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 전문의 중심 비상진료체곈로 전환
홈페이지 포함 병원 곳곳에 진료축소 안내
퇴원 예정 입원환자들 시기 앞당겨져

‘빅5병원’에서 시작된 전공의 사직행렬이 전국 대학병원으로 이어지면서, 병원들이 진료 축소 등 비상진료체계로 전환에 나섰다. ⓒ청년의사
‘빅5병원’에서 시작된 전공의 사직행렬이 전국 대학병원으로 이어지면서, 병원들이 진료 축소 등 비상진료체계로 전환에 나섰다. ⓒ청년의사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던 전공의들이 청진기를 내려놨다. 20일 오전 6시부터 시작된 전공의 근무 중단에 따라 전국 의료기관들은 외래진료와 검사, 수술 등을 축소하고 입원환자 퇴원 시기를 다소 앞당기는 등 비상진료체계로 운영을 전환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9일 오후 11시 기준 전체 전공의 1만3,000명 중 약 95%가 근무하는 주요 수련병원 100곳을 점검한 결과, 소속 전공의의 55% 수준인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중 25% 수준인 1,630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밝혔다.

또 이날 오후 10시 현장점검을 통해 수련병원 10곳 전공의 1,091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중 757명이 출근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

‘빅5병원’에서 시작된 전공의 사직행렬이 전국 대학병원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병원들은 진료 축소 등으로 대처에 나섰다. 병원들은 환자들의 시선이 닿는 곳곳에서 전공의 부재 관련 안내문을 부착한 것은 물론 온라인 접속 환자들을 위해 홈페이지에 진료 축소 공지를 별도로 안내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 진료 중단으로 인해 진료 지연과 혼선이 예상됨에 따라 안과의 경우 특수처치와 검사가 불가한 경우 진료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공지했다. 또 퇴원이 예정된 환자 중 건강상태가 양호한 경우 퇴원시키기로 했다.

전공의가 빠진 인하대병원도 교수진 중심으로 돌아간다. 인하대병원은 전공의 부재로 외래와 입원진료, 수술에 차질을 빚게 된 상황에 대해 환자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면서 기존 예약된 암 환자 수술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안내문을 공지했다.

응급실 상황도 마찬가지다. 제주대병원은 이날부터 전공의와 수련의 부재로 응급실을 비상진료체계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에 긴급도와 중증도가 높은 심폐정지, 응급분만, 응급투석 등 KTAS 1~2등급에 해당하는 환자를 우선 진료하겠다고 게시했다.

온라인 홈페이지에 전공의 사직 관련 안내문을 게재한 곳들도 눈에 띈다. 전남대병원은 정상적인 진료와 수술에 차질이 예상 되는 바 외래·입원·응급실·중환자실 등 진료는 현상 유지를 원칙으로 필수의료 분야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전북대병원도 전문의 중심 비상진료체계를 구축해 응급중증환자, 수술환자 중심으로 의료 공백을 막겠다고 했다. 또 전공의 사직이 병원 개별적인 문제가 아닌 전체적인 의료 상황으로 인한 문제라는 점도 명시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신규 환자는 못 받는다. 퇴원환자들은 원래 퇴원하기로 예정됐던 환자들과 퇴원 하더라도 건강에 이상이 없는 환자들은 퇴원시키기로 했다”며 “입원해 있어야 하는데 억지로 내보내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교수들과 전임의들이 버티면서 환자를 보고 있다. 대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교수들이 새로운 수술 예약은 잡지 않고 있다”고 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관계자는 “퇴원해도 이상 없을 환자들은 퇴원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흉부외과의 경우 응급수술과 중증환자, 암 환자 수술만 하기로 했다”며 “수술을 미뤄도 되는 환자들은 잡혔던 수술도 취소하고 전공의가 돌아오면 하겠다고 연락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흉부외과는 인턴, 전공의 모두 나갔는데 전공의 없이 오래 지내서인지 인턴이 나간 게 더 (충격이) 크다”면서 “인턴이 해오던 기본적인 수술 동의서 작성 등을 교수들이 다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당직도 돌아가며 서야 한다”고 했다.

전공의 사직이 빨랐던 대전성모병원은 비상운영체계 가동도 빨랐다. 지난 주 미리 수술 일정 등을 조율해 안정적으로 진료가 운영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대전성모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사직이 빨리 진행됐던 만큼 지난주부터 미리 수술 일정 등을 공지했다. 별도 취소되는 수술 건수는 많지 않다”며 “응급실 전공의는 다 근무하고 있어 문제없다. 교수와 전문의들도 휴일이나 개인 학회 일정을 자제하고 진료하고 있다”고 했다.

"전공의 근무 중단 이제 시작…지켜보고 대응할 것"

전공의 근무 중단이 이제 막 시작된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병원들도 있다.

한림대성심병원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전공의가 줄고 있는 상황이기에 응급실이나 야간 당직을 교수가 커버하는 부문이 컸다”며 “외래도 정상 운영되고 있고 수술도 큰 차질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나가고 이제 하루, 이틀이다. 사실 예고를 하고 집단행동에 들어간 게 아니라 전격적이고 즉각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따로 준비할 여유도 없었다”며 “평소 하던 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 중심으로 진료를 이어나가고 있고 어려운 상황은 당연히 생기겠지만 할 수 있는 대로 버텨볼 생각”이라며 “지금은 잘 버티고 있다”고 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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