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김연주 교수
"90대 노인도 무난히 받을 수 있는 치료"
방사선치료만으로 암 완치도 가능해져

방사선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방사선치료'에 대해 오해하는 것들이 적지 않다. 방사선이 조사될 때 느낌이 전혀 없기 때문에 치료가 되는 것이 맞는지부터, 치료 기간이 길수록 더 방사선치료가 힘든 것은 아닌지, 90대 고령에 방사선치료를 견딜 수 있을지까지 여러 오해가 있다.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김연주 교수는 유튜브 채널 '서울아산병원'에서 "어떻게 방사선치료만으로 암세포를 죽인다는 것인지 의문을 갖는데, 핵심은 암세포의 DNA의 손상"이라며 "방사선이 DNA 이중 나선 구조의 가닥을 땅땅 절단내면 암세포가 죽게 된다"고 설명했다.

방사선치료 모습.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
방사선치료 모습.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

이같은 치료 원리라면 방사선치료를 할 때 암세포 옆의 정상세포의 DNA도 같이 손상돼 부작용이 크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요즘 일부 암에서는 수술을 대체할만큼 방사선치료 범위가 넓어진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김연주 교수는 "최근에는 방사선치료가 정밀해져 정상 장기 조사 선량을 대폭 줄이게 됐다"며 덧붙여 "정상세포들은 암세포보다 DNA 손상에 대한 회복이 정확하고 빠르다. 이 차이를 이용하는 것이 방사선치료의 주요 원리"라고 짚었다. 

또 수술을 방사선치료로 대체한다고 했을 때, 방사선치료만으로 암이 정말 수술처럼 완치될 수 있는지 의문을 갖기도 하는데, 일부 암에서는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김 교수는 "암치료 목적 중 근치적 목적이라는 말을 들었을 텐데, 이는 암을 완전히 고치기 위해 시행하는 치료를 뜻한다. 많은 환자가 종양을 다 떼어내는 수술만을 근치적 치료로 생각하지만 방사선치료 단독으로 혹은 방사선치료를 항암치료와 병용해 수술 없이 암을 완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대표적인 암종이 자궁경부암과 전립선암이다. 김연주 교수는 "자궁경부암과 전립선암은 방사선치료와 수술의 성적이 비슷하다"며 "수술이 주요 근치치료방법인 암종이라도 수술이 어려운 고령 환자나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는 방사선치료가 대안이 될 수 있고, 이는 고무적인 치료성적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방사선치료 횟수가 많아질수록 방사선치료 강도가 세져 힘들어지는 것 아닌가 오해하기도 하는데, 이는 전혀 그렇지 않다. 

김 교수는 "방사선치료 횟수는 환자의 상황에 따라 굉장히 다양하다. 1회에 종료되기도 하고 많게는 30회 이상 하기도 하는데, 횟수가 곧 치료의 강도라고 생각해 치료 횟수가 많으면 치료가 세게 들어간다고 오해하고 본인이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을 더 한다"며 "되려 환자가 치료를 더 잘 견딜 수 있게 고안된 방식이 긴 횟수의 분할 방사선치료"라고 설명했다.  

정상세포는 암세포보다 회복이 더 정확하고 빠른데, 이 차이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방법이 분할 방사선치료이다. 김연주 교수는 "한 번에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모두 KO시키는 강력한 한 방을 날리기보다 잘게 펀치를 지속적으로 날리는 것"이 분할 방사선치료라고 짚었다.

그렇다면 분할 방사선치료는 주로 어떤 상황에서 할까? 김 교수는 "암 치료 범위가 넓거나 방사선에 더 취약한 장기가 가까이에 있거나 조사 범위에 많이 포함돼 있거나 항암치료를 같이 병행하고 있다면 통상 방사선치료 횟수가 많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다르게 치료 범위가 넓지 않고 주변에 방사선에 취약한 장기가 없다면 강력한 펀치 몇 번으로 암세포를 이겨볼 수도 있다. 김연주 교수는 "한 번에 조사하는 방사선량을 높이는 것인데, 우리 몸의 극히 일부분에 고선량이 조사되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무난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에서 하는 '고식적 방사선치료'가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절대 그렇지 않다. 

