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위암 치료에서 필수적인 절차는 암을 제거하는 수술이다. 암으로부터 충분한 거리를 두고 위를 잘라내야 하기 때문에 위를 절반 이상 잘라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렇게 하면 위절제로 인한 여러가지 불편한 증상이 유발된다.

특히, 음식을 즐겨 먹던 위암 환자의 경우 먹는 양을 줄이고, 매우 천천히 식사를 해야 하는데 습관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덤핑증후군, 설사, 복통 등 병원신세를 다시 져야 하는 다양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위 전체를 전부 보존할 수 있으면서도 암을 제거하는 시술인 내시경절제술은 아주 매력적인 치료라고 할 수 있다. 

내시경절제술로 떼어낸 위암(파란 화살표).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내시경절제술로 떼어낸 위암(파란 화살표).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내시경절제술은 수면내시경 하에서 위암 병변을 포 뜨듯이 들어내는 시술이다. 전신마취가 필요 없고, 시술 후 회복되면 불과 몇 일 이내에 시술 부위가 거의 원상태로 회복되므로 바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법이다.

앞서 위암 수술 과정에서 위를 잘라내는 일 이외에 위 주변 림프절을 완벽하게 절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는데, 위암이 위 주변 림프절로 전이되는 일은 위암 초기부터 시작된다. 내시경절제술은 림프절 절제술과 같은 위 바깥에서 절제하는 절차가 생략된 것이며, 따라서 암이 위 주변 림프절로 전이됐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때만 시행된다. 

내시경절제술은 1974년 일본에서 처음 보고됐다. 이때의 시술은 용종절제술의 방법을 활용한 것으로 EMR(Endoscopic Mucosal Resection)이라고 불렸다. 내시경 기구와 기술의 발달로 1990년대 후반 위의 점막하층까지 박리해 위암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내시경 시술법이 개발됐는데 이를 ESD(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 즉 '내시경하 점막하박리술'이라고 부른다.

수술로 떼어낸 위암(파란 화살표).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수술로 떼어낸 위암(파란 화살표).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ESD 시대가 열리면서 더 큰 암이나 어려운 위치에 발생한 위암도 절제가 가능해졌고 이는 내시경절제술을 적용할 수 있는 위암 환자의 범위가 더 넓어지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내시경절제술은 '림프절 전이가 없는 위암 환자'에서만 가능하다. 위암 수술을 받은 수 많은 환자의 병리기록지를 분석해 어떤 경우에 림프절 전이가 없는지 연구했는데, 림프절 전이와 관련 있는 요인은 암의 1) 깊이 2) 분화도 3) 크기 4) 궤양 형성 유무였다.

즉, 암의 깊이가 아주 얇고(점막층에 국한), 분화도가 좋으며, 크기가 2cm 이하로 작고, 궤양이 없는 경우에는 림프절 전이가 없고 따라서 내시경절제술이 가능하다.

이 기준을 절대적 적응증(absolute indication)이라고 하고, 수술 전 검사에서 이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 수술적 절제술이 아닌 내시경절제술을 권하게 됐다. 

이후 추가적인 많은 연구들을 통해 절대적 적응증을 조금 넘어서는 경우지만 림프절 전이 빈도가 매우 낮은 상황에서도 내시경절제술이 시도됐다. 대표적인 예가 다음과 같은 경우다. 

1) 궤양이 없고, 점막에 국한되며 분화도가 좋다면 2cm 이상의 암도 가능하다.

2) 궤양이 있다고 해도 분화도가 좋다면 크기가 2cm 이하인 암도 가능하다. 

3) 분화도가 좋고 3cm 이하라면 점막하층까지 침범하였지만 50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깊이라면 가능하다. 

4) 점막층까지만 침범한 2cm 이하인 경우, 분화도가 나쁘지만 가능하다. 

이런 기준을 확대적응증(extended criteria)이라고 한다. 내시경절제술의 기준이 점차 확대되는 것은 환자로서는 기쁜 일이지만 확대적응증은 아직 표준치료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여러 연구에서 림프절 전이의 빈도가 연구자에 따라 다른 결과로 나온다는 점, 수술전 검사의 정확도가 완벽하지 않으므로 실제 시술 후 결과가 달리 나올 수 있다는 점, 시술 후 장기 추적결과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 등이 불안한 요소이다.

특히 반지세포암을 포함한 분화도가 나쁜 위암은 크기가 작고 얕은 암이라고 해도 림프절 전이가 다른 암종에 비해 높다는 점에서 아직은 연구가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이며, 실제 임상 시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내시경절제술은 위를 잘라내는 수술에 비해 전신마취가 필요 없고, 합병증의 빈도가 낮으며, 무엇보다 시술 후 삶의 만족도가 높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수술이나 전신마취로 인한 위험도가 높은 고령 환자나 여러가지 질병을 가진 고위험군 환자에서는 우선적인 고려가 필요할 수 있다.

그렇지만 검사에서 절대적 적응증이나 확대적응증을 넘어서는 경우, 시술 후 나온 병리조직검사에서 기준을 넘어서는 결과가 나온다면 원칙적인 수술을 고려해야 하며, 시술 과정에서 출혈이나 천공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했다면 반드시 외과의사와 상의해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서울성모병원  송교영 교수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송교영 교수는 1995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에서 연수했다. 송 교수는 위암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로 명성이 높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외과 과장, 위암센터장과 로봇수술센터장을 맡고 있다. 국제위암학회, 미국소화기내시경외과학회, 대한암학회, 대한소화기학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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