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평원 인증조차 불투명…국시 자격 박탈 우려까지
"지역 의대 정원 늘리면 지역의료 산다는 착각 빠져"

충북의대교수협의회 최중국 회장은 22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증원 정원 배정으로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청년의사
충북의대교수협의회 최중국 회장은 22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증원 정원 배정으로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청년의사

"교육도 평가도 인증도 불가능하다. 교수도 대학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정부 의과대학 정원 배정 결과를 받아 든 교수들이 "마지막 심정"으로 법원을 찾았다. 정부는 지역 국립의대에 200명이라는 정원을 "밀어넣고" 지역의료를 살린다고 하지만 교수들은 착각에 불과하다고 했다.

22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기자회견에서 충북의대교수협의회 최중국 회장과 부산의대교수협의회 오세옥 회장이 나서 의학 교육 파행을 경고했다. 두 교수는 각각 생화학과 해부학 전공으로 의대에서 기초의학을 가르치고 있다. 전의교협은 정부 의대 정원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정부 배정을 따르면 내년 충북의대와 부산의대 입학 정원은 200명이 된다. 충북의대는 308%(151명), 부산의대는 60%(75명) 증원해 맞춘 숫자다. 현재 충북의대 정원은 49명, 부산의대는 125명이다.

교수들은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교육은 고사하고 의학교육평가인증 통과조차 불투명하다. 정원이 대폭 늘어난 두 의대 모두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주요변화계획' 심사 대상이다. 심사를 거쳐 의평원 인증을 받아야 졸업생이 의사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충북의대 최중국 교수협회장은 "49명을 가르치던 대학에 200명의 학생이 밀려들어온다. 교수는 당연히 부족하고 교육할 공간도 없으며 실습도 어렵다. 의평원 인증 심사에서 합격할 수 없다"며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 (의학과) 4년생은 국시를 치를 자격이 박탈된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이론 강의 공간도 부족하지만 실습 여건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특히 해부 실습에 필요한 '카데바' 문제를 꼽았다. 충북의대가 한 해 기증받는 시신은 약 10구다.

보건복지부는 카데바를 재배분하거나 수입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 회장은 "시신 기증은 온전히 개인 선택이다. 정부가 그렇게 마음대로 20개 주겠다, 30개 주겠다고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도 대학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대학 총장이 할 수 있는 건 이론 강의할 강의실을 더 세우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의대가 이론만 가르쳐서 의사를 키우라고 있는 교육기관이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부산의대 사정도 마찬가지다. 오세욱 교수협회장은 "의학 교육 수준이 20~30년은 퇴보한다"고 했다. 의대생을 잘 가르칠 수도 없고 제대로 평가할 수도 없다고 했다.

오 회장은 "지금도 임상 술기 평가 하나에 교수 72명이 매달린다. 3일간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꼬박 평가한다"며 "그런데 내년에 학생을 200명으로 늘린다고 한다"며 "제대로 된 평가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정부 현장 점검이나 대책도 부실하다고 했다. 부산의대는 "보건복지부도 교육부도 단 한 번도 현장 점검 실사를 오지 않았다"고 했다.

의대 입학 정원 증원에 맞춰 국립의대 교수를 1,000명 늘리겠다는 정부 발표도 기존에도 학생 교육을 담당해온 기금교수가 전임교수로 "이동하는 데 불과하다"고 했다.

오 회장은 "부산의대는 교육과 연구, 진료를 담당하는 전임교수와 기금교수가 총 339명이다. 기금 교수가 184명이다. 정부가 전임교수 정원 100명을 늘리면 기금교수 중 100명이 전임교수로 이동하는 거다. 결국 339명이라는 총 정원은 똑같다"고 했다. 젊은 진료교수와 임상교수까지 학생 교육을 맡게 하려해도 "이미 사직하고 병원을 떠나고 있다"고 했다.

지역 국립의대 정원이 늘면 "지역에서 일하는 의사가 늘어나고 지역의료를 보장할 수 있다는 생각도 '착각'"이라고 분명히 했다. 지금 지역 국립의대에서 공부하는 학생도 수도권에서 수련받고 개업한다.

오 회장은 "수도권 전공의 정원이 지방보다 많다. 지역 의대 졸업생이 수도권에서 수련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조만간 수도권에 6,000 병상 이상이 증설된다고 한다"며 "지역은 만성적자로 대규모 병상을 도저히 늘릴 수 없다. 지역 의대 출신은 수도권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오 회장은 "대통령은 2,000명이라는 숫자에 병적으로 집착하고 있다. 그 집착 때문에 복지부와 교육부는 이성이 마비됐다. 북한식 독재처럼 대통령이 말하면 복지부가 받아적고 검찰과 경찰이 집행한다"고 비판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사법부에 호소"한다고 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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