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위암을 완치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암덩어리를 외과적 수술을 통해 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암조직에서 아래 위로 충분한 여유(마진)를 두고 위를 잘라내고, 암세포가 전이될 수 있는 위 주변의 림프절을 광범위하게 절제한 뒤, 남은 위나 식도에 소장을 연결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 수술의 기본 원리다.

​빌로스 외과의사가 오스트리아의 한 강의실에서 수술을 하는 장면
​빌로스 외과의사가 오스트리아의 한 강의실에서 수술을 하는 장면

보통 위를 2/3 또는 전체를 절제하게 되는데 이러한 위절제술을 최초로 시행한 것은 유럽의 외과의사인 티오도르 빌로스(Theodor Bollroth)1881년경에 최초로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뱃속을 노출시키기 위해 명치끝부터 배꼽 아래까지 긴 정중선의 절개를 가하게 되며 이를 개복수술이라고 하고 19세기 후반 첫 수술부터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다.

개복수술은 복부를 크게 열고 뱃속 전체를 한꺼번에 노출시킨 뒤 장기를 손으로 직접 만지면서 수술하기 때문에 수술자가 시야를 확보하기 편하고, 술기를 익히는데 오래 걸리지 않으며, 출혈 등 비상상황에 대비하기에 수월한 장점이 있는 반면, 큰 상처로 인한 통증이나 상처 감염 등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는 문제가 있었다.

빌로스가 개복수술로 위를 절제하는 수술을 성공시킨 후 100년 이상이 지난 1991년 일본의 키타노 교수는 큰 절개를 가하지 않고 몇 개의 작은 구멍을 뚫고 카메라와 수술기계를 삽입해 위를 잘라내는 복강경 위암수술을 성공시켰다. 복강경 수술은 충수돌기 절제술(맹장염수술)이나 담낭절제술과 같은 복부의 양성질환에서 시행된 이래 그 사용범위가 확대되고 있었고 암수술에서도 활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배꼽에 약 1cm 크기의 구멍을 뚫고 고성능 카메라를 뱃속에 삽입한 뒤, 3~4개의 추가 구멍을 더 뚫고 복강경용 기계를 뱃속에 넣은 뒤 카메라와 연결된 모니터를 보면서 위를 잘라내는 수술을 하게 된다. 15cm 이상의 긴 절개를 가하지 않고 1cm 이하의 작은 상처 몇 개만 남게 되므로 수술 후 통증이 크게 감소하며, 장 회복 속도가 눈에 띄게 빠르다. 

더 이른 시기에 사회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각광받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개복수술 비중은 줄고 복강경수술의 빈도는 늘고 있다. 복강경 수술이 보편화된 데는 기존의 개복수술에 비해 수술 후 단기, 장기 결과가 비슷하거나 더 우월하다는 여러 임상시험 결과가 한 몫을 했다.

복강경 수술 모습.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복강경 수술 모습.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한편 로봇수술은 복강경처럼 몇 개의 작은 구멍을 뚫고 카메라와 수술용 기계를 삽입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크게 다른 점이 있다. 복강경 수술은 2차원적인 카메라를 사용하고, 사용 기구의 관절 운동이 불가능해 숙련될 때까지 충분한 경험이 없으면 수술자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반해 로봇수술 장비는 특수한 카메라가 3차원 시야를 제공해 원근감을 극대화한 입체적인 수술환경이 제공된다는 점, 수술기구가 관절구조로 돼있어 마치 사람의 손목을 움직이는 것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과 함께, 손떨림 방지 기능 등 여러가지 첨단 기능이 장착된 수술장비다.

수술자는 환자가 누워 있는 수술대와 떨어진 콘솔박스라는 공간에서 원격조종을 한다는 점도 이채롭다. 아주 좁은 공간에서 환부가 크게 확대된 상태의 수술이 필요한 전립선 절제술 같은 수술에서 활용되었다가 점차 다른 암수술에도 적용되었고 2000년대 중반 위암수술에도 적용됐다.

위암수술에서 림프절 절제술은 매우 중요하고도 어려운 과정인데 3차원적 시야를 제공하거나 기구의 관절운동이 가능한 점은 수술자가 보다 편안하고 정교한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준다.

로봇수술 모습.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로봇수술 모습.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앞서 설명한 개복수술, 복강경 수술, 그리고 로봇수술 등 어떤 수술을 해도 수술의 기본원칙, 즉 위를 2/3 또는 전체 절제하고 림프절을 광범위하게 절제한 뒤 소장과 연결한다는 것은 동일하다.

다만 새로운 기구가 계속 발전하고, 그 기구를 이용한 기술이 날로 새롭게 진화하면서 환자가 수술 후 조금 더 편안하고 덜 아프며, 더 작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는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개복수술에 비해 복강경 수술이 임상결과면에서 크게 우월하고, 로봇수술이 복강경 수술에 비해 크게 진화된 수술환경을 제공하므로 궁극적으로는 로봇수술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아직도 개복수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도 있고 로봇수술이 복강경 수술에 비해 높은 빈도로 이용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암이 많이 진행돼 복강경이나 로봇수술로 충분하고 안전한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 주저없이 개복수술을 고려해야 하며, 오직 개복수술만 시행해 온 외과의사라면 자신이 가장 잘하는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맞다.

또한 로봇수술은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고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이런 상황에서 복강경 수술에 비해 비용 대비 효과가 우수한지에 대한 의문이 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수술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는 환자의 위암 진행 상태, 나이, 전신 상태, 복부 수술 과거력, 그리고 암보험 가입 여부를 포함한 경제적 측면 등을 충분히 고려해 주치의와 상의한 뒤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송교영 교수는 1995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에서 연수했다. 송 교수는 위암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로 명성이 높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외과 과장, 위암센터장과 로봇수술센터장을 맡고 있다. 국제위암학회, 미국소화기내시경외과학회, 대한암학회, 대한소화기학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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