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정대철 교수

특발성 관절염, 루푸스, 베체트병 등등 희귀면역질환은 수없이 많지만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는 많지 않다. 유전성재발열증후군 같은 극희귀면역질환은 거의 정보가 없다. 선천면역결핍질환을 비롯해 어릴 때부터 나타나는 자가염증질환과 자가면역질환은 모두 만성적이고 중증도가 높지만 서서히 발병하는 데다 제대로 된 정보가 없어 진단과 치료에 어려움이 많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는 국내 극소수 희귀면역질환 전문의료진이 모인 대한소아임상면역학회와 함께 <소아 면역질환 이야기>를 연재한다. 희귀면역질환을 앓는 환아의 진단과 치료에 좋은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편집자주>

염증은 인체 내에서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균이나 조직 손상에 대해 나타나는 정상적인 생리적 방어기전이다. 이러한 염증은 병원균을 제거하거나 조직 손상을 회복하면서 소실하게 되어 인체의 정상적인 기능을 가지게 한다. 그렇지만, 염증반응이 진행되거나 소실되는 과정에서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조절되지 않게 되면 인체 내에서 지속적으로 염증이 일어나게 되고 이로서 인체의 장기나 조직에 심각한 손상이 일어난다. 

전신 자가염증성질환(systemic autoinflammatory disorders)은 염증이 조절되지 않기 때문에 반복적이거나 주기적으로 열이 나면서 염증과 관련된 임상 소견이 나타난다. 물론, 암이나 감염 또는 자가면역성 질환에도 유사한 증상이나 소견이 있기 때문에 진단하는데 있어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전신 자가염증성질환들은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반복적인 열과 함께 염증 소견이 동반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진단하기 매우 어려워 아이들의 주치의와 오랜 기간 진료했던 경우 의심하게 된다. 열이 날 때, 얼마나 자주 있고, 얼마나 지속되는지, 복통이나 관절통을 동반하는지, 또는 백신을 맞은 다음 증상이 악화되는지 문진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많은 전신 자가염증성질환은 두드러기, 건선 또는 농포성의 피부 발진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경우에 따라, 피부 발진의 조직 검사로 진단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혈액검사는 주로 자가 항체를 비롯하여 급성염증반응 소견, 정량적인 면역글로불린 등을 확인하게 되지만 결국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진하게 된다. 유전자검사는 이미 알려진 임상증상을 보이는 경우, 가족력이 있는 경우, 장기 손상을 보이는 염증성질환일 경우, 임상증상이 일치하지는 않으나 전신 자가염증성질환이 강력히 의심되는 경우 진행하게 된다. 

증례

11세 여아가 생후 12개월부터 있었던 잦은 발열과 복통이 있어 병원을 방문했다. 환아는 12개월경에 발열, 피부발진과 함께 심막염이 확인되었고 잘 움직이지 않아 전신소아특발관절염으로 진단하고 강력한 스테로이드 치료를 한 다음 증상이 호전이 됐다. 이후 1년에 6~10차례 발열과 함께 구토와 복통이 있었고 검사 소견에서 적혈구침강속도와 C반응 단백이 매우 현저하게 증가되었으나, 단순한 수액 치료에 임상 소견의 호전이 있어 왔다. 

내원 수일 전부터 발열과 함께 복통과 심한 설사가 동반되어 입원했으며 위대장 내시경에서 베체트병과 유사한 대장 소견을 확인했다. 오랜 기간 발열과 염증반응이 지속되어 유전자 검사를 시행했다. 유전자 검사에서 세포 활성화와 관련있는 A20 유전자의 문제를 확인하게 됐다. A20 유전자는 세포의 전염증성 싸이토카인의 생성 이후 조절하는데 관여하는 유전자로서 염증을 조절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세포가 활성화되어 사이토카인이 분비되는 기전을 보이게 되어 전신자가염증성질환이 나타나게 된다. 환아는 유전자 진단 이후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인터루킨 6 차단제인 Tocilizumab을 주기적으로 투여한 이후 모든 증상과 검사 소견이 정상으로 회복됐다. 

치료는 원인이 되는 유전자로 인하여 발생하는 전염증성 또는 염증 면역물질을 차단하는 약제를 선택하여 치료하게 되지만, 일반적으로 선천면역에 관여하는 대식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콜키친을 기본적으로 투여하게 된다. 염증물질과 관련된 자가염증성질환인 경우 관여하는 사이토카인을 차단하는 약제를 투여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크라이피린 연관 주기성발열 증후군의 경우 유전자문제로 인터루킨 1에 의해서 전신 자가염증이 발현되기 때문에 인터루킨 1 차단제인 Anakinra 또는 Canakimumab을 투여한다. 최근 염증 면역물질에 대한 기전에 관여하는 세포 기전이 밝혀지면서 Janus kinase(JAK) 조절 약물이 일부 전신 자가염증성질환에 적용되고 있다.

전신 자가염증성질환은 염증과 관련된 유전자의 문제로 지속적인 염증이 발현되기 때문에 염증의 대사물질인 아밀로이드(Amyloid)가 체내 축적되어 장기 손상이 나타나게 되어 이로 인해 사망하게 된다. 따라서 주기적이거나 반복적인 발열과 급성염증반응을 보이는 환자들을 조기에 진단하여 치료함으로써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 및 사회 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서울성모병원 정대철 교수
서울성모병원 정대철 교수

정대철 교수는 가톨릭대 의과대학을 나와 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수련했으며, 존스홉킨스 암센터 연수 후 가톨릭의대 교육부학장, 의과대학 통합교육운영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주임교수로 소아류마티스관절염, 소아루푸스, 크론병, 베체트병, 유전재발열증후군 등과 같은 소아류마티스질환, 선천면역결핍질환, 이식면역학 분야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대한소아과학회 이외에도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대한혈액학회, American Scoiety of Hematology, European Hematology Association 등 정회원으로 국내외 학술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으며, 현재 대한소아임상면역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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