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KDI‧보사연‧서울의대 홍윤철 교수 연구’ 등 근거 제시
미래 의사 수 부족 지적은 담겨… 의대 증원 수 정부안과 차이
기피과 인력 유인 방안‧전달체계 개선 시급 등 醫 주장도 담겨

지난 6일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방안을 발표하는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사진 제공=보건복지부
지난 6일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방안을 발표하는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사진 제공=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가 의과대학 정원 연 2,000명 증원 근거로 삼았다는 연구들을 공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인구변화의 노동‧교육‧의료부문 파급효과 전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및 중장기 수급추계 연구’, 서울의대 예방의학과 홍윤철 교수의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 등이 그것이다.

복지부는 이 연구들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근거로 삼았다고 공개했지만 정확히 연구결과의 어떤 부분을 근거로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문제는 이 연구들이 낸 결론 어디에도 ‘연간 2,000명 증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은 없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연구들에는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문과목들에 대해 인력 유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의사수급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이용행태와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시급하다’ 등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 주장과 동일한 주장들이 담겨있었다.

KDI 연구, 연간 2,000명 증원 정부안과 큰 차이

우선 KDI에서 진행했다는 연구는 지난해 2월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간한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인구변화의 노동‧교육‧의료부문 파급효과 전망’에 포함된 내용으로 권정현 박사가 의료부문을 맡았다.

권 박사는 머리말에서 ‘본 연구는 적절한 보건의료인력 규모에 대한 논의는 배제하고 대신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보건의료서비스 수요 변화에 그에 따라 현 제도와 인력공급 수준이 유지될 때 의사 인력 업무량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는데 중점을 둔다’고 밝혔다.

애초에 권 박사 연구는 향후 우리나라 의사가 얼마나 부족하고 어떤 방식으로 증원해야 한다는 것을 살펴본 연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권 박사는 복지부가 지난해 6월 27일 개최한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는데, 2050년 기준으로 약 2만2,000명에서 3만명 수준의 의사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교육 수준에 따른 건강 개선을 반영해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수요가 감소한다면 추가적으로 필요한 의사 인력 규모는 8,500명 수준으로 감소한다고 했다. 관점과 연구 설계에 따라 미래 필요의사 수가 크게 차이난다는 것이다.

또한 미래 필요 의사 인력 확충과 관련해서는 일정 기간 의대 정원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했지만 ‘2023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매년 5%씩 2030년까지 확대한 후 2030년 이후부터는 2030년 수준을 유지’하는 방식이 2050년까지 필요한 의사 인력 충족에 가장 가까운 수치라고 했다. 이때 2030년 의대 입학정원은 4,518명이다.

권 박사는 2023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의대 정원을 늘리더라도 2030년 최종 입학정원을 4,518명으로 맞춘 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부는 당장 2025년부터 의대 정원을 5,058명으로 늘리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차이가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권 박사는 2050년 이후 의료서비스 수요 전망에 따라 이마저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의료 수급 전망을 바탕으로 한 의대 정원 조정을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권 박사는 현재 신규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의사 인력 감소가 예상되는 흉부외과, 외과 등 전문과목은 해당 전문과목 의료서비스 수요 증가가 전망돼 추가 필요 인력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문과목들에 대해 인력 유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는데, 이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료계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보사연, 진료량과 진료일수 따라 의사 과잉 추계도 있어

복지부가 의대 정원 증원 근거로 삼았다고 공개한 또 다른 연구는 현재 고려대 보건대학원 신영석 교수가 지난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재직 당시 진행한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및 중장기 수급추계 연구’다.

해당 연구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의료이용량을 이용해 2025년, 2030년, 2035년에 필요한 의료 수요를 추계하고, 같은 기간 의료 인력 데이터를 이용해 의료 공급을 추계해 미래 의료 인력 과부족 실태를 점검했다.

연구는 의사 전체를 대상으로 평균증가율 모형, 로지스틱 모형, 로그 모형, ARIMA 모형 등 다양한 모형을 활용한 추계결과를 제시했다(제3절 수급추계 결과, 232p~242p).

이 중 '평균증가율 모형'으로 의사 전체 수급을 추계한 결과, 진료량이 100%일 때 ▲진료일수 240일로 가정하면 의사 인력은 2025년 1,020명, 2030년 1만128명, 2035년 3만3,877명 부족 ▲진료일수를 255일로 가정하면 2025년 212명, 2030년 8,037명, 2035년 2만9,641명 부족 ▲진료일수를 265일로 가정하면 2025년 276명 과잉, 2030년 6,775명 부족, 2035년 2만7,084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진료일수를 240일과 255일로 가정해 진료량이 110%와 120%로 증가하면 인력 과잉으로 추계됐다.

