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우리나라는 선진화된 검진시스템 덕택에 내시경 시행이 보편화돼 있어서 60% 이상의 위암 환자가 비교적 초기 상태로 발견된다. 조기 위암은 치료 후 예후가 매우 좋기 때문에 국내의 위암 치료 성적은 의료선진국인 미국이나 서양보다 훨씬 뛰어나고 위암 치료를 선도해 온 일본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다.

국소적으로 진행된 2기와 3기의 위암 또한 위절제술을 하고 추가적인 항암요법을 하는데, 질적 수준이 높은 수술 덕에 그 결과가 나쁘지 않다. 그렇지만 여전히 4기 위암으로 진단되는 환자가 존재하고 이들은 치료를 하더라도 예후가 좋지 않으며 이러한 결과는 과거에 비해서도 눈에 띄게 좋아지지는 않았다.

4기 위암 환자에서 전이 양상. 자료 제공=서울성모병원
4기 위암 환자에서 전이 양상. 자료 제공=서울성모병원

4기 위암은 암이 위와 위 주변 림프절 정도에 머무르지 않고 타 장기로 전이된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면 위암이 간으로 전이된 경우, 뱃속에 퍼진 경우(복막전이), 위에서 멀리 떨어진 림프절(대동맥 주변 림프절, 목 림프절 등)로 전이된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4기 위암은 암세포가 이미 원발 병소인 위를 벗어나 다른 장기로 이동했기 때문에 수술로 위를 잘라낸다고 해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출혈이나 폐색과 같이 암 자체로 인한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절제술을 고려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증상 완화 목적의 수술은 일반적으로 환자의 생존률을 높일 수는 없다.

현재 4기 위암 환자의 표준치료는 항암요법이다. 별다른 치료방법을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행하는 항암요법을 '고식적 항암요법'이라고 하는데 완치를 기대하기 힘든 치료인데다 여러가지 부작용을 감내해야 한다. 그런데 치료 과정에서 항암제에 잘 반응해 위암이나 전이암이 의미있게 줄어들거나 심지어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대동맥 림프절 전이 환자의 항암치료 전후 PET-CT. 자료 제공=서울성모병원
대동맥 림프절 전이 환자의 항암치료 전후 PET-CT. 자료 제공=서울성모병원

이런 경우 위를 절제하고 줄어든 전이 병변도 제거하는 수술을 시도했더니 좋은 결과를 보였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하는 수술을 '전환수술'이라고 한다. 항암제를 써서 수술 불가 상태를 수술 가능 상태로 전환한 뒤 수술을 한다는 개념이다.

지난 10여년간 전환수술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는데 이는 여러가지 새로운 항암제가 개발되고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가 도입되면서 항암제 반응성이 높아지게 되었고, 따라서 수술 가능 상태로 전환되는 경우가 늘어 나고 있기 때문이다.

4기 위암에서 처음부터 옵디보 같은 면역항암제 사용이 가능하게 돼 기존 항암제와 병용하고, HER2 같은 표적 물질이 있다면 허셉틴이라는 표적약물을 추가할 수 있다.

현재 수술이 가능한가에 초점을 맞춰 '전환' 개념을 정의하면 1)전이 병변이 없어지는 경우와 2)절제 불가능한 위암이 절제 가능한 병으로 바뀌는 경우로 생각할 수 있다. 결국 수술이 가능한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항암제가 효과를 나타내 전이암이 없어져야 하는데 모든 4기 위암 환자에서 가능하지는 않다.

그래서 어떤 4기 위암 환자에서 전이암이 없어지는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전이된 곳의 수가 적을수록, 전이된 병의 범위가 작을수록 항암제가 반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러 연구에서 어떤 장기에 전이되었을 때 그나마 항암제 반응성이 좋을지에 대한 예측이 가능한데, 대동맥주변 림프절과 같이 원격 림프절 전이가 있을 때 또는 간전이가 있을 때에는 복막전이가 동반된 경우에 비해 항암제가 잘 들을 가능성이 높다. 복막전이가 있다고 해도 비교적 국소적으로 존재한다면 역시 기대해 볼 만하다.

전환수술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항암제 효과가 극대화돼야 하며 최근의 표적항암화학요법의 병행은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항암제가 개발되고 효과적인 표적약물의 발견으로 환자 개개인에 적합한 맞춤치료가 가능해 지고 있다. 여기에 면역항암제의 추가로 그 결과는 더 좋아지고 있다.

이러한 복합요법의 좋은 결과 때문에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와 약물치료를 담당하는 내과의사의 협업과 다학제 진료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어떤 환자에서 수술이 가능한지, 어떤 종류의 약제를 선택할지, 항암치료 후 수술시기를 언제로 해야 할지, 수술 후 항암치료는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등 여러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러한 의문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잘 설계된 임상시험이 필요하지만 4기 위암 환자군의 다양성과 제한적인 환자 증례 수 등의 이유로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절망적으로 여겨졌던 4기 위암에서 장기 생존이 가능한 치료전략으로서 '전환수술'은 큰 희망이 될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송교영 교수는 1995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에서 연수했다. 송 교수는 위암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로 명성이 높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외과 과장, 위암센터장과 로봇수술센터장을 맡고 있다. 국제위암학회, 미국소화기내시경외과학회, 대한암학회, 대한소화기학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