김 교수는 "고식적 방사선치료는 암으로 인해 발생하는 통증, 출혈 등 여러 증상들을 완화하는 목적"이라며 "암을 진단받고 많이들 걱정하는 것이 암으로 인한 통증인데, 대표적으로 뼈전이 병변의 경우 무게 하중을 많이 받는 위치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종양 크기가 점점 커질 경우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때 방사선치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김연주 교수는 "원인이 무엇이든 통증은 그 자체로도 질환이라고 얘기할 만큼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통증이 잘 조절되는 말기 암 환자와 그렇지 않은 암 환자의 삶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통증이 잘 조절되는 암 환자는 환자 티도 나지 않는다"며 고식적 방사선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외에 방사선이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 인자로 꼽히는 까닭에 '방사선치료로 2차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확실한 것은 방사선치료가 지금 당장 눈앞의 1차암 치료에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방사선치료로 인한 2차암 발생은 분명 있을 수 있다. 하지만 2차암 발생 빈도가 방사선을 받지 않은 환자와 비교해서 대단히 높지 않고, 발생한다고 해도 빨라야 10년 뒤, 더 길게는 20~30년 이후에 발생한다. 평균 암 진단 나이를 60세로 본다면 2차암 발생 시기는 80~90세가 되는 것인데, 이렇게 긴 시간 이후에 2차암 진단을 받는다는 것은 또 그만큼 1차암 치료가 잘 돼 오래오래 잘 지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하지만 소아암의 경우엔 조금 다를 수 있다. 김연주 교수는 "성인 암에선 1차암 완치의 이득이 크고 아주 긴 시간 이후에 2차암이 발생할 수 있으나 그 확률이 매우 낮다. 그런데다 방사선치료 기술이 좋아져 예전보다 정상 조직 조사량이 훨씬 줄었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소아암의 경우에는 성인암보다 2차암 발생 위험이 좀 더 높다고 알려져 있고 완치 이후 성인보다 더 긴 기간의 삶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평균 5주간 주중 매일 받는 방사선치료 중일 때는 다른 사람과 접촉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절대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CT나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 나서 특별한 주의 사항이 없듯이 방사선치료 후에도 손주를 안아주는 등 다른 사람과 접촉해도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오해를 하는 것은 (핵의학과에서 하는) 방사성요오드치료와 혼동을 해서 그런데, 방사성요오드를 물약이나 알약 형태로 먹으면 체내 남아있는 방사성요오드 때문에 따로 격리 입원실이 있고 주의를 주지만 방사선종양학과에서 하는 외부 방사선치료는 치료실 내에서 조사를 받고 나면 체내에 남는 것은 전혀 없다"고 짚었다. 

또 방사선치료를 받으면 탈모가 되는 것인가 걱정하기도 하는데, 치료 부위가 머리가 아니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김연주 교수는 "손 엑스레이를 촬영하면 손만 나오고 머리가 나오지 않듯이 머리 이외의 부위에 방사선치료를 하면 탈모가 전혀 생기지 않는다"며 "머리에 했다고 해도 일부분만 했다면 그쪽 부위 머리만 빠진다"고 설명했다.

흔히 나이가 너무 많으면 '방사선치료를 견딜 수 있을까', '오히려 건강을 잃는 것일 아닐까' 걱정하기도 하는데, 꼭 그렇지 않다.

김 교수는 "노년내과에서도 방사선치료는 위험도가 낮은 치료로 분류하고 있고, 90대 환자들도 무난히 치료를 받을 정도"라며 "물론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같이 하는 경우, 두경부 방사선치료로 생긴 구강염이나 식도염으로 인해 통증 때문에 식사가 어렵다던지 과정이 녹록치 않은 상황들도 분명 있지만 이런 상황을 일반화해서 모든 부작용이 나한테 생길거다 걱정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김연주 교수는 "전립선암처럼 골반 쪽 방사선치료만 받는 환자들은 회사생활도 하고 택시운전도 하면서 방사선치료를 받는다"며 "방사선종양학과 의료진을 믿고 끝까지 치료를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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