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파서 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병원에 왔다.유방암간, 폐, 전신 뼈, 골수, 림프절 전이이런 무시무시한 병들이 그녀의 진단명이 되었다. 척추 전이 때문에 그렇게 아프고 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항암치료에 앞서 통증 조절을 위해 방사선치료를 먼저 해야 했다. 이미 골절이 온 부위, 곧 골절이 되어 신경을 누를 것 같은 부위, 급한 대로 그런 부위에 방사선 치료를 시작했다. 피검사를 하면 남들 백혈구, 적혈수, 혈소판의 반도 안되는 수치였다. 항암치료를 하면 대개 이런 조혈기능을 하는 세포들이 파괴되어 수치가 떨어지게 되는데 그녀는 지
최근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 했다. 이 법률 개정안은 담뱃값을 인상하여, 담뱃값 인상액 중 건강증진기금의 비율을 늘리고 금연 사업 지출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재원 의원은 법을 발의하며 “담배값은 지난 2004년 12월 500원이 인상된 후 물가상승과 서민 가계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지난 8년 간 인상되지 않았다”며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34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 담배값이 가장 낮고 흡연율은 가장 높다”고 덧붙였다. 담뱃값 인상은
‘정부도, 병원도, 의사도 내 몸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부제가 달린 최명기 원장님의 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일반인이 제목만 보면 정말 아프면 큰일나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충격적입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현행 체계 안에서 병원을 제대로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은지에 대하여 이웃집 아저씨가 설명하듯이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자신이 전공분야에서 최고하는 전문가들이 제일 어렵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은 전공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일반인에세 쉽게 전달하는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아주 쉽습니다. 그래서 왜 그런가 꼼꼼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우선 눈에 띈 것은 문장이 짧다는
망각(forgetting)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설명하는 인지심리학 이론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오늘 소개할 두 가지는 간섭(interference)과 부식(decay) 이론이다. 간섭 이론에서는 망각을 기억의 상실이 아닌 인출 실패로 보는데, 그 원인을 다른 기억에 의한 간섭에서 찾는다. 반면에 부식 이론에서는 망각을 기억된 내용 자체가 없어지는 것으로 본다. 이 두 이론은 망각을 설명함에 있어서 경쟁적인 이론이었는데, 최근의 연구들은 대체로 간섭 이론을 지지하고 부식 이론을 반박하는 편이었다. (이정모, 2009)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한 논문에서는 간섭
"]오랫만에 TED 강연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가장 가난한 버티 카운티의 교육혁신에 대한 이야기인데, 무너져가는 공교육 시스템을 노련한 교육감과 열정적인 젊은 디자인 스튜디오의 노력으로 혁신한 이야기이다. 버티 카운티는 평방 킬로미터당 10명이 사는 저밀도의 시골이며, 전 세계의 다른 시골지역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지식인이 유출되고, 농장 보조금에 의존하며, 빈곤하다. 주민의 60%가 흑인인데, 잘 사는 백인들은 주로 사립학교를 가는 탓에 공립학교 학생의 86%가 흑인이라고 한다. 더 큰 문제는 공립학교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한 달 전부터 입원해 있던 J씨가 상태가 좋지 않아 전에 입원했던 종합병원으로 구급차를 타고 갔다. 그는 만으로 68세다. 헌병 출신으로 뉴질랜드에 이민 간지가 오래되었다. 부산에 사는 동생을 만나러 왔다가 짧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자리에 눕고 만 것이다. 월남 참전으로 고엽제 환자인지라 보훈병원에 입원했다가 어찌어찌하여 내가 일하는 요양병원의 독실을 차지하게 되었다. 진료의뢰서에 적힌 그의 병명은 만성 신장질환, 상세 불명의 만성콩팥 기능상실, 기타 명시된 말초혈관 질환, 당뇨, 허리 디스크, 통풍관절염, 뇌졸중, 고혈압, 오른쪽 엄지발가락 괴사 등이다. 환자의 상태가 요양병원에서 보기엔 버거워 보였지만, 병원관계자와 면도 있고 외국 국적이라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문제도 있어 내가 보게 되었다. 환자
연애나 결혼생활을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함께 지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서로 조금씩 참고 양보해야 하는 부분들이 생기지요. :) 약속시간에 조금씩 늦는 그/그녀를 참고 기다려 주는거나그/그녀를 위해 집안일을 조금씩 더 해주는 거나관계에는 항상 작고 큰 희생들이 수반되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근데 때로는 상대가 이런 내 노고를 잘 몰라주는 것 같고혼자만 헌신짝이 되어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지요.(헌신하다 헌신짝 된다는 말도 있고..)이런 억울함이나 찝찝한 기분이 몰려올 때 여러분은 어떻게 대처하고 계신가요? 1. 걍 참는다2. 속 마음을 토로한다둘 중 어떤 게 더 '장기적으로' 관계에 도움이 될까요? 아마 많은 분들이 '참는 것'를 선택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그래도 영 맘이 편치 않다면 '내가
