간동안 충분한 정보를 얻고 필요한 사항을 요구할 수 있으려면 미리 철저히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송교영 교수는 1995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에서 연수했다. 송 교수는 위암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로 명성이 높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외과 과장, 위암센터장과 로봇수술센터장을 맡고 있다. 국제위암학회, 미국소화기내시경외과학회, 대한암학회, 대한소화기학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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