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내측 '담창구'에 전극 심어 전기자극 주면 비정상적 신호 차단
시상하핵 뇌심부자극술에 비해 이상운동증·약물내성에 효과 높아

25년 전 파킨슨병으로 진단돼 오랜 기간 약물치료를 해오던  전 씨(71세, 여성)는 약물치료가 길어지면서 약물에 대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2019년에는 심한 약물 부작용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였다. 약을 먹으면 이상운동증으로 팔, 다리와 몸이 심하게 움직이고, 약을 먹지 않으면 몸이 나무토막처럼 뻣뻣하게 굳어져 일상생활이 어려웠다. 

전 씨는 약의 효과가 짧고 급격하게 떨어져 걷다가 갑작스럽게 거동이 어려워지는 약물내성현상도 나타났다. 2019년에도 심한 약물부작용으로 뇌심부자극술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주치의가 수술치료를 권했지만, 당시 환자는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심해 수술받기를 포기했다.

그간 약물치료만 지속하던 전 씨는 지난해 겨울부터 약물치료를 통한 증상 조절이 한계가 도달해 하루하루를 버티기 힘들 정도가 됐고, 결국 올해 2월 순천향대부천병원 신경외과 정문영 교수에게 ‘담창구 뇌심부자극술’을 받았다. 

수술 후 전 씨는 이상운동증과 약물내성 현상이 극적으로 호전돼 심하게 흔들리던 팔과 다리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게 됐고, 갑자기 몸이 굳어지는 현상도 호전돼 원활한 거동이 가능해졌다.

순천향대부천병원 신경외과 정문영 교수가 진료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순천향대부천병원
순천향대부천병원 신경외과 정문영 교수가 진료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순천향대부천병원

전 씨가 앓는 파킨슨병은 퇴행성뇌질환 중 치매 다음으로 흔한 질환으로, 뇌에서 도파민을 만드는 세포에 서서히 퇴행성변화가 나타나면서 발생한다. 초기에는 수전증이나 보행이 느려지거나 몸이 무거워지는 것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이러한 증상은 일반적인 노화 양상과 비슷해 이 병의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

파킨슨병은 초기 치료를 위해 보통 뇌에서 도파민 생성을 촉진하는 성분의 약물치료를 하게 된다. 초기에는 이 약물치료가 효과적이지만, 약물치료가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 점차 이상운동증, 약물내성 등과 같은 약물치료의 부작용들이 나타난다. 

이러한 경우 뇌의 내측 담창구에 전극을 심어 전기자극을 줌으로써 뇌의 비정상적 신호를 차단하고 도파민 대신 기저핵의 활동을 조절하는 ‘담창구 뇌심부자극술’을 하면 이상운동증과 약물내성현상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실제 이 치료를 받은 전 씨도 “몸이 의지와는 상관 없이 자꾸 떨리고 약물 효과가 떨어져 일상생활이 어려웠는데, ‘담창구 뇌심부자극술’로 치료한 덕에 이제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며 "최근에는 몸이 가벼워지고 만성 근육통이 없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문영 교수는 “담창구 뇌심부자극술을 하면 약을 먹었을 때 나타나는 이상운동증이 극적으로 억제되며, 약 효과가 떨어져도 급격하게 몸이 굳어버리는 약물내성현상도 없어진다"며 "안타까운 점은 수술의 효과가 좋을 것으로 기대되는 환자들조차도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어떤 증상이 수술에 의해 효과적으로 호전될 수 있는지와 같은 기대 효과가 잘 알려지지 않아 환자들이 수술을 결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담창구 뇌심부자극술은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시상하핵 뇌심부자극술에 비해 이상운동증과 약물내성현상을 극복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며 "이상운동증과 약물내성을 주된 증상으로 하는 파킨슨병의 경우 담창구 뇌심부자극술이 좋은 치료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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