대부분의 소외열대질환은 치료비가 아주 저렴하다. 저번에 소개한 요우스도 항생제 일회 투여로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0.70 정도 밖에 들지 않고, 강변사상충증, 회충, 촌충 등 토양매개선충, 주혈흡충증 같은 기생충 감염은 약품이 대형제약회사에 의해 무료로 공급되고 있어 거의 무료에 가까운 비용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물론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요우스와 비슷하게 피부궤양을 일으키는 브룰리 궤양(buruli ulcer)이다. 브룰리 궤양은 Mycobacterium ulcerans에 의해 일어난다. 한센병이나 결핵을 일으키는 마이코박테
잘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을 때, 한 숨 자는 것이 도움이 될까?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그렇다고 한다. Sio 등(2013)의 연구에 따르면, 수면은 문제해결(problem solving)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수면은 주로 어렵고 복잡한 문제의 해결은 촉진시키지만, 쉽고 단순한 문제를 푸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차이를 그들의 논문 제목에 담았다: 'Sleep on it, but only if it is difficult.' 이것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단순 노가다성의 간단한 문제들을 해결할 때는 잠을 많이 안 자도 될 것 같다. 레X불을 빨고, 미친듯이 달리는 것이다. 문제는 풀릴 것이고, 당신의 몸은 축날 것이다.연구자
작년 여름 미국 식품의약품 안전청 FDA의 승인을 받은 새로운 비만치료제 큐시미아가 유럽에서는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유럽의 의약품 승인을 담당하고 있는 European Medicines Agency(EMA) 펜터민과 토피라메이트라는 두 약품의 혼합제제인 큐시바(Qsiva) (미국 제품명은 '큐시미아')의 사용 승인을 거부했습니다. EMA는 큐시바의 성분인 펜터민이 단기적으로는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는 효과가 있고, 장기적으로 심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것과 토피라메이트 장기 복용이 인지 기능과 심리 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에 승인을 거부했다고 합니다.게다가 큐시바의 사용이 승인되면 큐시바의 사용대상자인 비만한 사람들만 복용하지 않고 비만 문제가 없는 정상 체중의 사람들도 단지
소외 열대 질환(neglected tropical diseases)은 주로 빈곤 지역에서 유행하고 있는 17개 감염성 질환들이다. 소외라는 이름이 붙기는 했지만, 드문 질환은 아니고 오히려 세계에서 가장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질병들로 현재 약 10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한개 이상의 소외열대질환에 감염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세계 1/6의 사람들이 이 병에 신음하고 있는데 왜 소외되어 있을까. 한 보건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소외 열대 질환이 시작된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대로 소외열대질환은 주로 가장 빈곤하고 외진 지역에서 일어난다. 가장 기초적인 보건 시설조차 갖춰지지 않고 가장 기초적인 사회 기반 시설도 제공되지 않으며, 가장 기초적인 생필품도 없고, 가장 기본적인 소득조
피트니스월드 몸짱의사입니다. 며칠전 중년의 여성분이 병원에 오셨습니다. 미끄러운 길에서 넘어지면서 완쪽 무릎을 부딪힌 후 무릎이 아프시다고 오셨습니다. 진찰을 해보니 왼쪽 무릎에 멍이 들고 무릎이 약간 부어있었습니다. 그래서 의례 진료하듯이 엑스레이와 초음파 검사를 처방했습니다.엑스레이가 나왔습니다. 다행히 무릎뼈는 문제가 없네요.엑스레이는 괜찮다고 설명하고 무릎의 인대와 다른 구조물을 좀 보고 관절안에 물이나 혈액이 차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초음파 검사를 하는데.... 환자분이 자꾸 오른쪽 무릎도 같이 봐달라고 하십니다. 뭐 하는김에 반대쪽 무릎 좀 같이 보는게 어려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그러자고 하고서는 왜그러시냐고 물었습니다.나 : 오른쪽 무릎도 다치셨어요?환자 : 아니요.... 다친건 아닌데....나
비타민C 보충제의 효과에 관한 논란은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최근 Cochrane Review에서는 비타민C 보충제가 격렬한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감기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비타민C의 효과를 알아본 연구들을 종합 분석한 이번 발표에서는 마라톤 선수, 스키 선수, 군인 등 과격한 신체활동을 하는 사람이 평상시에 비타민C를 복용한다면, 감기에 걸릴 위험성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하지만 이렇게 격렬한 신체 활동을 하지 않는 일반인은 평상시에 비타민C를 복용해도 감기에 걸릴 빈도를 줄이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일반인에게는 감기 예방 효과가 없는 것을 나타났습니다.마라톤 선수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훈련하면 감기나 몸살에 걸릴 위험성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렇게 감
