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유정민 팀장 “전공의 파업에 수술 취소 ‘의사 부족’ 대변”
가천의대 정재훈 교수 “복지부 정책, 선후관계 바뀌고 취지도 무색”
서울의대 김윤 교수 "의료 선진국? 의료개혁 막으려는 가짜뉴스”

지난 20일 의료계와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TV토론에서 맞붙었지만 평행선을 달렸다. 사진 출처=MBC 100분 토론 유튜브 캡쳐
지난 20일 의료계와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TV토론에서 맞붙었지만 평행선을 달렸다. 사진 출처=MBC 100분 토론 유튜브 캡쳐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TV토론으로 맞붙었지만 평행선을 달렸다.

고령화 추세를 고려할 때 의사 수의 절대적 부족으로 더 이상 증원을 늦출 수 없다는 찬성 측과 높은 의료이용과 접근성을 들어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반대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지난 20일 밤 11시30분 의대 증원 확대를 둘러싼 논란의 쟁점을 짚어보고 지역·필수의료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MBC ‘100분토론’에서 양측은 입장차만 확인했다.

이날 토론에 의대 정원 증원 찬성 측에는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유정민 전략팀장과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가, 반대 측에는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와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들은 토론 초반부터 의사 수 부족 여부를 두고 격론을 펼쳤다.

유 팀장은 “절대적으로 수가 부족한 부분도 있고 수가 부족하면서 의사 구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는데 인력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하거나 필수의료가 아닌 보상이 좋은 비필수 분야로 (집중)되는 배분 문제가 공존한다”며 “의사 수 부족 문제가 배분의 문제를 악화시키는 구조”라고 말했다.

반면 정 교수는 “OECD 건강 결과에 대한 지표를 보면 평균 수명은 우리나라가 최상위권이고 의료이용과 접근성 측면에서도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의사의 절대 수가 심각하게 부족한 수준이라면 이 정도 건강결과와 접근성이 유지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절대적인 의사 수 부족이 아닌 ‘배분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정 교수는 “지금 국민들이 느끼는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우수 인재들이 모두 의대를 지원하는 의대 블랙홀 현상이 생기는 것과 두 번째는 필수의료 공백에 대한 체감”이라며 “이는 모두 ‘격차’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의대 블랙홀은 의대 진학하는 것보다 진학하지 않는 게 기대소득이 낮기 때문에 의대에 몰리는 것이고 필수의료 위기는 의사사회 안에서 필수의료와 비필수의료 종사자들 사이 경제적 격차 뿐 아니라 법적 위험성, 삶의 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했다.

이에 정 교수는 “전체적인 (의사) 공급 부족보다는 배분의 문제에 가깝다. 공급을 늘리면 과연 의사 인력과 의사 인력 아닌 사람의 격차가 줄어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OECD 지표 중 일부 지표만 놓고 우리나라를 의료선진국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를 의료 선진국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의료개혁을 막기 위해 퍼뜨린 의도적인 가짜뉴스”라고도 했다.

김 교수는 “국가 의료 성적표를 비교하는 OECD 12개 지표 중 우리나라가 평균 이상인 것은 딱 1개다. 평균 이하인 지표가 4개고 나머지는 평균 지표”라며 “이 지표들을 사용하면 우리나라는 OECD 중간수준 혹은 중하위수준의 의료 수준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의료선진국이라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우리나라를 의료 선진국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의료개혁을 막기 위해 퍼뜨린 의도적인 가짜뉴스”라고 했다(사진출처: MBC 100분토론 유튜브 캡쳐).

이공계 학생 ‘의대 블랙홀’ 막을 방법은?

복지부는 의대 정원 연 2,000명 증원 근거로 삼은 연구들을 언급하며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를 고려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유 팀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울의대 연구를 참고했는데 오는 2035년이 됐을 때 부족한 수치가 1만명이 나왔다”며 “이들이 교육받는 시기와 전공의 수련까지 고려하면 10년 뒤 배출된다. 급격한 고령화 속도가 가시화되는 부분을 봤을 때 더는 늦춰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의약분업 때 의대 정원을 감축한 이후 고정된 수치를 유지해 17년 동안 동결상태에 있었다. 이 때 감축이 없었다면 6,600명이 배출됐을 것”이라며 “그간 늘려오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반성하면서 더는 늦추지 말아야 한다. 국민 보건을 위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 팀장은 “의사 수만 늘리겠다고 한 적 없다. 지역 내 소위 빅5병원 역량을 갖춘 거점병원을 만들고 좋은 이력이 배치되도록 하는 정책도 추진해야 한다”며 “지역과 진료과목 안에서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내용을 담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도 함께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급격한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인한 사회적인 파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 교수는 “복지부가 발표한 정책 취지의 선후 관계가 바뀌고 급격한 변화가 있으면서 굉장히 무색하다고 생각한다”며 “당장 의대생 입학 시점은 내년이다. 더 필요한 다른 정책들이 도입돼야 하고 논의가 진행되더라도 3~4년 정도 걸리고 정착까지는 10년 가량이 걸릴 텐데 선후 관계가 바뀐 문제 때문에 이공계나 과학영역은 심각한 인재유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대 정원 확대로 이공계 인재들이 의대로 쏠리는 의대 블랙홀 문제를 의대 정원을 늘려 의사 수입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해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의대 졸업 후 전문의 마치고 군대 다녀오면 35세 정도다. 전문의로 받는 연봉은 3~4억원이지만 대기업 입사해 35세가 되면 과징인데 1억원 남짓 받는다”며 “의대 가면 4억원 버는데 다른 과 선택하면 1억원 밖에 못 번다면 누구나 의대 가고 싶어 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의대 쏠림의 근본적인 원인은 의사 수입이 다른 직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라며 “의대 정원 증원을 통해 의사 수입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는 게 의대 쏠림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이지 정원 증원으로 늘어난 만큼 이공계 학생들이 의대를 지원하는 일시적인 현상을 문제 삼는 것은 문제 근본을 덮어 놓고 문제의 표면적인 증상만 해결하겠다는 방식”이라고도 했다.

의사 파업 길게는 반년…“불편하더라도 정부 결정 지지해 달라”

정부의 의료개혁을 지지해 달라는 요구도 했다. 유 팀장은 “전공의 몇 명이 나가 수술이 미뤄지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현실이야 말로 의사 부족 문제를 대변하는 것 아닌가. 의대 정원 증원과 패키지 정책을 추진하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는 국민 건강을 지키고 의료진에게 더 나은 가치와 격에 맞는 보상, 여건을 만들어 주는 대책이다. 이에 대해 공감할 수 있도록 소통하겠다.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00년 이후 의사 파업으로 정부 정책을 매번 무산시켜왔다. 이번에도 의대 정원 증원 결정을 무산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번 파업은 짧아도 2~3개월, 길게는 반년 이상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의협 파업에 (정부가) 굴복해 의대 정원 증원이 실패하면 앞으로 언제 다시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파업 기간 겪는 고통이나 피해보다 의대 정원을 늘리지 못해 국민들이 겪게 될 피해가 훨씬 클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불편하더라도 정부의 증원 결정을 끝까지 지지해 달라”고도 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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