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아버님이 85세이십니다. 얼마 전 속쓰림 증상으로 내시경검사를 받으셨는데 위암으로 진단되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수술을 말씀하시는데 솔직히 결정이 힘듭니다. 얼마를 더 사실지도 모르는데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인지, 수술로 인해 사고가 나지 않을지 걱정됩니다." 

최근 국내 평균 수명이 남자는 80세, 여자는 86세에 달하면서 고령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고, 이에 따라 80~90대에 발견되는 위암 환자가 많아졌다.

사진 제공=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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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초고령 환자의 경우 대부분 당뇨병, 고혈압을 비롯한 기저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고, 심폐기능 저하로 인한 전신마취의 위험도가 높아 수술 등 적극적인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65세 이상을 고령이라 칭했으나 지금의 65세는 그야말로 한창의 나이이고 더 이상 고령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80대 이상의 환자에 대한 검사와 수술은 과연 필요할까?

우리나라의 건강검진 시스템은 40세부터 2년에 한번 위암 진단을 위한 내시경검사를 권장하고 있다. 그런데 84세 이상의 고령에서 내시경검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데 이는 검사를 통한 이익보다 검사 중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등의 해가 더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80대 이후에 진단된 위암 환자에서 수술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까? 단적으로 말하면 그렇지 않다. 위암 치료 후 결과는 나이와 무관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여러 연구에서 고령에서의 위암수술이 더 높은 합병증 빈도를 보였지만 치료가 잘 되면 예후가 나쁘지는 않다는 결과를 보였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수술 등 치료를 거부한 경우, 병 진행으로 인한 출혈이나 천공, 폐색 등의 합병증으로 삶의 질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나이와 관계없이 같은 병기라면 수술 후 결과는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환자가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술이 아무리 잘 되었다고 해도 심장이나 폐에 무리를 주어 환자가 결국 회복하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환자가 고령에도 불구하고 전신마취나 대수술을 받을 만큼의 몸 상태인지를 잘 살펴야 한다는 점과, 수술 전에 조금이라도 더 전신 상태를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환자의 심장기능이 매우 나빠 피를 온몸에 보내는 기능(심박출률, ejection fraction)이 극히 낮다거나, 폐가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역할을 적절하게 하지 못하는 상태라면 전신마취를 이겨내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이외에 조절되지 않는 심한 당뇨병, 신부전, 간부전 등 여러 가지 전신질환이 심한 경우, 침대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쇠약한 경우 등에는 수술을 고려하기 어렵다.

다만, 폐색 등으로 잘 먹지 못해 심한 체중 감소가 있었거나, 폐렴 등으로 입원치료를 받은 경우 등과 같이 현재 보다 전신상태를 더 좋게 해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영양치료나 항생제 치료 등을 적극적으로 해 몸 상태를 끌어 올린 후 재평가하고 수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진료실에서 고령 환자의 심폐기능을 아주 간단하게 알아볼 수 있는 지표로 “계단 2층을 숨이 차지 않고 올라갈 수 있는지” 물어본다. 그 정도도 힘들다면 심폐기능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또 하루 중 환자가 침대에 누워 지내는 비율도 좋은 지표다. 하루의 50% 이상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 보내야 한다면 이 또한 전신마취가 쉽지 않음을 반증한다. 

 
초고령 노인 중 위암수술이 어려운 경우

전신상태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위암 병기 자체가 높다면 수술 결정이 쉽지 않다. 젊은 환자에 비해 공격적인 수술을 하기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수술 후 회복한다고 해도 재발 등으로 인한 여명이 어떻게 될지도 염두해 둬야 한다.

조기위암인 경우에는 비록 적응증이 안 되더라도 내시경 절제술과 같은 덜 침습적인 치료도 고려해야 한다. 이 모든 결정은 결국 수술로 인한 이득이 합병증이나 수술 후 삶의 질 감소와 같은 손해보다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병기 설정 검사와 심폐기능검사 등 여러가지 정밀검사를 시행해 환자의 상태를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수술로 인한 득이 더 많다고 판단하면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한다. 다만, 이때부터는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가지 조치들을 총 동원해야 하며 의료진과 가족 모두 한 마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수술 전에 환자와 연관된 여러 과와의 협진 진료를 통해 합병증 가능성을 예측하고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술실에서의 핵심은 수술 및 마취시간 그리고 출혈량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최근의 복강경, 로봇 수술과 같은 최소침습수술의 발달은 초고령 환자 암수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수술 후에는 중환자실 진료 등을 통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고령의 부모님의 암 수술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자식들 간에 의견차이가 있어서 불화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의료진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환자와 가족의 결정에 도움을 주어야 하고 가족들은 진지한 가족회의를 통해 일치된 결정을 해야 한다. 수술을 하는 것이 맞는지, 그렇지 않은지 아무도 모르며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정답은 적어도 후회가 없는 치료를 위해 환자와 환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한 뜻이 되는 것이다.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송교영 교수는 1995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에서 연수했다. 송 교수는 위암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로 명성이 높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외과 과장, 위암센터장과 로봇수술센터장을 맡고 있다. 국제위암학회, 미국소화기내시경외과학회, 대한암학회, 대한소화기학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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