‘로그 모형’으로 의사 전체 수급을 추계한 결과, 진료량이 100%일 때 ▲진료일수 240일로 가정하면 의사 인력은 2025년 446명, 2030년 3,907명, 2035년 1만696명 부족 ▲진료일수를 255일로 가정하면 2025년 328명 과잉, 2030년 2,182명 부족, 2035년 7,824명 부족 ▲진료일수를 265일로 가정하면 2025년 796명 과잉, 2030년 1,140명 부족, 2035년 6,089명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진료일수를 240일로 가정하고 진료량이 110%와 120%로 증가하면 인력 과잉으로 추계됐다.

‘ARIMA 모형’으로 의사 전체 수급을 추계한 결과, 진료량이 100%일 때 ▲진료일수 240일로 가정하면 의사 인력은 2025년 2,294명, 2030년 7,168명, 2035년 1만4,631명 부족 ▲진료일수를 255일로 가정하면 2025년 1,412명, 2030년 5,251명, 2035년 1만1,527명 부족 ▲진료일수를 265일로 가정하면 2025년 879명, 2030년 4,094명, 2035년 9,654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 모형에서도 진료일수 240일, 255일, 265일로 가정하고 진료량이 110%와 120%로 증가하면 인력 과잉으로 추계됐다.

'로지스틱 모형'은 다른 모형 추계 결과 차이가 있었는데, 진료량이 100%일 때 모든 추계에서 인력 과잉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진료일수 240일로 가정하면 의사 인력은 2025년 3,696명, 2030년 6,702명, 2035년 8,966명 과잉 ▲진료일수를 255일로 가정하면 2025년 4,226명, 2030년 7,803명, 2035년 1만681명 과잉 ▲진료일수를 265일로 가정하면 2025년 4,546명, 2030년 8,468명, 2035년 1만1,716명 과잉으로 나타났다.

다만 진료일수를 240일, 255일, 265일로 가정해 진료량 80%와 90%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추계됐다.

정부는 지난 2월 6일 의대 정원 증원 규모 발표 시 ‘10년 뒤인 2035년 수급 전망을 토대로 의대 정원 규모를 결정했으며, 현재 의료 취약지에서 활동하는 의사 인력을 전국 평균 수준으로 확보하려면 약 5,000명,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늘어나는 의료 수요를 감안할 경우 1만명 등 약 1만5,000명의 의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만약 정부가 신 교수 추계를 근거로 '2035년 약 1만5,000명의 의사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면 이들 모형 중 어떤 부분을 근거로 삼았고 어떤 부분은 왜 근거로 삼지 않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특히 신 교수는 지난 15일 열린 대한예방의학회 ‘2024년도 동계심포지엄’ 패널로 참석해 “매년 2,000명씩 의대 정원을 증원해 5년간 1만명 늘린다는 정부 발표는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1만명을 증원해야 한다면 연간 1,000명씩 10년간 증원하는 방안도 있는데, 갑자기 연간 2,000명을 증원하면 문제를 더 크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의대 정원 증원 시 과감한 개혁 정책이 필요한데, 정부가 종합적인 고민을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도 했다.

의대 정원 증원 후 일정시기 지나면 ‘의사 인력 초과’

정부가 근거로 삼은 또 다른 연구는 서울의대 예방의학과 홍윤철 교수가 2020년 발표한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다.

홍 교수는 해당 연구가 ‘2018년 기준 의사 인력이 적정하다는 가정 하에 미래 의사인력에 대한 추계를 수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2025학년도부터 시작되는 의대 정원 증원 근거로 삼기에는 연구 기준이 된 연도가 너무 이르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연구결과를 보면 2018년 기준으로 의사의 공급과 수요가 적절한 균형을 이룬다고 가정하거나 65세 이상 의사인력 생산성이 크게(75%) 감소한다고 가정하는 두가지 시나리오 모두 2021년부터 의대‧의전원 입학정원을 1,500명까지 증원해도 의사인력이 부족하다고 예측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연간 2,000명 증원과 비교했을 때 그나마 비슷한 수치를 제시했지만, 홍 교수 역시 ‘일정 시기 이후부터 의사 인력 초과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적절하게 정원 증원 및 감축을 시행하는 탄력 조절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홍 교수는 연구를 갈무리하며 ‘2018년 OECD 자료를 기준으로 할 때 한국은 OECD 국가 평균보다 임상 의사수가 적은 반면,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가 연간 16.9회로 가장 많았다. 이는 의사수급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이용행태와 더 나아가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시급함을 이야기한다’고 명시했다. 이 역시 의대 정원 증원을 반대하는 의료계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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