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가 말하는 '덤핑증후군'
김ㅇㅇ씨는 1년 전 위 절제술을 받고 잘 지내던 중 최근 들어 기분 나쁜 증상을 경험했다. 다리 힘이 풀리고 쓰러질 것 같고, 속이 울렁거리고 불편하면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과 때때로 어지러움 증상이 찾아왔다. 물 설사가 동반되는 경우도 흔했다. 앉거나 누워서 30분 정도 쉬거나 이것저것 먹으면 증상이 호전됐다.
이ㅇㅇ씨는 6개월 전 위암수술을 받았는데 그런대로 잘 지내다가 집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다행히 보호자인 딸이 의식과 맥박이 없음을 인지하고 119에 신고했고, 119 대원의 지시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의식이 돌아온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호전됐다. 병원에서 시행한 검사에서는 심한 저혈당 소견을 보였다.
이같은 증상은 위암수술 환자들이 흔히 겪는 일로 모두 '덤핑증후군'의 증상이다. 위암수술 후유증 중에서 가장 흔하고도 중요한 것이 바로 덤핑증후군인데, 덤핑(dumping)이란 덤프트럭의 그 덤프를 말한다. 트럭의 등쪽에 모래 같은 건축에 쓰이는 재료를 가득 실은 뒤 목표 지점에서 한꺼번에 내려 놓게 되는데, 이렇게 내용물이 쏟아져 내리듯이 흘러내리는 상황을 생각하면 된다.(그림1)
이같이 수술 후 위 내용물이 위를 거치지 않고, 소장으로 한꺼번에 쏟아 내려져 발생하는 일련의 증상들을 모아 덤핑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우리 몸의 정상 위는 십이지장과의 연결 지점(유문부)에 두꺼운 근육층이 밸브처럼 닫혔다 열렸다를 반복하면서 음식물이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빠르게 내려가는 일을 예방하고 있다.
입을 통해 섭취된 음식물은 설사 대충 씹고 넘겼다고 해도 위에서 잘게 부서져 아주 작은 크기로 변환된 뒤에야 십이지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러한 놀라운 기능은 맷돌 역할을 하는 위의 기능과 보초 역할을 하는 십이지장의 기능 때문에 가능하다.(그림2)
위 절제술을 받게 되면 맷돌 역할과 보초 역할 모두 파괴되거나 기능이 저하돼 음식물이 빠른 속도로 소장으로 내려갈 수 있는 상태가 된다. 환자가 음식을 잘 씹지 않고 삼키거나 빠른 식사를 하여 다량의 음식물이 소장에 급히 도달하게 되면 소장은 다량의 물을 빨아들이게 되고 인슐린 분비를 과하게 유도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심한 탈수와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대표적으로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어지러우며, 땀이 많이 나고, 눕거나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혈압이 떨어지기도 한다. 동시에 오심과 구토, 복부팽만, 설사 등 소화기 증상도 나타나는데 보통 식사 후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흔하게 보인다. 환자들은 보통 공복상태에서 증상이 나타났다고 느낄 수 있으나 엄밀히 말하면 식후에 보이는 증상이다.
음식을 먹는 속도와 관계 없이 단 음식 등을 과도하게 섭취해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며 보통 식후 1~2시간 후에 증상을 보이게 된다. 증상이 나타날 때 혈당을 측정해 보면 정상 수치인 100mg/dl 보다 현저히 낮은 30-40mg/dl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대다수의 환자는 가볍게 지나가는 증상으로 인지하지만 증상이 심한 일부 환자의 경우 의식을 잃기도 하여 매우 위험한 상태가 초래되기도 한다.
혈당을 측정하지 않더라도 덤핑증후군은 특징적인 빨리 먹는 식사습관과 전형적인 증상을 잘 들어 보면 쉽게 진단되는데 우리나라 위암수술 환자들은 대부분 식사습관 때문에 덤핑증후군의 증상을 한 번 이상 경험한다.
덤핑증후군은 위암수술 후 언제든지 경험할 수 있고, 10년이 지나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수술이나 약물치료 등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다. 결국 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데, 핵심은 식사하는 습관의 교정이다.
음식물이 소장으로 급하게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위의 역할을 입에서 대신해 야 한다. 따라서 오랫동안 천천히 씹는 습관이 제일 중요하다. 물이나 국에 말아서 후루룩 먹는 것은 좋지 않다. 물은 밥과 약간 시간차를 두고 먹는 것이 좋다. 음식은 골고루 섭취하되, 기름기 많은 튀김 같은 음식이나 너무 차거나 뜨거운 음식은 조심해야 한다.
위암 환자에서 영양관리, 체중 관리는 면역력 관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체중이 감소하고 영양상태가 불량해지면 면역력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암 재발과 연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잘 먹는 습관은 그래서 중요하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덤핑증후군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생활습관을 잘 돌이켜 보고 교정해야 한다. 또한 외출 시에는 사탕이나 초콜릿, 주스 같은 간단한 음식을 상비해 혹시 모를 저혈당 증상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송교영 교수는 1995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에서 연수했다. 송 교수는 위암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로 명성이 높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외과 과장, 위암센터장과 로봇수술센터장을 맡고 있다. 국제위암학회, 미국소화기내시경외과학회, 대한암학회, 대한소화기학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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