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전공의 복귀 사실상 불가능…사태 장기화 가능성 커져
겨우 버티던 의대 교수들 사직서 제출일 당기자는 의견도 나와
정부의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배정 발표에 의대 교수들은 망연자실했다. 답답한 현실을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 반감만 더 커지면서 의대 교수들의 투쟁 의지만 더 높아지는 모양새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사직서 제출 시기를 앞당기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부가 지난 20일 내년도 의대 정원 배정결과, 총 2,000명 중 수도권 대학에는 증원인원의 18%에 해당하는 361명이 경인 지역에 신규 배정됐으며, 비수도권 대학에는 증원인원의 82%에 해당하는 1,639명이 신규로 배정됐다. 서울지역은 신규 정원을 배정하지 않았다.
배정 기준은 지방 거점 국립의대 7곳은 각각 정원 200명으로 늘려 지역 거점병원을 육성하고, 50명 미만의 미니 의대는 정원을 100~130명 수준으로 배정해 운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배정 발표를 접한 후 “할 말을 잃었다”고 표현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증원 추진에 “답답하다. 그러나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망연자실했다.
특히 이번 발표로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토로했다.
경기 지역 의대 A교수는 “이젠 돌이킬 수 없다. 내년도 입학 정원과 관련된 일이라 취소하거나 변경하는 즉시 수험생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장기적인 파장을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교수는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는 어려울 것 같다. 당장은 의대생과 전공의 없이 1년을 지내야 할 것 같다”며 “내년도 마찬가지다. 전공의 지원은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 같다. 4~5년은 이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 정원보다 2~3배 늘어날 의대생 교육 환경 조성도 막막하기만 하다.
충청 지역 의대 B교수는 “의대생 본과 임상실습이 중요한데 이대로라면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2,000병상 되는 서울대병원도 의대 정원 200명은 수용하기 어려울 텐데 겨우 500~700병상 되는 지방 대학병원에서 어떻게 200명을 가르칠 수 있겠나. 말이 안 되는데 된다고 주장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B교수는 “환자가 있어야 의사가 있다. 그래야 의사들도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며 “지역 사정에 맞게 인구밀도나 환자 발생 빈도 등도 따져본 후 의대 정원을 증원해야 하는데 이건 자원 낭비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정부 의대 정원 배분 발표 이후 일각에서는 사직서 제출 시기를 앞당기자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25일 이후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B교수는 “사직서 제출 시기를 당기자는 의견들도 나온다. 교수들의 사직은 의업을 그만두겠다는 게 결코 아니다. 중환자도 못 보고 의대생 교육도 못 하게 됐으니 대학병원을 떠나 2차 병원 등 다른 곳으로 이직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불을 붙였다. 지방 대학병원에서는 이미 교수들이 돈은 포기한 채 지역 중증환자를 본다는 자존심 하나로 버티고 있다”며 “그런 교수들이 이제는 다 나가겠다고 한다. 존재 가치가 없어졌다고 느끼는 거다. 정부 발표로 활시위는 당겨졌다”고 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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