제가 20대나 30대일 때까지만 해도 주위의 친구들 중에 건강을 따라 열심히 챙기는 사람도 없었고 저 자신도 그랬습니다. 아무래도 건강에 어느 정도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40세가 넘어가면서 주변에서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라거나 ‘건강을 항상 챙겨야 한다.’라는 인사를 듣기도 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기 시작했습니다.여담입니다만 저 자신의 경우 40세를 넘어서면서 제 신체에 관해 뭔가 특이한 세 가지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첫째는 거짓말 조금 보태고 20세에서 39세까지는 감기를 거의 앓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40세부터 일년에 두 세 번씩은 감기에 걸렸습니다. 물론 가벼운 기침과 콧물, 목소리 변화, 미열 정도가 전부였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병’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어렵습니다만 하
"]2011년 10월 12일 데니스 리치가 사망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대단한 뉴스가 아니었을 수 있겠지만, 컴퓨터 과학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죽음에 모두가 조의를 표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사망하기 불과 1주일 전인 10월 5일에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다. 아마도 스티브 잡스처럼 전 세계 수 많은 사람들의 애도와 축복을 받은 죽음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일주일 뒤의 데니스 리치의 죽음에 대해 개인적으로 너무나 사람들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티브 잡스도 훌륭한 업적을 냈
백인들은 과연 인디언들을 인간으로 생각하고 있었을까? 읽어나가면서 느껴지는 백인들의 교묘함과 폭력적 우월함, 그리고 그 앞에서 쫓겨나고 스러져가는 인디언들의 모습. 그 모습에서 문득 떠오른 것은 어릴적 내가 보았던 만화속에서의 인디언 캐릭터들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상의를 벗고 독수리깃털을 길게 꽂고다니며 악역의 모습이거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했지, 절대 친구의 모습으로 등장한 적은 없었다. 인디언들은, 철저하게 적이나 사라져야 할 야만인의 모습으로 인식되어야만 했다. '우월한 문명'을 지닌 백인이 신대륙으로 진입하면서 보여진 역사적 현상의 하나일 것이다. 잉카제국에 스페인 사람들이 들어서면서 보여준 잔인한 살육이나 호주에 백인이 들어서면서 태즈매니아인들이 당했던 학살 등등에 이은 북아메리카 대륙에 백
고양이 기생충이라는 이름으로 올해 톡소플라즈마가 신문 기사며 TV 뉴스며 많이도 장식을 했더랬다. 고양이와 함께 있으면 아이를 유산한다, 자살률을 높인다더라, 정신분열증을 일으킨다더라, 쥐가 고양이랄 무서워하지 않게 된다더라, 인간도 조종해서 더 헤프게 만든다더라, 수 많은 이야기들이 재생산되고 있다. 여기에 이야기들을 일일이 분석하기는 어려움이 있으니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한번 들어가보려고 한다. 과연 톡소플라즈마가 숙주를 조종하기는 하는걸까? 과연 진화적 이득이 있어 이들이 이런 행동을 유발할만한 동기가 있는걸까?톡소플라즈마 이야기가 시
전통적으로 심리학 연구장면에서 전가의 보도와 같이 사용되어 온 영가설 유의성검증 방식(NHST)은 숱하게 그 단점을 지적받아 왔다.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그것이 효과 크기에 대해서는 아무 말을 해 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체 실험군과 대조군 사이에 실제로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그 차이가 현실적으로 어떤 함의를 가지는지에 대해 NHST는 아무 할 말이 없다. 그것은 그저 실험군과 대조군 사이의 차이가 정확히 '0' 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도구일 뿐이다. 하지만 어떤 (심리학)연구자도 실험군이 대조군에 비해 10의 마이너스 1000제곱쯤만큼 더 낫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연구자는 실험군에서 발견되는 차이가 현실적으로 의미가 있는 차이이기를 바랄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효과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재미있는 책이다. 미국에서 어떻게 시민이 고객이 되어갔고, 탈정치화 되었는지의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다. 미국에서 일어난 정치 지형의 변화와 현재 한국의 현실이 무서울 정도로 비슷하다는 것 역시 재미있는 주제지만, 나는 다른 곳에서 데자뷰를 경험했다. 전개 과정이나 구성 요소 자체에서는 좀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WHO나 대형 NGO들 역시 제삼세계에서 전개하는 많은 사업들에서 이처럼 민주적인 과정을 무시한채 빈곤층 주민들을 고객화 시키고 탈정치화 시키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스와질랜드에 다녀와서 듣기 가장 민망하고 불편했던 것이 ‘좋은 일 하고 오셨네요’라는 말이다. 이 ‘좋은 일’이라는 단어에는 많은 의미가 들어있다. 이 ‘좋은 일’을 하는 단체들은 이타적이며 숭고하고 비
지난 심리학 모임 때 많은 분들이 공감하셨던 내용인 것 같아서 올립니당 :) 우리는 '하드코어 사회적 동물' = 거의 본능적으로 남을 신경쓰는 동물이라는 이야기를 했었지요(연구 방법에 대해 조금 논란이 있긴 하지만)다른 사람의 표정을 따라하거나 손가락질 같은 걸 응시하는 사회적 단서(social cue)를 읽어내는 데에 핵심적인 기본 능력들은우리 인간에게선 학습이 개입하기 전, 아주 어렸을때부터(생후 1개월) 나타납니다.이런 예 외에도 수많은 연구들이 우리는 거의 태어남과 동시에 타인이라는 존재를 신경 쓰고 산다는 것들을보여주고 있지요그래서 사회심리학자들은 인간에게는 '타인'이라는 존재가 아주 특별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는데요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재미있는 현상 중 하나가 타인이 존재하는 상황